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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글솜씨·사고력이 쑥쑥…신문스크랩 덕이죠”

등록 2010-07-04 15:51

서울 도봉구 백운중 학생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학교 도서관에 모여 신문 활용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백운중 학생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학교 도서관에 모여 신문 활용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다.
[공교육 희망의 현장을 찾아서] 서울 백운중 신문활용교육(NIE)
매주 기사 골라 요약한 뒤 생각 적는 훈련
교사들 첨삭 힘들지만 학생들 위해 지속
“선생님! 제가 요즘 부쩍 경제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아마도 이 스크랩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도 생기고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꿈도 선생님에서 경제학자로 바뀌었어요!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_<”

“음… 샘은 경제 관련 기사가 제일 어렵고 머리 아파. ^___^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는 유능한 경제학자가 되어 주렴!”

올해 서울 도봉구 백운중(교장 배득은)을 졸업한 김승주양은 지난해 1년 동안 20편이 넘는 신문기사를 가지고, 매주 글쓰기 활동을 했다. 국어 수행평가로 학기마다 10점이 반영되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의무감에 마지못해 글쓰기 활동을 하던 김양은 점차 신문 읽는 ‘맛’을 알게 됐다. 어렵게만 여겨지던 신문기사를 가지고 꾸준히 글쓰기 활동을 해보니, 시사이슈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흥미도 갖게 된 것이다. 특히 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경제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김양이 자신의 ‘신문 읽고 생각 키우기’ 노트에 이런 마음을 밝히자, 지난해 김양을 지도했던 임지은 국어교사는 “유능한 경제학자가 되어 주렴”이라고 격려했다.


현재 백운중 학생들은 모두 매주 신문을 읽고, 생각하고, 글 쓰는 활동을 하고 있다. 주말에 본인이 관심 있는 기사 한 편을 골라 노트에 오려 붙인 뒤 빨강, 파랑 등 색펜으로 기사의 주요 내용에 밑줄 치거나, 핵심 단어에 동그라미 친다. 모르는 낱말이 있으면 사전 등을 이용해 그 뜻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밑줄 친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요약한 뒤 자기 생각을 적으면 된다. 월요일까지 담당 국어교사에게 노트를 제출하면 국어교사는 학생들의 글을 읽고 매주 첨삭지도를 해준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많아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 세세한 부분까지 첨삭하기는 힘들지만, 글의 내용이나 구성 등과 관련해 칭찬도 하고 격려도 해준다.

올해 백운중을 졸업한 김승주양의 ‘신문 읽고 생각 키우기’ 노트의 일부다.
올해 백운중을 졸업한 김승주양의 ‘신문 읽고 생각 키우기’ 노트의 일부다.

이렇게 1년을 보내고 나면 학생들의 글솜씨는 몰라보게 달라진다. 김양 또한 처음엔 ‘자기 생각’ 쓰는 걸 어려워했다. 그러나 임 교사가 “이제부터는 생각 쓰기를 2~3문단으로 써 보자”며 “승주라면 ‘처음-중간-끝’의 완성된 글을 써 보는 것도 괜찮을 듯”이라고 꾸준히 격려하자, 학년말이 됐을 때 김양은 ‘자기 생각’을 노트 한 바닥 가득 채울 수 있게 됐다. 올해 2학년인 최민수군 또한 “초등학교 때는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는데, 중학교에 와선 글의 구조를 생각하고 글 쓰는 습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백운중 학생들이 신문을 가지고 글쓰기 활동을 하게 된 건 2008년부터다. 2007년 교내 논술대회를 위해 학생들 논술수업을 해본 국어교사들이 ‘일회성 논술지도로는 학생들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준희 교사는 “당시엔 ‘학생들이 뭐라도 읽고, 생각하고, 쓰도록 하자’는 생각이 강했다”며 “매주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신문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전영순 교사도 “학생들은 내용이 많은 책은 부담스러워한다”며 “비교적 짧은 글로 이뤄진 신문은 그보다 덜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마침 한 신문사가 주간으로 발행하는 신문활용교육(NIE) 매체를 500부 이상 무료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정 교사는 “책을 읽히고 싶어도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매주 무료로 학생들에게 신문을 나눠줄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최군 또한 “무료라서 부담 없이 매주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백운중 ‘신문 읽고 생각 키우기’ 노트 작성법
백운중 ‘신문 읽고 생각 키우기’ 노트 작성법

백운중 국어교사들은 매주 150명이 넘는 학생들 글을 일일이 보고 첨삭지도를 하고 있다. 일과 후 평균 2~3시간 별도의 시간을 내야 하는 힘든 일이다. 정 교사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면서도 “학년말 달라져 있을 학생들을 생각하며 포기하고픈 마음을 이겨낸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향한 백운중 교사들의 열정이 ‘지속가능’하도록 별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였다.

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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