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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의지박약’ 규정말고 좋아하는 과목부터 점수 높여야

등록 2010-08-15 14:58수정 2010-08-15 15:21

서울 강남 이투스 회의실에서 혜인양과 아버지 손상수(사진 왼쪽 네번째)씨, 어머니 이현주(왼쪽 두번째)씨가 3인의 멘토(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맨 오른쪽,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맨 왼쪽,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를 만났다.(이날 유씨는 개인 사정으로 전화로 상담을 진행했다.)
서울 강남 이투스 회의실에서 혜인양과 아버지 손상수(사진 왼쪽 네번째)씨, 어머니 이현주(왼쪽 두번째)씨가 3인의 멘토(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맨 오른쪽,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맨 왼쪽,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를 만났다.(이날 유씨는 개인 사정으로 전화로 상담을 진행했다.)
3인의 멘토를 만나다 / 인천 부평여중 손혜인양

털털하고 뒤끝 없는 성격. 어떤 사안을 놓고 다른 의견들이 충돌할 때 주로 조율하는 입장에 선다. 과거 담임교사는 ‘민주적인 아이’라고 칭찬했지만 그런 성격을 불편해하는 친구들(특히 여자친구들)이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중3 초 전학한 뒤로 친구관계도 좋아지고, 전반적인 성적은 향상됐다. 단, 수학과 과학 성적은 올라봐야 ‘양’(중3 1학기 성적 기준)에 그쳤다. 3인의 멘토 신청서에 “문과 쪽은 강한데 수학, 과학 점수가 너무 낮아 평균이 떨어져 걱정”이라며 “의지박약에 목표의식도 없고, 공부 방법도 잘 모른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던 부평여중 3년 손혜인양의 이야기다. 지난 9일, 서울 강남 이투스 회의실에서 혜인양과 아버지 손상수(사진 왼쪽 네번째)씨, 어머니 이현주(왼쪽 두번째)씨가 3인의 멘토(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맨 오른쪽,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맨 왼쪽,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를 만났다.(이날 유씨는 개인 사정으로 전화로 상담을 진행했다.)

손혜인양의 프로필
손혜인양의 프로필

3인의 멘토에게 직접 신청을 하고, 애절한 사연까지 적은 손혜인양은 스스로 ‘끈기 없음’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의지박약인 거 같아요. 나태한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2학기 때라도 공부의 참맛을 느끼며 진학하고 싶습니다.” 이지은씨는 혜인양이 적은 신청서 가운데 ‘의지박약’이란 단어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근데 끈기가 없다는 판단은 자신보다 남이 해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본인 판단으로 ‘의지박약’이란 말을 스스로에게 함부로 하진 않았으면 해요.(웃음) 사실 중학교 수준에서 끈기라는 건 다 비슷해요. 하루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집중하는 것도 일반적이죠. 혜인이만 그런 건 아냐.”

전문가가 볼 때 문제는 혜인양이 좋아하고, 자신있어 하는 국어, 사회, 도덕 등의 과목에서 생각만큼 점수가 아주 잘 나오는 편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이씨는 “국어, 사회, 도덕 등은 혜인이가 좋아한다고 했고, 잘할 수 있다고 한 과목이니까 지금보단 성적이 더 나와야 한다”고 했다. “지금 성적을 보면 작년에 비해 많이 올랐지만 혜인이 자체만 놓고 봐선 지금보다 더 나와야 해요. 혜인이는 에너지가 많은 학생인데 그런 점에서 스스로 좋아하는 과목이라면 성적이 더 나올 여지들이 많죠. 스스로 점수 결정력이 있는 과목에선 점수를 더 내려는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수학·과학 콤플렉스는

매일 조금씩 복습 실천하고 문제 풀기보단 많이 보기를

수학, 과학 과목에 의지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건 그다음 문제였다. 혜인양은 ‘수학, 과학은 원래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 이현주씨는 “혜인이가 수업을 듣고 오면 그 수업을 그대로 재현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데 수학, 과학에선 문제를 조금만 응용해 내면 다 틀려서 안타깝다”고 했다. 이씨는 “평소 혜인이 생활 태도나 과거의 구체적인 경험들, 고민 등을 잘 몰라서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스스로 누군가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담대하게 자신을 만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모든 면에서 쿨하고 완벽한 태도를 취하고 싶어 하는 거죠. 이건 개인적인 경험 때문일 수도 있고, 성장기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어요. 제가 보기엔 이런 성격이 과목에도 대입이 되어서 점수 편차로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나중에 사회 진출했을 때를 예로 들어볼까요. 내가 가장 못하고 싫어하는 게 기획서 쓰는 건데 일을 하다 보면 그걸 해야 하는 순간들이 반드시 와요. 혜인이가 내키지는 않지만 반드시 잘 넘어야 할 산이 있단 걸 알고, 수학, 과학 공부에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이씨의 처방은 “점수에만 관심을 두기보단 매일 조금씩이라도 수학, 과학을 복습하고, 이걸 실천했는지를 체크하라”는 거였다. 복습 때는 문제를 많이 푸는 게 아니라 ‘문제를 많이 보라’는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여졌다. “복습할 때 내가 수업을 기억하고 있다는 수준에서만 복습을 하세요. 문제를 풀지 말고, 내가 수업 때 나온 개념이 이렇게 문제로 나올 수 있구나 생각하면서 문제집을 보고 그 개념이 나온 교과서 부분을 찾아보는 거지. 이런 문제가 나오게 된 배경에 이런 개념이 있었지 하면서 지도를 그려보세요. 길어야 15분 정도 선에서 가볍게 복습하는 겁니다.” 물론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자신감을 갖고 수업을 듣는 거다. 이씨는 “45분 동안 선생님이 수업하고 문제를 풀 때 선생님은 여러 번 많이 풀어봤으니까 속도가 빠른 것이지 나보다 엄청난 능력이 있어서 잘 푸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집중했으면 한다”고 했다.

청소년 심리치료사가 꿈

쉬운 교양서 읽고 감잡아보기 대학원진학 등 오랜 공부 필요

혜인양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서 우려하는 학습 태도도 있었다. 아버지 손상수씨는 “공부를 하면서 미니어처를 만들거나 휴대전화를 만지는 등 산만한 습관을 보여줄 때마다 옆에서 보는 나도 산만해진다”고 했다. 이씨는 “산만하다는 건 시간을 정해놓고 복습 등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아지겠지만 공부 시간과 휴식 시간을 의도적으로 구분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혜인양의 꿈은 청소년 심리치료사다. 친구관계로 고민할 때 만난 청소년 심리상담사 등을 보면서 훗날 자신도 청소년들한테 상담해주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어머니 이씨는 “이 꿈을 꾸면서부터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선택을 두고 부모님과 의견 차로 갈등을 겪지만 부모님은 “혜인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진로 부분에서 특별히 문제 될 건 없지만 자신이 생각해둔 진로를 놓고, 흥미나 적성, 가치관과 관련해 여러 직업들을 살펴보는 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나도 심리학과를 나와서 상담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서 경험에 비춰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많을 거 같아. 나는 어릴 때 심리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혜인이는 관심 있게 본 책이 있니?” 고정민씨가 묻자 혜인양은 “계기를 마련한 책은 없고, 꿈을 갖게 되면서 아동심리학 관련서 등은 읽어봤다”고 했다. 고씨는 “너무 어려운 걸 봤는데 개론서보단 교양서가 나을 거 같다”며 인터넷서점에서 검색한 중학생 수준의 심리학 교양서 목록을 건넸다. “학생들이 단순한 동경으로 특정 직업을 꿈꾸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책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 분야를 전공하면 어떨지를 미리 감 잡을 수도 있구요.”

“성격이 외향적인 거 같아요.” 고씨가 말하자 어머니 이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형과 진취형. 직업흥미검사 결과는 혜인양의 이런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고씨는 “두 유형 모두 혜인이처럼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성격과 관련이 있지만 유형별 특성을 더 면밀히 살펴봤으면 한다”고 했다. “얘기한 것처럼 두 유형의 공통점은 ‘사람’과 관련한 일과 맞는다는 겁니다. 사회형은 소수의 사람들과 대면해서 밀접하게 만나는 일을 많이 해요. 교사, 상담사, 성직자 등이 관련 직업으로 꼽히죠. 진취형에는 사회형과 다른 한 가지 특성이 있어요. 외향적이면서 여러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죠. 개개인과 친밀한 대인관계를 쌓기보단 다수 속에 속해 있어야 더 힘을 냅니다. 상황을 주도하거나 전체를 관리·통제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사회형과는 관련 직업이 조금 달라요. 경영 직종이나 통역사, 기자 등이 여기 속하죠. 혜인이 성격이 사람을 중시하고 좋아하는 건 맞는데 여기서 더 나가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인지를 유심히 살펴보면 좋겠어요.”

혜인양이 꿈꾸는 심리상담 분야는 대학교 졸업 뒤에도 몇 년 정도 전문적인 연구를 해야 하는 분야였다. 고씨는 “이 분야의 경우, 보통 대학원 석사 학위 이상은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길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마냥 부담요소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일단, 상담 분야는 졸업한 다음 연구소나 기관 등에 들어가게 되거든요. 연구 등을 하면서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대학원을 가는 이들도 많죠. 저도 직장 다니면서 대학원에 다녔어요. 그리고 먼 얘기지만 직장을 구할 때 졸업한 대학교의 지명도가 그렇게 중요한 분야는 아닙니다. 지방대를 나왔을 때 각 지역 상담센터 등 현장에서 일할 기회가 많이 열릴 수도 있어요. 그 지역 특성을 잘 아는 인력한테 상담을 맡기면 상담이 더 원활할 수도 있으니까요. 학교 이름보단 실제 상담 기술이 중요한 분야이고, 그걸 위해선 전문적인 공부를 오래 해야 한다는 걸 미리 알았으면 합니다.”

글쓰기 노트가 도움되려면

자기 생각 담고 관심분야 정해 일관성 있는 목록만들면 좋아

이날 상담 말미에 멘토들은 혜인양이 얼마 전부터 기록하고 있는 글쓰기 노트를 검토했다. 어머니 이씨는 “얼마 전부터, 혜인이랑 인문학을 가르치는 ‘미래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여기서 정리한 자료들이 글쓰기 특기자 전형 등으로 진학하는 데 도움이 되겠냐”고 물었다. 혜인양은 <전태일 평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의 책을 읽고, 관련 자료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이지은씨는 “중학교 시절에 이렇게 자료를 정리하는 친구가 없기 때문에 눈에 띌 텐데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고 했다. “정리를 잘했는데 이 안에 혜인이가 없어요. 책을 읽은 혜인이의 생각이 들어갔으면 좋겠고, 가능하면 혜인이가 관심 갖는 분야와 관련해서 맥락성 있게 목록화를 해두면 좋겠네요. 그래야 보는 사람 입장에서 이 분야 진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다는 게 보이겠죠.” 고씨는 “요즘 직장인들도 이런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관리를 하는데 기술적인 부분이지만 기왕이면 바인더 등을 활용해서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지금부터 들이면 좋겠다”고 했다.

여러 활동을 하며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학교 공부는 역시 놓쳐선 안 될 부분으로 강조됐다. 유성룡 실장은 이날 전화로 “글쓰기 노트 등을 쓰는 건 바람직한 활동이지만 주요 과목 내신은 진학 때 기본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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