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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책 많이 읽는 ‘엄마표 영어’에 답 있어요

등록 2010-09-26 15:43

김승현(39·숭실고 영어교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부대표
김승현(39·숭실고 영어교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부대표
[교육인터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김승현 부대표
‘학교에서 10년을 공부해도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한다.’ 학교 영어교육을 거론할 때 늘 나오는 비판이다. 부실한 학교 영어교육 탓에 사교육을 찾는다는 비판도 다르지 않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영어사교육포럼’은 ‘다독’(多讀)에 기반한 실용영어교육이 새로운 학교 영어교육의 방안이라고 제안한다. 학교 영어교육의 제한된 환경을 고려할 때 ‘다독’ 기반 실용영어교육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독’은 특히 학교 수업 시간 이외에 영어를 접할 기회가 없는 나라들이 영어교육을 할 때 도움이 된다. 읽기 능력만이 아니라 말하기, 듣기, 쓰기 등 영어의 전반적인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독’ 기반 실용영어교육은 영어교육 격차 해소와 사교육비 절감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민간 영역에서 운영하는 영어도서관 등을 중심으로 ‘다독’ 기반 실용영어교육의 성공적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김승현(39·사진·숭실고 영어교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부대표를 만나 실용영어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다독’ 기반 실용영어교육의 가능성과 현황을 살펴본다.

‘다독’하면 말하기·듣기·쓰기 총체적 ‘향상’
정부 운영 도서관 활용해 교육격차 해소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영어사교육포럼’이 생긴 계기는 뭔가?

“2008년 9월에 ‘영어사교육대책 국민대토론회’가 열렸다. 영어 사교육 문제를 주제로 4회에 걸쳐 토론을 했다. 영어 사교육 열풍이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데 공감했고 이 문제를 상시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3월에 영어사교육포럼을 만들게 됐다. 영어 사교육의 다양한 영역들을 조사했고 문제의 구체적 실상을 파악하게 됐다. 지금은 학교 영어교육에까지 영역을 넓혀 사교육 문제를 짚어보고 있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영어 사교육은 심각한 문제다. 영어를 잘하려는 경쟁이 퍼지면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듣기와 말하기 중심의 실용영어교육’을 내세우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영어교육의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정부는 학교 영어교육만으로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영어에 대한 유의미한 노출과 기회가 부족하다. 영어를 배우는 10년 동안의 수업시간이 약 730시간에 불과하다. 학교 영어교육 이외에 영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정책은 없다. 이 때문에 영어교육을 강조할수록 학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에 사교육을 찾게 된다.

또 실용영어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학생 개인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하지 않는 시험 위주의 영어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일제고사도 객관식으로 출제되지 않나. 정부가 강조하는 실용영어교육과 학교 교육, 평가 체제가 모순된다. 그리고 정부가 말하는 ‘실용’이 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외국인과의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목적이라면 10년 동안의 영어교육 시간이 아깝지 않나. 외국인을 일상적으로 접하지 않는 환경에서 정형화된 상황 표현만을 익히는 영어교육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영어로 된 정보를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영어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현실에 맞는 영어학습 방법은 뭔가?

“영어가 일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환경에서는 영어학습 방법도 달라야 한다. 미국의 언어습득이론가 스티븐 크래션에 따르면,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회화를 가르치기보다는 영어도서관을 지어 많은 책을 읽게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영어 노출을 늘리고 이를 통해 축적된 영어 실력은 회화를 할 때도 도움이 된다. 영어책 읽기가 주는 놀라운 효과는 이른바 ‘엄마표 영어’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어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듣기는 물론 말하기, 쓰기도 잘하지 않나.

말하기, 듣기와 달리 ‘읽기’는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영어동화책에는 어떤 상황에 대한 구체적 영어 표현이 잘 나와 있다. 이야기를 요약해보는 발표도 할 수 있고 흥미로운 영어 표현들을 따라 해 볼 수도 있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워야 하는 이에프엘(EFL: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에서의 영어 노출은 이런 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평소에 영어책 읽기를 통해 실력을 쌓고 필요하다면 방학 때 영어마을이나 영어캠프에 가서 원어민과 대화를 해보면 된다. 가족들이 희생해서 1~2년 조기유학을 가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다독’ 기반 실용영어교육이 기존 영어교육과 다른 점은 뭔가?

“기존의 학교 읽기교육은 짧고 어려운 지문을 쪼개서 해석하는 것이다. 지금 영어교과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학생들은 1년에 겨우 12개 정도의 글을 읽는다. 읽기 분량이 워낙 적다 보니 이를 기반으로 영어 능력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관심있는 주제의 영어책을 읽어본 경험이 있느냐고 물으면 어른들도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흥미가 없는 글에다 수준도 맞지 않다 보니 영어를 어려워할 수밖에 없다. ‘다독’ 기반 실용영어교육은 재미와 흥미를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자기 수준에 맞는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많이 읽는 게 목적이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포함해 다양한 책을 읽게 해야 한다. 물론 수준별 반 편성을 통해 다른 교재를 사용해야 한다. 아이들의 선택권을 존중해 원하는 책을 읽게 하고 이를 수행평가에 반영했으면 한다. 아이들이 사교육에 내몰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학교에서 과제를 잘 내주지 않아서라고 한다. 평가체제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몇권의 책을 읽고 요약하는 등의 의미있는 과제를 내준다면 영어에 대한 흥미가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이다. 일상적으로 영어에 노출될 수 있게 학교, 특히 교사가 학습 매니저 구실을 해야 한다.”

영어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다독’ 기반 실용영어교육이 영어 격차를 줄일 수 있나?

“말하기, 듣기 중심의 영어교육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일 뿐이다. 영어전문학원이나 해외 캠프 등을 가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이들은 학교나 사교육 이외에 자발적으로 영어를 접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경우 영어 노출의 63%를 사교육에서 접한다고 한다. 30%를 학교에서 접하고 나머지 7% 정도를 책이나 미디어 등을 통해 접한다. 학교에서 영어에 대한 흥미와 동기 부여를 해주면,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영어책을 읽게 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영어 학습을 할 수 있는 기초와 습관을 갖게 될 것이다.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건 학교 영어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다. 집에서도 영어책을 읽고 과제를 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학부모는 학교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다. 학교에서도 영어를 충분히 접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 영어도서관이나 온라인 학습 기반을 갖추면 일상적으로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 밖에서도 영어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시립·구립 도서관 등에서 다양한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영어도서관 등은 모든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 아이들도 영어 학습의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계층·지역간 영어 격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독’ 기반 실용영어교육이 학교 영어교육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

“‘이야기’가 있는 글을 읽을 때 말하기, 듣기, 쓰기도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상황이 제거된 표현만 익히는 영어교육은 실용적이지도 않다. 말하기·듣기 중심의 실용영어교육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독’에 기반한 실용영어교육이 말하기, 듣기, 쓰기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영어가 교과목으로 존재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학교 실정에 맞는 영어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영어 학습을 이끌어갈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해야 하고, 일상적인 영어 노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안내해야 한다. 학교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수평적인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는 학생이 어려운 수준 의 책을 읽었다고 가산점이나 상을 줘서는 안 된다. 획일적인 평가체제를 바꾸는 것도 시급하다. ‘다독’ 기반 실용영어교육이 자리를 잡으려면 학생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한 영어 학습이 필요하다. 객관식 시험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식의 평가를 시도할 수 있게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많이 읽는 영어교육’ 부산 이어 서울교육청도 도입 검토

학교 밖에서 ‘다독’ 기반 실용영어교육이 일정한 성과를 보이면서 서울시교육청도 학교 영어교육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문을 연 부산시립영어도서관(www.bel.go.kr/main) 등을 통해 ‘다독’ 기반 영어교육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영어 학습에 대한 부담을 공공기관 자원을 활용해 해소해 준다는 측면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다양한 영어책을 빌려서 읽을 수 있고, 영어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개인의 영어읽기 수준을 알 수 있는 ‘영어독서능력평가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수준별 영어학습도 가능하다. 자발적인 영어책 읽기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영어 노출 기회를 늘릴 수 있고 자유롭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영어책 읽기 온라인 프로그램을 방과 후 학교 등의 형태로 도입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 있는 영어책 가운데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읽고 온라인 학습을 통해 독서 후 활동을 할 수 있다. 서울 한양초등학교, 성남 수내초등학교 등 전국 12개 초·중·고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영어정책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남 양산의 하북초등학교는 영어체험센터를 열고 영어책 읽기를 통한 통합적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약 4700권의 도서가 수준별로 분류되어 있어 개인별 맞춤 제공이 가능하다. 이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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