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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생권리 보장 위해 표현·사생활 자유 구체적으로 규정”

등록 2010-10-04 09:30수정 2010-10-04 09:38

‘초중등교육법’ 개정 방안 연구 강인수 팀장
‘초중등교육법’ 개정 방안 연구 강인수 팀장
[함께하는 교육] 교육 인터뷰

“두발·복장·휴대폰 소지 등 권리-의무 함께 기술

학교장의 ‘학생권리 제한권’은 학칙 범위내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 방안 연구 강인수 팀장

올해 교육계 열쇳말 가운데 하나는 ‘학생인권’이다.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이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데 이어 서울시교육청 등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8월18일엔 한국교육개발원이 학생의 권리를 법으로 명문화하자는 공식 제안(‘초중등교육법’ 개정 방안)도 했다. 국가에서 학생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을 공식화하자 이를 반기는 입장이 있는 반면 학생인권조례 등 하위법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지난 9월29일 개발원의 의뢰로 정책연구를 수행한 강인수(사진) 교육법연구팀장(수원대 부총장)을 만나 개정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 팀장은 1995년 5·31 교육개혁 때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등 교육3법 제정 초안을 작성했고, 대한교육법학회 회장 등을 지낸 바 있는 교육법 전문 연구자다.

학생 권리 보장에 대해 국책기관이 정책연구를 하니 관심들이 많다. 어떤 배경에서 나왔나?

“어느 때보다 학생 인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도 나왔고, 얼마 전 몇몇 교사들의 체벌 행위가 언론보도를 탔다. 이런 일들이 개정 방안 논의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

개정 방안은 당연히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해주자는 뜻에서 나온 거다. 이미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에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체벌의 경우도 법령과 판례에서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1990년대 이전엔 ‘교육법’이란 이름의 단일법만 있다가 97년 교육3법 체제로 개편하면서 교육에서 국가의 권한을 상대화하고 학생, 부모, 교원, 설치경영자 등 다른 교육당사자들의 교육권을 규정했다. 학생을 단순한 교육의 대상에서 인격적 주체인 학습자로서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로 이해한 것이 교육기본법 등의 제정 취지였다.

그런데 극히 예외로 교육적 벌을 까다로운 기준으로 허용한 데 대해 학생과 교원들의 이해가 부족해 간혹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분명하게 하고,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 교육당사자들이 법률을 바르게 알도록 하자는 뜻도 있다.”


개정 방안의 핵심은 뭔가?

“학생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법으로 명시하되 교사한테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주자는 게 핵심이다.

먼저 학생들의 권리 보장이 요구되는 부분에선 기존의 규정을 좀더 명확히 했다. 개정 방안으로 제안한 초·중등교육법 제18조 4항(학생의 인권보장)을 예로 들면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 등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는 새로 넣은 거다. 학생들의 두발, 복장, 휴대폰 소지 등의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표현과 사생활의 자유를 대표적으로 기술했다. 권리에 따르는 ‘의무’도 규정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누리면서 한편으론 다른 사람의 권리 등을 보장해주고 학내 질서를 문란하게 해선 안 된다는 의무 규정도 지켜야 한다. 신설한 제18조의 5항(“제18조 4에 따른 학생의 권리 행사는 학교의 교육목적과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에서 ‘학교의 교육목적’이란 ‘공공복리’ 등을 의미한다. 이건 유엔아동권리협약, 헌법 등에도 규정돼 있다.

종전의 징계 규정 외에 학생 지도방법에 대한 규정도 신설했다. 요즘 아이들은 교사가 조금만 뭐라고 해도 반항하고 대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신체를 이용하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체벌, 심한 언어폭력 등은 전면 금지해야 한다. 일본이나 미국도 교실 뒤에 서서 수업하기, 방과후 교실에 남기 등의 대체안을 마련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선 상위법을 제정함으로써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나온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나는 법률학 연구자이고, 오래전부터 학생의 헌법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이번 개정 방안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전공 분야였던 교육법 연구 결과들을 다시 정리해 제안한 것이다. 국가연구기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연구라고 어떤 쪽의 입장만 대변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인권은 이미 헌법과 교육법 등에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한 교원과 학생, 학부모들의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생인권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법이론상, 입법기술상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먼저 헌법-법률-명령-자치법규(조례, 규칙)-학칙의 순서가 법규의 위계인데 학생조례 규정의 대부분이 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 등 상위법과 같은 수준의 내용으로 규정돼 있다. 상위법과 조례의 규정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거의 같은 표현을 쓰고 있다. 조례는 법률과 시행령에서 규정한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법령의 범위 안에서 시, 도의 사정에 맞게 더욱 구체화해 규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기본법 제12조를 구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교원의 교육 연구 활동 방해에 해당하거나 학내 질서 문란에 해당하는 주요 기준이나 사례가 뭔지를 담아야 실효성 있는 조례가 될 거다. 또 학생의 권리조항과 함께 의무 규정도 넣어야 한다. 권리를 보장하면서 그에 따른 의무도 교육해야 바른 법치교육이다.”

학생 권리 제한 규정을 둠으로써 학교장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강화했다는 등의 비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신설한 제18조 5항(“학교의 장은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18조의 4에 따른 학생의 권리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에 대한 얘기다. 학생의 권리라도 학교의 교육활동과 질서유지, 타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학칙으로 정한 바에 따라 제한한다는 당연한 규정이다.

교장이 교육적인 목적을 핑계로 학생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게 될 거라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 ‘학교의 장’의 자의가 아니라 학교운영위원회의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제정된 ‘학칙이 정하는 바’라고 했다. 그리고 법률에서 바로 학칙에 위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학칙’은 시·도의회의 조례와 시·도지사나 교육감의 규칙 아래 수준에 있다.”

학생인권 보장 문제에는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권리가 대립한다. 어떻게 해결 가능하다고 보나?

“학교교육은 학생과 교사 둘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 사고가 나면 교사한테만 책임을 돌리는데 사실 학부모도 함께 교육과 보호감독의 책임이 있다. 개정 방안에 ‘부모상담’이나 ‘출석정지’ 등을 넣은 이유다.

실제 판례 가운데 이런 게 있었다. 휴식시간에 한 아이가 밥을 먹는데 어떤 아이가 자루걸레를 들고 흔들어서 밥에 구정물이 튀었다. 밥 먹던 아이가 화가 나서 걸레를 흔든 친구를 때려서 상해를 입자 부모가 가해 학생과 담임교사에게도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휴식시간에 교실에서 사고가 났으니 담임교사도 책임을 지라는 거다. 그런데 교원한테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났다. 민법 756조를 보면 1차적인 보호감독자는 부모이고, 2항에선 부모를 대신해 교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교원은 2차적인 책임자다. 교원은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모든 걸 책임지는 게 아니고 교육활동이나 교육활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생활에 대해서 학생을 보호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다. 또 교육활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사고 발생의 예측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만 교장과 교사한테 책임이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다.

학교교육에 있어 부모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자기 자녀만 과보호하면서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주고, 교사한테만 책임을 돌리는 등 부모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개정 방안과 관련해 앞으로 어떤 변화들이 있다고 전망하나?

“법령 개정이 되어 시행하기까지는 과도기적 현상이 나올 것이다. 교사로서 40명이 넘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이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학생들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고 그에 따르는 의무교육도 해야 한다.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고, 법적으로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 평가를 거치면서 교육당사자들 사이의 권리가 균형 있게 보장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체벌 금지하는 대신 ‘7가지 학생지도방안’

지난 8월18일에 발표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최근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체벌 문제와 학생들의 요구가 강한 의사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에 관한 조항이다.

개정안은 체벌을 완전 금지하는 안과, 신체 체벌은 완전 금지하지만 손들기 등 간접적으로 신체 고통을 주는 벌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엔 교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의 교육목적과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7가지 학생지도방안도 제안돼 있다. 훈계와 학생·보호자 상담, 학교 내 자율적인 조정, 교실 안팎에서의 별도 학습 조처 또는 특별과제 부여, 점심시간 또는 방과후 근신 조처, 학업점수 감점, 학급 교체 등이 그것이다. 대체 수단으로도 효과가 없을 경우 내리는 징계 조처로는 기존의 학내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퇴학 처분에 ‘출석 정지’ 처분을 새로 추가했다. 학교폭력예방법에는 출석정지가 규정되어 있다. 최근 들어 학생들의 요구가 강해진 의사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부분에서도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들이 추가됐다. 각각 언론과 집회, 두발과 복장 그리고 휴대전화 소지 등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선 “학생의 권리 행사는 학교의 교육활동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제한규정도 함께 제시돼 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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