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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개인의 지적 발달과 사회성 향상에 두루 도움 줘

등록 2011-01-24 09:16

캐린 리. 디베이트 교육 전문가.
캐린 리. 디베이트 교육 전문가.
[함께하는 교육]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
가정생활·학교생활·대학입시까지 적용
학습 일변도 교육 풍토를 바꾸는 효과
3. 읽고 쓰고 듣고 말하기를 한꺼번에 - 디베이트의 놀라운 효과 1

4. 인터뷰, 리더십, 인성교육, 자원봉사, 시민의식 교육에 대입까지 - 디베이트의 놀라운 효과 2

5. 디베이트를 안 하는 한국 사회, 그 우울한 모습

지난번 글에서 놀라운 디베이트 효과를 봤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디베이트 교육의 효과는 더 있다.

우선 인터뷰.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곳에서 인터뷰를 하게 된다.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 직장에 들어갈 때 등이다. 결혼을 위해 맞선을 보는 것도 인터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한국에서는 학창시절 이에 대해 대비하지 않는 것 같다. 대치동에서 최고의 화제라는 미국의 보딩스쿨(기숙학교) 입학을 예로 들어보자. 보딩스쿨 입학에는 인터뷰가 필수처럼 돼 있다. 그런데 미국 보딩스쿨 입학사정관들은 “한국에서 도전하는 학생들 답변이 너무 비슷하다”고 불평한다. 모두들 비슷하게 준비하고 인터뷰에 임한 까닭이다. 직장에 들어갈 때 제출하는 자기소개서가 천편일률적으로 “저는 엄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사이에서…”라고 시작되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기껏 인터뷰를 연습한 결과가 이런 식이라면 다르게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디베이트는 인터뷰 연습에 적격이다. 우선 매주 디베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말할 때의 습관을 교정한다. 많은 학생들이 말할 때 다리를 떠는 버릇, 고개를 갸우뚱하는 버릇, 손톱을 깨무는 버릇, 눈을 내리까는 버릇 등을 갖고 있다. 이런 버릇들은 인터뷰 전문가의 한두번 지적으로 쉽게 바꿀 수 없다. 그런데 매번 디베이트를 하면서 이런 버릇들을 지적받으면 차츰 고칠 수 있게 된다.

또 디베이트를 하게 되면 듣는 연습을 한다. 즉, 인터뷰하는 사람이 묻는 핵심을 재빨리 알아챌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자신감 있게 말하는 훈련도 하게 된다. 말하는 자세 훈련, 듣는 훈련, 말하는 훈련 등 인터뷰에 필요한 요소를 두루 갖출 수 있다.

리더가 되려면 리더십을 길러야 하는데 디베이트는 리더십을 기르는 데 효과가 큰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사진은 한 정당의 대표 경선에 나선 정치인들이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리더가 되려면 리더십을 길러야 하는데 디베이트는 리더십을 기르는 데 효과가 큰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사진은 한 정당의 대표 경선에 나선 정치인들이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순발력 훈련도 강조하고 싶다. 디베이트를 하면 상대방이 발언하자마자 바로 뒤이어 교차질문을 하거나 반박을 해야 한다. 준비시간은 전혀 없다. 상대방이 말할 때 벌써 상대방 발언을 분석해서, 바로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내게 순서가 돌아오면 바로 이를 집행해야 한다. 이렇게 하니 순발력이 느는 것은 당연하다. 인터뷰할 때 전혀 예상하지 않은 질문이 나오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디베이트를 열심히 하던 학생들과 인터뷰한 사람들은 감탄한다. 다른 학생들과 너무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뷰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는 편지를 입학사정관한테서 받았다’는 디베이터들을 나는 여럿 만났다.

다음은 리더십. 이젠 한국 부모님들도 ‘리더십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게 현실이다. 리더십 캠프에 자녀를 보내면 없던 리더십이 갑자기 생길까? 학교에서 회장을 해야만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까? 디베이트는 리더십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소양, 즉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길러준다. 리더는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 심지어 대중이 말하지 않더라도 그 심중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거꾸로 자신이 세운 정책을 효과적으로, 설득력 있게 알려야 한다. 이 과정이 무너지면 대중은 리더를 손가락질하고, 리더는 대중을 불신한다. 한국 정치에서 ‘소통’이 이슈가 되는 이유다.

상대방의 말이나 글을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고, ‘비판적’(critical)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조리 있고 효과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길러진다. 나는 디베이트 활동을 열심히 했던 학생들이 여러 단체에서, 학급에서 리더로 활동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우선 선거. 선거는 말하기다. 짧은 시간 대중을 상대로 조리 있고 효과적으로 말하는 훈련을 오래 해왔던 디베이터들이 선거에서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활동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늘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일부러 요청하고 경청한다. 그리고 그것을 잘 이해해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려고 애쓴다. 그러니 다른 학생들이 리더를 좋아하고 따를 수밖에 없다.

디베이트 활동 자체에서 리더십 훈련을 하기도 한다. 나는 디베이트 클럽이 꾸려지면 그 단위에서 대표와 부대표를 뽑으라고 시켰다. 그리고 이들에게 역할을 줬다. 다른 디베이트팀과 연락하는 일, 디베이트 경시대회를 위해 준비하는 일, 자기 팀을 결속시키는 일 등이다. 이런 일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연습하고 훈련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음은 인성교육. 한국에서 최근 인성교육의 위기가 지적되고 있다. 공부 일변도의 교육이 낳은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성교육이 디베이트를 통해 상당 부분 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학생들과 디베이트할 때 윤리 문제는 중요한 토론 주제 중의 하나다. 예를 들어 ‘낙태는 허용되어야 하는가’, ‘학교에서 내부자 고발은 허용되어야 하는가’, ‘동물실험은 윤리적인가’, ‘거지에게 돈을 줘야 하는가’, ‘이혼 절차를 더욱 간편하게 해야 하는가’, ‘도박은 개인의 선택인가’ 등의 문제들을 토론한다. 이런 주제들은 학생들이 주변에서 자주 마주치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쉬쉬하면서 넘어가거나 자세히 따져보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관련 자료를 읽고 친구들과 토론을 벌이게 되면 그 사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윤리관을 세워나가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해서 공부만 한 학생과 학창시절 이런 윤리적 문제를 토론해보고 성장한 학생들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에서 ‘낙태’ 문제로 디베이트한 적이 있었다. 끝난 후 한 여학생 학부모한테서 “아직 성장기인 학생에게 낙태를 토론시킨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전화가 왔다. 이 문제로 학부모 간담회를 했다. 그런데 다른 부모님들 답변이 뜻밖이었다. “어차피 자기들끼리는 속닥거리며 이야기할 텐데, 그럴 바에야 이렇게 공개석상에서 관련 자료를 읽어가며 디베이트 코치와 함께 논의를 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학창시절 이런 토론에 참가했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윤리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해본 학생과 이런 문제를 피상적으로 알고 지나갔던 학생들 차이는 분명하지 않을까. 한국 사회의 부족한 인성교육, 디베이트가 채워줄 수 있다.

다음은 자원봉사. 한국에서도 자원봉사 붐이 일고 있다. 정말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성장기에 자원봉사를 경험한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공동체를 우선하는 자세로 일할 것이다. 그런데 내 경험에 비춰볼 때 학생들 자원봉사에서 제일 좋은 것 중 하나가 ‘가르치기’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들이 방과후수업 등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런 ‘가르치기’ 자원봉사는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늘 학생의 위치에서 공부하다가 거꾸로 자신이 선생님이 되어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학생의 입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인다. 이런 경험을 하다가 다시 학생의 위치로 돌아가면 이전보다는 훨씬 성숙한 자세로 학생의 본분을 다할 수 있다. 디베이트는 자원봉사의 좋은 소재가 된다. 디베이트를 하면 디베이트를 좋아하게 된다. 디베이트를 2년 정도 열심히 한 고등학생이라면 초등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초등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자신이 그 이전 디베이트를 배울 때 보였던 모습을 회상하면 기분이 흐뭇해진다. 더욱 정성껏 디베이트를 하게 된다.

다음으로 시민의식 교육. 성장기에 디베이트를 하고 자란 학생들은 무엇 하나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책을 읽을 때도, 강연을 들을 때도 이를 비판적으로 사고한다. 나쁜 측면을 강조해서 받아들인다는 뜻이 아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안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런 훈련을 받고 자란 학생이 커서 사회에 나가면 사회현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이면까지 종합적으로 생각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생각한다.

디베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배운 협력과 페어플레이의 정신도 큰 역할을 한다. 디베이트는 대부분 다른 학생과 한 팀이 되어서 한다. 팀워크가 길러지는 것이다. 거기다 사전에 미리 정해진 형식대로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페어플레이를 배운다. 소리를 지른다고, 주먹을 휘두른다고, 강짜를 부린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받고 자란 시민이 많은 사회와 주입식 암기식 교육만 받고 자란 시민이 많은 사회를 비교해보자. 어느 사회가 더욱 건강할까? 대답은 자명하다. 디베이트는 궁극적으로 합리적인 시민사회 건설에 기여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입학에서의 도움. 디베이트는 가장 좋은 지적 활동의 하나이다. 따라서 대학교에 갈 때 긍정적인 기록이나 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미국 대학에서도 디베이트 경력은 가장 좋은 특별활동으로 인정된다. 상을 받거나 대표를 하게 되면 더욱 좋은 인상을 주게 된다. 한국에서도 입학사정관제가 확산되고 있으니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앞서 디베이트를 하면 리서치,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의 5가지 효과가 있다고 했다. 여기에 6가지 효과를 더 추가한다. 인터뷰, 리더십, 자원봉사, 인성, 시민의식, 대학 갈 때 유리한 기록이다. 도합 11가지다. 한가지 교육 프로그램으로 11가지 효과가 가능한 것이다. 누가 이를 마다할 것인가. Help@TogetherDebateClub.com

※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은 필자 사정으로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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