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꿈을 찾고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는 분당 수내고 학생들. 왼쪽부터 오솔림양, 이주현양, 김성완군.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하이퍼링크 책읽기’로 책 연결
책에 관한 책으로 독서법 터득
‘하이퍼링크 책읽기’로 책 연결
책에 관한 책으로 독서법 터득
어릴 때는 책을 많이 읽다가도 고등학교에 가면 책을 놓아버리는 아이들이 많다. 공부할 양이 늘어난데다 입시 관련 교과목을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부와 책읽기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도 강하다. 책을 읽는 행위는 공부할 시간을 뺏는 것과 같게 인식된다. 왜 책을 읽어야 하고 어떤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할지도 막막하다. 독서교육이 생활 속에 자리잡지 못한 탓이다. 분당 수내고 류대성 국어교사는 지난해 이런 고민을 담아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를 펴냈다. 류 교사의 수업을 들으며 주체적으로 읽을 것을 고르고 자신만의 효과적인 독서방법론을 갖게 된 학생들을 만나봤다.
“신문에 나온 서평이나 책 광고를 많이 봐요. 집 근처에 대형서점이 있어서 신간 코너에도 자주 들르죠. 한달에 평균 5권 정도 읽는데, 분야를 따지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 책이나 읽는 건 아니에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들면 작가의 다른 저작도 살펴보고 주제가 비슷한 책을 찾아서 읽어보죠. 예전에 맬컴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읽었는데요. 너무 흥미롭게 봐서 저자가 쓴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봤어요.” 분당 수내고 이주현(18)양은 ‘하이퍼링크 책읽기’를 즐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이퍼링크 책읽기’는 웹서핑을 하듯 책과 책을 연결해준다. 이렇게 효율적인 책읽기를 하다 보니 한 분야에 대해서도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이양과 절친한 분당 수내고 오솔림(18)양도 주체적인 책읽기를 한다.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리뷰를 읽어보고 책을 골라요. 한달에 5~10권 정도 읽는데요. 책 속에서 인용되거나 주인공이 언급한 책을 적어놨다가 나중에 찾아보곤 하죠. <소피의 세계>라는 책을 읽는데 ‘크누트 함순’이라는 작가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궁금해서 바로 저자의 책을 읽어봤어요.”
이들이 자신만의 책 읽는 방법을 터득한 데는 류대성 교사의 구실이 컸다. 류 교사는 학생들에게 책읽기의 즐거움이 뭔지를 알게 해줬다. 책으로 둘러싸인 그의 교무실 책상은 학생들의 도서관과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책읽기의 나침판이 없는 것 같아요. 입시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읽기를 하다 보니 체계적인 독서교육이 이뤄지지 못했죠. 스스로 읽고 생각하는 힘이 부족하다 보니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일부러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책꽂이에 두고 빌려주고 있습니다.” 류 교사의 수업방식은 독특하다. 수업시간에 필기를 하기보다는 작품 전체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 단편소설은 수업시간에 직접 읽어보고 작품에 대한 자유로운 얘기를 나눈다.
시험문제도 교과서 지문이 아닌 다른 지문에서 출제한다. “문학교과서가 18종인데 아이들은 학교에서 지정한 한권밖에 보지 않죠. 교과서 지문 몇쪽만 읽고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다른 지문이 나오면 문제를 풀지 못해요. 그래서 소설 전문을 모두 시험범위에 포함해서 문제를 냅니다.” 시험범위가 너무 많다는 볼멘소리도 있었지만 이제는 학생들도 적응이 됐다. 소설책 2권을 읽는 대신 시험기간에 따로 문제집을 풀지 않아도 된다. “보통 교과서에 나온 책들은 찾아서 보지 않게 되잖아요. 교과서에서 잠깐 배웠다고 평생 안 읽게 되고요. 소설책을 보면서 시험 공부도 하면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죠.” 이주현양은 시험 때 채만식의 <태평천하>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두번씩 읽었다.
류 교사는 ‘내’가 주체가 되는 ‘창의적 독서’의 시작은 재미와 즐거움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책을 읽으면 수시 지원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목적을 갖고 책읽기에 접근하면 아이들은 책과 멀어지게 됩니다. 관심과 재미에서 시작된 책읽기가 책 읽는 습관으로 이어져야 하죠. 책을 읽으면 자신의 꿈도 찾을 수도 있어요. 꿈이 명확하지 않은 학생들에겐 현실적인 접근을 하는 편이에요. 진로 관련 책을 권하는 거죠. 책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지만 누구보다 많은 길을 제시해줍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죠.”
분당 수내고의 김성완(18)군은 문예창작과에 가는 게 목표가 됐다. “함민복 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를 읽고 큰 울림을 느꼈어요. 그냥 공부하다가 우연히 본 시였는데요. 글로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소설과 시를 즐겨읽는 김군은 반 친구들에게 책을 추천해주는 전도사 구실도 하고 있다. 오솔림양도 책을 통해 초등교사의 꿈에 다가가고 있다.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를 읽고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죠. 책을 읽을 때도 ‘내가 교사가 됐을 때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봐요.” 공부든 책읽기든 모두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부와 책읽기를 별개의 영역으로 생각한다. 단순히 성적을 높이기 위한 공부는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책읽는 즐거움이 없는 공부는 효과도 떨어진다. 류 교사는 “평소에 꾸준한 책읽기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고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운 학생이 시험도 잘 본다”며 “‘책읽을 시간에 공부해라’가 아닌 ‘책읽기가 곧 공부’라는 생각으로 독서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솔림양은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 실력도 부쩍 늘었다. “한 언론사가 주최한 독서논술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독후감을 냈죠. 책을 읽고 쓰는 과정이 논술은 물론 언어영역을 푸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주현양도 책읽기를 통해 공부를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사회탐구 선택과목으로 경제를 택했어요. 어려운 개념이 너무 많아서 교과서를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죠. 선생님한테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책을 빌려서 봤는데, 어려운 경제를 쉽게 정리해 놓아서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었어요. 언어영역에 나오는 경제 지문을 읽는 데도 도움이 됐고요.” 그래도 책읽기가 쉽지 않다면 우선 ‘책에 관한 책’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책을 읽을 때 어떤 방법이 좋은지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교사는 저자의 책에 대한 열정을 통해 자극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나만의 책읽기 노하우를 배웠으면 해요. 무조건 따라하지는 말고 자신에게 필요한 방법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실천 가능한 방법 한두 가지만 적용해도 자신의 독서방법을 터득할 수 있죠.” 문학 작품에만 치우치지 않는 균형있는 독서도 중요하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는 학생들은 주로 소설을 많이 봅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소설을 넘어서야 해요. 소설 속 주인공이 인용하거나 읽고 있는 책을 보는 것은 또다른 재미죠.” 류 교사는 고전이나 신간보다는 ‘스테디셀러’를 권했다. “고전은 아이들이 읽기에 너무 어려워요. 책과 멀어지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어른이 되어서 읽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쉽고 재밌는 신간만 찾아서 골라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고요. 오랜 세월을 견딘 ‘스테디셀러’를 통해 책과 친해졌으면 합니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분당 수내고의 김성완(18)군은 문예창작과에 가는 게 목표가 됐다. “함민복 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를 읽고 큰 울림을 느꼈어요. 그냥 공부하다가 우연히 본 시였는데요. 글로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소설과 시를 즐겨읽는 김군은 반 친구들에게 책을 추천해주는 전도사 구실도 하고 있다. 오솔림양도 책을 통해 초등교사의 꿈에 다가가고 있다.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를 읽고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죠. 책을 읽을 때도 ‘내가 교사가 됐을 때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봐요.” 공부든 책읽기든 모두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부와 책읽기를 별개의 영역으로 생각한다. 단순히 성적을 높이기 위한 공부는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책읽는 즐거움이 없는 공부는 효과도 떨어진다. 류 교사는 “평소에 꾸준한 책읽기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고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운 학생이 시험도 잘 본다”며 “‘책읽을 시간에 공부해라’가 아닌 ‘책읽기가 곧 공부’라는 생각으로 독서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솔림양은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 실력도 부쩍 늘었다. “한 언론사가 주최한 독서논술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독후감을 냈죠. 책을 읽고 쓰는 과정이 논술은 물론 언어영역을 푸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주현양도 책읽기를 통해 공부를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사회탐구 선택과목으로 경제를 택했어요. 어려운 개념이 너무 많아서 교과서를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죠. 선생님한테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책을 빌려서 봤는데, 어려운 경제를 쉽게 정리해 놓아서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었어요. 언어영역에 나오는 경제 지문을 읽는 데도 도움이 됐고요.” 그래도 책읽기가 쉽지 않다면 우선 ‘책에 관한 책’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책을 읽을 때 어떤 방법이 좋은지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교사는 저자의 책에 대한 열정을 통해 자극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나만의 책읽기 노하우를 배웠으면 해요. 무조건 따라하지는 말고 자신에게 필요한 방법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실천 가능한 방법 한두 가지만 적용해도 자신의 독서방법을 터득할 수 있죠.” 문학 작품에만 치우치지 않는 균형있는 독서도 중요하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는 학생들은 주로 소설을 많이 봅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소설을 넘어서야 해요. 소설 속 주인공이 인용하거나 읽고 있는 책을 보는 것은 또다른 재미죠.” 류 교사는 고전이나 신간보다는 ‘스테디셀러’를 권했다. “고전은 아이들이 읽기에 너무 어려워요. 책과 멀어지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어른이 되어서 읽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쉽고 재밌는 신간만 찾아서 골라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고요. 오랜 세월을 견딘 ‘스테디셀러’를 통해 책과 친해졌으면 합니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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