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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서] 구구절절 사연 담긴 증언록 ‘다시 피는 녹두꽃’ / 이이화

등록 2011-02-01 19:15

1994년 12월28일 역사문제연구소의 동학농민전쟁 백주년기념사업 추진위원회에서 펴낸 <다시 피는 녹두꽃-동학농민군 후손 증언록>과 매천 황현이 쓴 동학농민전쟁사인 <오하기문>의 번역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왼쪽 셋째부터 필자, 김영중 동학유족회장, 고 이돈명 변호사 등이다.
1994년 12월28일 역사문제연구소의 동학농민전쟁 백주년기념사업 추진위원회에서 펴낸 <다시 피는 녹두꽃-동학농민군 후손 증언록>과 매천 황현이 쓴 동학농민전쟁사인 <오하기문>의 번역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왼쪽 셋째부터 필자, 김영중 동학유족회장, 고 이돈명 변호사 등이다.
이이화-민중사 헤쳐온 야인 81

1994년 3월 동학농민혁명 유족회가 결정되면서 여러 기념행사마다 많은 유족들이 참여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유족회는 첫 사업으로 그해 5월 농민군의 명예회복과 서훈 문제를 담은 ‘겨레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각계에 발송했다. 또 백추위에서 추진하는 유족 증언록 발간 작업을 위해 후원금 모금을 도와주었다. 그 결과 그해 12월 말에는 <다시 피는 녹두꽃>과 <전봉준과 그의 동지들>이란 제목으로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은 증언록이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의 단결력은 대단히 높았고 유대도 돈독했다. 회원의 애경사 때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몰려들어 위로했다. 유족회는 많은 활동을 벌인 끝에 오늘날에는 회원이 1만명을 넘는 거대 단체로 발전했다.

그밖에도 동학 100돌 기념전시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김정헌)를 비롯해 홍천·진주·장흥·태안·예산 등지에서 기념단체가 속속 발족해 지역 단위로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기념단체가 전국에 걸쳐 11개를 헤아리자 100돌 행사를 앞두고 이들을 묶을 연합조직이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각 단체의 대표자들이 모여 논의한 끝에 93년 12월13일 ‘동학농민전쟁 1백주년 기념사업단체 협의회’(동단협)가 결성되었다. 앞서 백추위에서는 여러 기념단체들이 진행하는 사업의 조정과 협조를 위한 통일적인 협의체 구성의 필요성을 적은 발의문을 돌렸고 이에 각 단체들이 호응한 덕분이었다. 그 뒤 여러 차례 준비회의를 거친 끝에 전주의 동백장 여관에서 창립총회를 했다. 50여명이 회의를 하고 뒤풀이를 하고 잠을 잘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방이었다. 회의가 한창 열기를 더하자 목소리가 커져 여관방이 떠나갈 정도로 시끌시끌했다. 또 전주 동백사 강당의 기자회견장에는 실무자 80여명이 참석했고 기자도 수십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동단협에는 9개 단체가 가입했고 공동대표로는 지역 대표성을 반영해 김범수(진주)·명노근(광주)·염무웅(민예총)·이이화(백추위)·한승헌(전주) 등이 추대되었다. 천도교 관련 단체는 종교 성격, 정읍의 기존 단체는 ‘관변’이어서 제외하기로 했다. 동단협에서는 먼저 100돌을 맞이하는 의의를 표명하고 ‘다시 쓰는 사발통문’ 공포식을 열며 기념사업의 지원·협조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 주요한 사업으로는 기념주간 선포, 국가가 공식 인정하는 농민군 서훈 수여, 주요 전적지의 국가 사적지 지정, 주요 지역 기념물 건립 등을 하기로 했다.

이이화 역사학자
이이화 역사학자
이 자리에서 발표된 창립선언문은 ‘우리가 의를 들어 여기에 이름은 결코 딴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창생을 도탄 속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 위에 두고자 한다고 했던, 한 세기 전 이 땅에 울려퍼진 동학 농민군의 장엄한 창의문을 떠올리며 우리는 오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자랑스런 유산을 닦고 빛내는 일에 모두가 나설 것을 칠천만 겨레에게 호소한다’로 시작했다. 이어 ‘우리들은 우리의 정성이 온겨레의 가슴으로 번져 새로운 사회를 열어나가는 건강한 힘으로 솟아날 것을 기대하며, 백년 전 반봉건·반외세를 소리 높이 외쳤던 동학 농민군의 기백을 되살려 자유·평등이 실현되는 통일조국을 앞당겨 나갈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로 마무리지었다.

그 결의 내용으로는 ‘민족자주와 민주개혁을 지향하고, 농민군의 명예회복을 추진하며, 백주년 행사의 남북 등 민족 사업화, 그리고 고통받는 농민들과 뜻을 같이한다’는 것을 내걸었다. 이 선언문은 여러 의견을 모아 나와 우윤이 작성했다. 거창하게 들릴 줄 모르지만 우리는 그런 결의로 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창립 총회를 마친 일행 대부분은 이날 오후 정읍으로 옮겨가 이평면 장대리 전봉준 고택에서 ‘다시 쓰는 사발통문’ 공포식을 하며 100돌을 맞이하는 자세를 새롭게 했다.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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