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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서] 민족·민중 중심에 둔 ‘한국사 이야기’ 첫 결실 / 이이화

등록 2011-02-14 18:55

필자가 10년 장기 기획으로 집필에 도전한 지 3년 만인 1998년 6월 고대사 부분 4권이 <한국사 이야기>란 제목으로 처음 출간됐다. 이후 2004년까지 전 22권이 완간됐다.
필자가 10년 장기 기획으로 집필에 도전한 지 3년 만인 1998년 6월 고대사 부분 4권이 <한국사 이야기>란 제목으로 처음 출간됐다. 이후 2004년까지 전 22권이 완간됐다.
이이화-민중사 헤쳐온 야인 88
‘한국통사’ 집필에 도전한 지 3년 만인 1998년 6월 <한국사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고대사 4책이 첫 결실을 맺었다. 이 대목에서 몇 가지 집필 방향을 말해본다.

첫째, 민족사·민중사·생활사를 중심으로 서술했다. 민족사와 민중사는 결코 상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관점을 지니고 썼다. 우리 민족국가는 중국이나 북방민족에게 무수한 외침을 받으면서 전쟁을 벌였으나 방어적이고 침략적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 했던 것이다. 따라서 근대 제국주의적 침략 과정에서 나타난 침략적 민족주의와 구분하려 한 것이다.

민중사는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천민 또는 노비의 정서와 처지를 소박하게 추적해보려는 의도였지 계급투쟁적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게 아니었다. 생활사는 현대 산업사회 들어 급격한 생활문화의 변화에 따라 그 중요성이 강조돼왔기에 이를 바르게 알리려는 생각이었다.

둘째, 한반도가 지정학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관에서 우리 역사를 빙하기부터 시작했다. 다시 말해 땅의 역사를 풀어보려는 의도였다.

셋째, 단군을 신화나 실존 인물로 다루지 않고 부족국가의 단계를 이은 군장으로 다루었다. 우리 역사에서 단군 문제는 너무나 상반된 주장이 엇갈려왔다. 북한에서는 1993년, 종전과는 다르게 5000년 전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평양시 강동군의 한 무덤에서 단군과 그 아내의 유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실존 역사인물로 다루려는 의도를 보였다.

북한에서는 단군릉을 조성한 뒤 94년 대대적인 완공식을 하면서 남쪽의 전공학자 또는 관련 인물을 초청했는데, 그 대상은 김원룡·송건호·강정구·안병욱 그리고 나를 포함한 11명이었다.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우리들은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참석할 수 없었다. 나는 단군을 <삼국유사> 등의 기록을 통해 재해석하면서 굳이 신비적인 요소를 배제하되 북한의 의도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단지 우리 민족정서에서 단군을 국조로 받들면서 민족 자존의 한 상징이 되었다는 점을 간과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이화 역사학자
이이화 역사학자
넷째, 고구려·백제·신라를 같은 민족이 세운 동일한 민족공동체로 보고 혈연·언어·풍속이 같다는 논지를 폈다. 언어의 동일성은 서로 통역을 두지 않고 대화를 나누었다는 점, 모두 북방이나 한반도에서 나라를 열었으나 동이족 또는 예맥족의 후예라는 점을 들었고, 온돌이나 씨름 등 생활이나 풍속을 공유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다섯째, 삼국을 통일한 신라와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를 우리 역사의 흐름으로 보아 남북국시대로 다루었다. 발해는 건국한 뒤 일본 등과 교류하면서 끊임없이 ‘고구려의 후예’라고 강조했음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 발해의 한 구성원이었던 말갈족은 북방에서 근거를 틀었으나 한민족과 같은 갈래였다는 전거를 들었다.


나는 영감으로 역사를 서술하지는 않지만 역사적 상상력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게 더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이 책이 나오자 학계는 물론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모든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서술 체계를 다루기도 했다. 아마 개인 혼자서 가장 분량이 많은 통사를 쓴다는 점도 관심을 끌었던 모양이다. 또 “쉽고 재미있고 의미있는 역사책을 쓴다”고 내걸었는데 이 점도 대중적인 주목을 받았던 것 같다. 역사 대중화를 표방하면서 문장이 유려하고 중간제목도 ‘공자도 오고 싶어했던 동이의 나라’와 같이 에세이 방식으로 처리해 특이하다고 본 것이다. 사실 강옥순과 같은 유능한 편집자가 아니었으면 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원문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의미를 충실하게 반영하면서 손질을 하고 보충하려 애썼다.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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