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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길을 찾아서] 기금 낸 인사들 줄조사…험난한 ‘고구려 역사 보전’ / 이이화

등록 2011-03-02 20:40

아차산 고구려 유적 발굴을 계기로 구리시는 시민단체와 손잡고 2002년 장자못공원에 광개토대왕 동상을 세운 데 이어 2008년 실물 크기의 광개토대왕 복제비를 제막했다. 필자가 이사장을 맡은 고구려문화보전회도 적극 참여했다.
아차산 고구려 유적 발굴을 계기로 구리시는 시민단체와 손잡고 2002년 장자못공원에 광개토대왕 동상을 세운 데 이어 2008년 실물 크기의 광개토대왕 복제비를 제막했다. 필자가 이사장을 맡은 고구려문화보전회도 적극 참여했다.
이이화-민중사 헤쳐온 야인 100
2004년 고구려역사문화보전회가 발족한 뒤 우리 관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회원 모집에 힘을 기울였다. 나는 전국을 돌며 고구려를 주제로 한 강연을 다녔다. 그럴 때마다 회원 카드를 늘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청중들에게 가입을 권유했다. 이 문제만은 정치적 의미가 없어서인지 호응이 매우 높았다. 회비는 월 1만원 이상으로 정했다. 이사장으로서 내가 모집한 회원은 400여명이었는데 전체의 3분의 1쯤 차지했다.

고구려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재벌 쪽에서도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삼성 사장단의 조찬강연에는 60여명이 서울시청 앞 당시 삼성본관에 모였다. 이때 강연료가 300만원이었는데 이는 그때껏 내가 받은 최고액이었다. 또 무역협회 조찬강연에서는 200만원을 받았는데 일종의 장려금이었던 셈이다.

한편 구리시에서는 일찍이 서길수 교수(서경대)의 도움을 받아 수택동 장자못 공원에 광개토대왕 동상을 세워 놓았고 시청 앞에는 고구려 북을 매달아 놓았으며 뒤이어 아차산 밑 우미내 골짜기에 고구려 대장간 마을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어 2008년 서영수 교수(단국대) 등이 주관해 광개토대왕 동상 옆에 중국 길림(지린)성 집안(지안)현에 보존된 원형을 고증해 실물 크기로 복제한 ‘광개토대왕비’를 세웠다. 아차산 자락에서는 해마다 온달제를 거행하기도 했다. 고구려역사기념관과 테마공원을 조성해 실물 모형의 유적을 전시하는 계획도 있었다. 구리의 고구려~한강 건너 풍납토성의 백제 유적~남한산성~서울 광진구를 잇는 교육장 또는 관광지를 조성함으로써 고구려가 민족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보전회에서는 2007년 행정자치부에 등록을 하고 기금을 조성했는데 박영순 시장과 손태일 부이사장이 중심이 되어 현금과 약정금을 포함해 25억원을 모았다.

그 무렵 나는 아치울을 떠나 파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운데다 대규모 모금이나 범국민운동을 벌일 능력도 모자란다고 여겨 2008년 5월 보전회의 이사장을 내놓았다. 또 한가지 이유는, 이명박 정부도 고구려 문제만은 당파성을 벗어나 제대로 대응을 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정부 쪽에 영향력을 지닌 인사가 이사장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후임 이사장에는 구리에 있는 두레교회의 김진홍 목사를 추대했는데 모금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그 뒤 보전회의 사업은 거의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가 동북공정이나 고구려 문제에 거의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동북아재단을 축소·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둘째로는 고구려 사업은 박영순 시장과 특정 정당에서 벌이는 사업이라고 보수정당의 몇몇 인사들이 악선전을 하면서 방해를 놓은 것이다. 이는 구리의 많은 유지와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깎아내리는 태도였다. 평소 이사회나 회식을 할 때도 늘 허름한 대중음식점에서 모였는데 심지어 코흘리개 학생 돈을 모아가지고 흥청망청 써댄다는 험담도 나돌았다. 이사장으로서 나는 그 흔한 법인카드 한번 써본 적이 없고 때때로 내 돈으로 음식값·술값을 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구성원은 모두 이런 몸가짐을 가졌으며 임은식·김주영 등 실무자들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사례비를 받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다녔다. 또 하나는 서울 광진구청이 경쟁적으로 사업을 벌여 초점이 흐려졌다. 고구려의 보루가 두 지역에 나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문화부에서 공동으로 사업계획을 추진하라는 요청도 있었고 구체적 사업 계획을 조정하기도 했다.

역사학자 이이화
역사학자 이이화
이런 과정에서 2009년 4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작은 사달이 벌어졌다. 의정부에 있는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첩보가 들어와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 구실로 보전회 이사와 고문 그리고 기금을 낸 인사를 거의 망라해 영장도 없이 불러다가 ‘참고인 진술’을 받는 조사를 벌인 것이다. 이들 수십명은 연일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수사팀은 우리집에도 찾아와 간접위협을 하기도 하고, 출석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어댔으나 나는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고문이었던 노태우 교수(경기대)는 경찰에 불려갔을 때 “보전회 사람들은 역사와 국가를 위해 헌신했는데 이게 무슨 짓이냐”고 외려 훈계를 해주었다고 전해주었다.

여기에 부정이 있을 턱이 없었으니, 선거가 끝나자 수사는 흐지부지 종결되었다. 하지만 간접피해는 엄청났다. 시민들 가운데는 우리 보전회가 부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여기는 이도 있었고 기금을 내려던 인사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보전회 관계자들은 사업을 마무리하고자 지금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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