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린 리. 디베이트 교육 전문가
[함께하는 교육]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
한국 상황에서는 1주일에 한번도 소화 가능
이슈의 ‘본질’과 ‘지엽’을 구분하는 능력 길러
한국 상황에서는 1주일에 한번도 소화 가능
이슈의 ‘본질’과 ‘지엽’을 구분하는 능력 길러
12. 우리 아이, 어떤 디베이트 형식으로 토론하는 것이 좋을까?
13.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14. 실제 디베이트 참가 학생의 학부모 간담회 스케치
앞으로 한국에는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가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 기회에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란 토론 주제를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팀끼리의 디베이트다. 디베이트의 핵심은 자신의 입장이 일반 시민 같은 비전문가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근거의 제시, 조리 있는 논리가 핵심이 된다. 폴리시 디베이트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링컨 더글러스 디베이트가 주제의 핵심가치에 중점을 두는 반면,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는 토론 주제를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데 초점을 둔다. 폴리시 디베이트처럼 증명의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이 점에서 초·중·고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미국에서는 엔에프엘(NFL)에서 토론 주제를 매달 발표한다. 그러니까 한 달에 1개의 주제를 진행한다. 하지만 나는 이게 한국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무엇엔가 열중하면 뜨겁게 집중하는 한국인 특유의 열정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한국에서 클래스를 진행해볼 때 처음 디베이트를 접하는 학생들도 일주일에 하나씩 주제를 충분히 소화했다. 캠프 때는 2박3일 동안 4가지 주제와 5개의 워크숍을 거뜬하게 소화해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격주 또는 매주 디베이트 주제를 소화하는 일정이 적절하리라 본다. 주제는 대개 실제 디베이트 일주일 전에 학생에게 제공해서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시작은 동전 던지기로 한다. 하지만 연습할 때는 꼭 이럴 필요가 없다. 나는 매주 디베이트 연습 때는 동전 던지기를 통해 편과 순서를 정한 뒤 20분 정도 분반활동 시간을 줬다. 서로 논리를 확인하고 전략을 짤 시간을 준 것이다. 물론 실제 대회에서도 이럴 수는 없다. 동전 던지기를 할 때 먼저 팀별로 동전의 한 면을 선택하게 한다. 다음 동전을 던져 위로 향한 면을 선택했던 팀이 이긴 팀이 된다. 이긴 팀은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까, 찬성이든 반대든 지지하고자 하는 쪽을 선택하거나 발언 순서에서 시작이나 끝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 이게 어떤 의미를 갖는 절차일까? 첫째, 디베이트 직전에 동전 던지기를 한다는 것은, 이때까지 자신이 찬성팀에 서게 될지, 반대팀에 서게 될지 모른다는 뜻이 된다. 즉, 디베이트에 임하는 학생들은 모두 찬성과 반대 양편에서 준비를 해야 한다. 둘째, 디베이트의 찬성/반대는 자신의 기호와 상관없이 정해지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참가자로서는 좀더 유리하게 보이는 편이 있기 마련이다. 또는 자신의 팀이 훨씬 강하게 준비해온 편이 있기 마련이다. 반대로 상대팀을 분석해볼 때 상대팀에게 유리한 편이 있을 수 있다. 혹은 상대팀이 약한 편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동전 던지기를 통해 이긴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진 편한테도 기회가 있다. 나머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팀을 맡게 되었지만 먼저 이야기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제일 먼저 발언한 수도 있다. 결국 동전 던지기는 참가자들이 디베이트 전략을 결정하는 기회로 작용한다.
다음은 입안(Constructive Speech) 순서다. 먼저 각 팀에서 한명씩 나와 정해진 순서대로 해당 주제에 대한 찬성/반대의 입장을 발언한다. 동전 던지기에 따라 반대가 먼저 발언할 수도 있다. 이때 준비한 내용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하더라도 이후의 반박 순서나 요약 순서, 마지막 초점은 상대편의 논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수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첫번째 순서만큼은 자신이 준비한 그대로 발언한다. 그런 만큼 심판이나 청중에게 인상적인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 관심이 큰 만큼 조리 있는 논리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발언자들은 ①주제에 대한 해석 및 소개 ②주제에 포함된 핵심 어휘의 정의 ③주제에 대한 찬반의 주장 포인트를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중 ③에 대해 주의하는 게 좋다. 의욕에 넘쳐 여러가지를 나열식으로 주장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대신 자신의 주장 포인트를 3~4가지로 정리해서 말하는 게 좋다. 발언자는 이상의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한 다음 발언을 마치는 것이 좋다.
첫번째 교차질의(Crossfire)는 직전에 발언한 두 토론자들끼리의 대결이다. 이 순서에서 토론자는 교차질의 동안 단상 앞에 서 있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첫번째 질문은 발언을 막 끝낸 발언자에게 반대자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 이후 이제는 어느 편이든 서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다. 이 순서가 가장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또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반박 순서와 어떻게 다른지 구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순서의 특징은 바로 앞서 발언한 두 발언자 모두에게 발언권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에 서로가 발언할 수 있다. 그래서 교차(Cross)가 된다. 이에 비해 반박은 온전히 해당 발언자만 발언할 수 있다. 우선 이 점에서 교차질의와 반박이 다르다. 또 이 순서는 질의/응답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반박은 일방적으로 해당 순서의 발언자가 하는 것이다.
질문은 상대방의 논리 허점을 지적하는 게 좋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순서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예를 들어, 사형제도를 옹호하는 찬성 발언을 끝낸 발언자에게 “최근 미국에서 40년 만에 살인 누명이 벗겨진 사례를 아느냐?”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토론 현장에서는 이런 질의/응답이 결과적으로는 자기 팀의 입장을 옹호하고, 상대팀을 반박하는 내용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발언을 오래 한다고 좋은 점수를 받지는 않는다. 지루한 발언, 무례한 발언, 요점 없는 발언, 상대방을 방해하는 발언, 비난하는 발언 모두 감점 대상이다. 깔끔하게 발언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반박(Rebuttal) 순서에서는 두번째 토론자가 발언한다. 두번째 발언자는 첫번째 발언자에 비해 부담이 있다. 첫번째 발언자는 준비한 그대로, 찬성과 반대를 나눠 발언하면 된다. 그런데 두번째 발언자는 상대방의 첫번째 발언자가 발언한 내용을 분석해서, 이를 반박하면서 우리 팀의 입장을 옹호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크로스파이어에서 제기된 우리 팀에 대한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그러면서 만약 새롭게 제시할 주장이 있다면 이 단계에서 발표해야 한다. 이 발언을 심판과 청중들은 들으면서 어느 점이 논쟁의 포인트가 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두번째 교차질의(Crossfire) 역시 직전에 발언했던 두 사람이 참가한다. 역시 양쪽의 토론자는 두 사람이 교차질의를 진행하는 동안 서 있어야 한다. 요령은 첫번째 교차질의와 같다.
요약발언 (Summary Speeches)을 요약 (Summary)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단계에서부터는 새로운 논쟁거리를 제시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전에 제시한 포인트에 대한 상대방 반박을 재반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나 사실, 의견을 말하는 것은 허용된다. 또 요약을 단순한 반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요약은 단지 2분만 주어진다. 결국 이 순서를 통해 발언자는 자기 팀에 유리한 핵심적인 논점을 간추려서 정리하고, 또 불리한 점은 방어해야 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그러자면 전반적인 토론에 대한 요약도, 핵심 포인트 정리도 간략한 것이라야 한다.
전원 교차질의(Grand Crossfire) 순서에서는 네 명의 토론자 모두 질의/응답의 발언권을 가진다. 이전의 교차질의와는 달리 착석한 상태에서 심판과 청중을 향하고 발언한다. 첫번째 발언을 하는 팀이 마지막에 발언을 하기로 한 팀한테 첫 질문을 한다.
마지막 초점(Final Focus) 역시 2분 주어진다. 긴 시간이 아닌 만큼 핵심 쟁점에 집중해야 한다. 그 쟁점에서 우리 팀이 명확한 우위를 지니고 있다는 점과 상대팀이 허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내야 한다. 그 쟁점이 오늘의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함을 주장한다. 이런 훈련을 여러차례 거듭하면 참가 학생들은 어떤 사안에서 가장 관건이 되는 이슈와 부차적인 이슈를 구별하는 안목을 기르게 된다. 판단을 할 때 가장 중시해야 하는 요인을 찾아내는 훈련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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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동전 던지기로 한다. 하지만 연습할 때는 꼭 이럴 필요가 없다. 나는 매주 디베이트 연습 때는 동전 던지기를 통해 편과 순서를 정한 뒤 20분 정도 분반활동 시간을 줬다. 서로 논리를 확인하고 전략을 짤 시간을 준 것이다. 물론 실제 대회에서도 이럴 수는 없다. 동전 던지기를 할 때 먼저 팀별로 동전의 한 면을 선택하게 한다. 다음 동전을 던져 위로 향한 면을 선택했던 팀이 이긴 팀이 된다. 이긴 팀은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까, 찬성이든 반대든 지지하고자 하는 쪽을 선택하거나 발언 순서에서 시작이나 끝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 이게 어떤 의미를 갖는 절차일까? 첫째, 디베이트 직전에 동전 던지기를 한다는 것은, 이때까지 자신이 찬성팀에 서게 될지, 반대팀에 서게 될지 모른다는 뜻이 된다. 즉, 디베이트에 임하는 학생들은 모두 찬성과 반대 양편에서 준비를 해야 한다. 둘째, 디베이트의 찬성/반대는 자신의 기호와 상관없이 정해지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참가자로서는 좀더 유리하게 보이는 편이 있기 마련이다. 또는 자신의 팀이 훨씬 강하게 준비해온 편이 있기 마련이다. 반대로 상대팀을 분석해볼 때 상대팀에게 유리한 편이 있을 수 있다. 혹은 상대팀이 약한 편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동전 던지기를 통해 이긴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진 편한테도 기회가 있다. 나머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팀을 맡게 되었지만 먼저 이야기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제일 먼저 발언한 수도 있다. 결국 동전 던지기는 참가자들이 디베이트 전략을 결정하는 기회로 작용한다.
한 디베이트 대회에 참가한 학생이 발언할 요지를 메모하고 있다. 디베이트를 하게 되면 학생들은 이렇게 늘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을 한다. 사진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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