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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길을찾아서] 유례없는 탄압 이긴 전교조…그 역사 전할 터 / 정해숙

등록 2011-05-15 22:06수정 2011-05-29 15:16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교직원 합법노조’ 산파 구실
“참교육 지지, 고마움 전할것”
연재 시작하는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그의 교육운동은 싸우는 투쟁이 아니라 내면의 힘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과정이었다.’

1993년 10월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서 그는 ‘해직교사들의 전교조 탈퇴 조건부 복직 수용’을 전격 발표했다. 1524명의 해직교사 가운데 1294명이 교단으로 복귀하게 되는 ‘용기있는 결단’의 주인공이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갖춰 입은 여성이라는 데 여론의 시선은 더 쏠렸다.

우리 사회의 진보를 개척해온 인물들의 삶을 되밟아보는 ‘길을 찾아서’ 10번째 주인공인 정해숙(75·사진) 전 전교조 위원장은 그렇게 ‘참교육의 큰 스승’으로 대중 속에 남아 있다.

그때부터 4년 동안 첫 여성 위원장으로서 교육개혁 실천 운동을 이끈 그는 ‘비합법 반체제’의 강성 투쟁 조직으로 내몰렸던 전교조 합법화의 ‘산파’ 또는 ‘거멀못’으로 불린다.

“89년 5월28일이 전교조 생일이니까 올해 22돌이네. <한겨레>보다 한살 젊구만. 그해 2월 ‘한겨레신문’ 1면에 실렸던 ‘상반기 중 전교조 결성’ 기사가 지금도 기억나. 5월에 연세대에서 전국 2000여명의 교사가 모여 결성대회를 열었더니 문교부에서 1527명의 노조 가입 교사를 무더기로 쫓아냈잖아. 나도 8월 초 해직 통지서를 받았지.”

그로부터 8년을 닫힌 교문을 열고자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던 그는 복직을 한 지 1년 남짓 만인 99년 8월 교원 정년 단축으로 퇴임했다. “그나마 한달 전에 전교조가 합법화돼서 ‘유종의 미’를 거둬 미련은 없었어.”

광주 금남로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란 그의 꿈은 애초 의사였다. 그러다 갑자기 가세가 기울며 어머니마저 쓰러져 의대를 그만둬야 했고, 결혼한 뒤 우연히 수학교사 채용시험에 합격해 61년부터 교사의 길로 들어섰다. “솔직히 ‘생계형 교사’로 시작했다”고 털어놓는 그는 아이들에게 납부금을 독촉하고 성적순으로 줄을 세워야 하는 담임교사 노릇이 싫어서 사서 담당을 지원해 도서관운동도 열심히 했다.


“누구도 유신의 서슬을 피할 수가 없었던” 74년 그는 당시 전남고 교사였던 문병란 시인을 대신해 광주지역 고교 독서대회 지도교사를 맡으면서 중앙정보부의 감시 대상으로 찍힌다. 그럼에도 눈치보지 않고 “종종 사고를 쳤다”는 그의 ‘정의파 기질’은 여고 때 전국체전 대표까지 했던 농구선수 경험과 함께 일제 때부터 민족운동을 한 외숙 최장진 선생의 영향이 컸다.

70년대부터 고 윤영규 전교조 초대 위원장과 함께 광주YMCA교사협의회에 참여해 민주·민족교육을 고민하던 그는 82년 교사 선서 사건, 83년 민중교육지 사건을 겪은 뒤 86년 5월 전국 5개 도시에서 동시에 이뤄진 교육민주화 선언에 광주지역 공립교사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87년 민주교육추진전국교사협의회 발족 때 부회장을 맡으며 전면에 나섰다.

퇴임 뒤에도 줄곧 교육 현장을 누벼온 그는 80년 광주항쟁을 겪으며 깨친 생명평화운동과 교육운동의 마지막 과제인 통일운동에 깊은 애정을 쏟고 있다. 83년 청화 스님과의 인연으로 참선 공부를 시작한 그는 스님이 입적한 곡성 성륜사 신도회장이자 인드라망생명공동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혹독한 탄압을 이기고 싸워서 건설해낸 전교조의 존재 그 자체가 바로 ‘살아있는 신화’다.”

퇴임 직후 펴낸 <참교육의 함성>에서 밝힌 것처럼, 그는 이명박정부 들어 다시금 해직과 탈퇴의 위기를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당당한 자부심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교사로서 한평생은 늘 보람찼다”고 회고하는 그는 ‘길을 찾아서’ 연재를 통해 참교육을 지지해준 가족과 교사 동지들과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글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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