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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읽는 법

등록 2011-05-23 10:59

핵심을 요약하는 법은 배우되
감정 노출, 근거 부족은 안돼
김창석 기자의 서술형·논술형 대비법 /

48. 논술을 위한 신문 읽기 상
49. 논술을 위한 신문 읽기 중
50. 논술을 위한 신문 읽기 하

신문 사설을 두고 논리적인 글의 모범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글쓰기를 위해 사설을 읽거나, 모아두거나, 베껴쓰기도 한다. 그러나 사설을 교과서처럼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 누구라도 흔쾌히 동의할 정도로 좋은 글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라거나 지나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논술을 위해 매일 사설을 읽어왔던 이들이라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배워야 할 점과 배우지 말아야 할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주장을 요약해서 명확히 하는 점은 배워야 한다. 요약하려면 주장하는 내용 가운데 핵심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본질과 지엽을 구분할 줄 안다는 얘기다. 요약한다는 것은 생각을 구조화할 줄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세우려는 주장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겠다”, “주장을 평면적으로 나열해서 글을 다 읽어봐도 어떤 점을 강조하려는지 알 수 없다”는 등의 지적을 받는 이라면 논리를 요약·정리하는 법을 사설에서 배울 일이다.

사설의 약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우선 근거의 부족이다. 주장을 지나치게 요약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논술은 무엇보다 설득하는 글인데 근거가 부족하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설에 근거가 부족한 이유는 무엇보다 사설의 분량이 적어서다. 분량이 적은데 한 이슈에 대한 완결적인 주장을 펼치려다 보니 논리의 비약이 심해지고 근거는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할 논증을 빠뜨리거나 한두 가지 사례를 두고 전체의 양상인 것처럼 성급하게 일반화하기도 한다. 중요한 전제를 빠뜨리고 결론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심각해지면 사설이 논설문이 아니라 선동을 위한 연설문처럼 읽히기도 한다.

감정적인 내용과 표현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논리에 기대기에 앞서 감정에 기대길 좋아하는 사설이 뜻밖에 많다. ‘가증스럽다’ ‘뻔뻔하다’ ‘철면피 같다’ ‘파렴치하다’와 같은 표현들도 보인다. 감정의 극치에 다다라 더는 참을 수 없을 때 나오는 것들이다. 이런 표현을 쓰게 되면 이슈의 ‘내용’보다는 특정한 인물의 ‘인격’을 문제 삼게 된다. 내용보다는 인물에 집착해 해당 인물의 과거 행적 같은 것을 물고 늘어지게 된다. 감탄·영탄·반복·대구 등의 수사법도 등장하는데, 문학적 글쓰기에는 좋지만, 논리적인 글에서는 곤란하다.

사설이 이렇게 수시로 감정을 폭발하는 이유는 신문의 지나친 정파성 때문이다. 사안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현실 정치세력의 이해득실을 따져 보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이 앞서고,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뒤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단 한 명도’ ‘100%’ ‘전적으로’ ‘단언컨대’와 같은 단정적 표현들도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쓰일 때가 많다.


사설의 주제도 논술에서 참고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사설은 그날그날의 주제를 글의 주제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좀더 깊이있고 근본적인 논의를 글의 주제로 삼기가 힘들다. 사설은 해당 일자의 세부적·지엽적 이슈에 매달리지만, 논술시험에서는 좀더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이며, 역사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기를 요구하는 주제가 나온다. 예를 들어 국책사업 공약의 후유증으로 지역 분열이 심해질 때 신문들은 흔히 국책사업을 대통령 선거의 공약으로 쉽게 내걸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쓴다. 왜 국책사업으로 지역의 민심을 사로잡는 행태가 한국 정치에 뿌리내렸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해법에 대해 쓰지 못하는 것이다. 사설은 이처럼 그날그날의 이슈와 연결돼 보이는 표면적·피상적 접근을 주로 한다. 이에 견줘 대학에서 요구하는 논술 주제는 이보다 추상 수준이 높은 곳에 있다. 서울(또는 수도권)과 비서울 사이의 간극, 정치에서 신뢰의 문제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사설을 실마리 삼아 좀더 깊이있는 생각을 하려면 책이나 자료 등 깊이를 갖춘 자료를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kimcs@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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