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석 기자의 서술형 논술형 대비법
(51) 논술 주제 정리법
개념·전개과정·쟁점·대안 등 순서로
입체적·총체적·심층적 사고의 조건
(51) 논술 주제 정리법
개념·전개과정·쟁점·대안 등 순서로
입체적·총체적·심층적 사고의 조건
논술 고사를 대학입학 시험으로 치르는 대학의 교수들 가운데는 수험생들의 글을 평가해본 이들이 있다. 그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이 있다. “비슷한 글을 쓰는 학생들이 유난히 많다”는 게 그것이다. 누가 쓴 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고만고만한 주장을 펼치고 근거를 댄다는 얘기다. “10명이면 6~7명 정도는 거의 비슷한 글을 쓴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공교육 시스템이 가르치는 내용이 고만고만하기 때문이다. 획일적인 교과서와 커리큘럼은 학생들의 생각을 일색화한다. 암기식 공부법은 글쓰기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품게 한다. 자신만의 생각을 풀어놓는 게 글쓰기의 본질인데도 마치 정답이 있는 시험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논리적인 글쓰기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펼치려면 고만고만한 내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논술의 주제(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게 필수다. 논제를 폭넓고 깊이있게 정리하다 보면 사안을 종합적·총체적·심층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비슷비슷한 글을 쓴다는 건 논제를 부분적·단면적·피상적으로 본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예를 들어 반값 등록금 문제를 주제로 논술을 쓴다고 해보자. 반값 등록금 이슈에 대한 현재의 쟁점에 관해서만 다룬다면 주로 정책의 우선순위에 관한 것(등록금 줄이는 것이 우선인가, 부실대학의 구조조정이 우선인가)과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한 것이 논지와 논거의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언론이 다루는 문제는 이런 쟁점에 집중해 있다. 그러나 언론이 다루는 방향과 내용에만 집중한다면 이 문제가 지니고 있는 구조적·역사적·본질적 측면에 대한 이해를 하기 어렵다. 반값 등록금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을 제대로 알려면 고등학교 졸업자의 83%가 대학에 가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10년 전에 비해 대학진학률이 이렇게 높아진 이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대학교육이 의무교육처럼 변하게 된 배경에는 학력이나 학벌이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현실도 알아야 한다. 무상급식과 같이 모든 대학생을 대상으로 반값 등록금을 적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따져보려면 보편적 복지나 선별적 복지와 같은 복지 개념에 대해서도 정리해야 한다.
논제 정리는 크게 4가지 범주로 나눠 하면 좋다. 먼저 개념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 어떤 이슈라도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 나온다. 그 개념에 대한 정확하고 권위있는 정의를 내려야 한다. 보통 국어사전과 백과사전, 해당 분야 전문사전을 이용하면 정의를 내릴 수 있는데 이것으로 부족할 경우에는 책과 논문을 활용하면 된다.
개념 정리가 됐다면 그 사안의 배경이나 전개과정을 정리해야 한다. 어떤 일이나 사건을 계기로 이슈가 됐는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신문기사나 책을 이용하면 쉽게 정리할 수 있다. 그다음에는 쟁점과 논점을 정리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정리는 논술을 잘 쓰기 위해 특히 중요하다. 쟁점과 논점을 잘 정리해야 논증과정에서 쓸 수 있는 재료가 풍부해진다. 근거로 내세울 수 있는 내용이 정확하고 구체적이어야 글을 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는 대안과 전망을 정리한다. 대안과 전망은 원인 분석과 깊이 연결돼 있다.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대안의 방향성과 내용이 제대로 잡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보통 A4 용지 다섯장 이상의 분량으로 정리해야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글 내용을 그대로 발췌하기보다는 자기 식대로 발제하면서 정리하는 게 효과가 크다.
논제 정리를 하다 보면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논제 정리를 하기 전에는 한 이슈에 대한 접근이 피상적이고 즉흥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면 논제 정리를 한 뒤에는 사안에 대해 입체적이고 깊이있게 접근하게 된다. 논술이 단순하고 과격해지는 건 이슈에 대한 파악이 평면적이거나 피상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kimcs@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