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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길을찾아서] 교육민주화 이끈 ‘두바퀴’ 전교협과 평교사회 / 정해숙

등록 2011-07-21 20:02

1987~89년 무렵은 평교사회를 중심으로 교사채용 강제기부금 반환, 촌지 거부 등등 갖가지 교육 폐습 철폐와 개혁 요구가 전국적으로 전개된 교육 민주화 운동의 정점이었다. 88년 8월 광주 진흥중학교 두 교사의 양심선언으로 시작된 교사채용 강제기부금 반환 투쟁도 파장이 컸다. 사진은 이를 보도한 그해 10월22일치 <동아일보>
1987~89년 무렵은 평교사회를 중심으로 교사채용 강제기부금 반환, 촌지 거부 등등 갖가지 교육 폐습 철폐와 개혁 요구가 전국적으로 전개된 교육 민주화 운동의 정점이었다. 88년 8월 광주 진흥중학교 두 교사의 양심선언으로 시작된 교사채용 강제기부금 반환 투쟁도 파장이 컸다. 사진은 이를 보도한 그해 10월22일치 <동아일보>
정해숙-아름다운 선생님의 멘토 49
1987년 9월부터 89년 5월 전교조 결성 때까지 2년가량 되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전국교사협의회(전교협)는 교육 민주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전교협의 투쟁이 뜻깊은 성과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안에 평교사회가 조직돼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교협과 단위학교의 평교사회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교육 민주화와 학교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두 축이었다.

88년 8월4일 사립학교인 광주 진흥중학교 평교사회는 문교부 장관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며 강제기부금 반환 투쟁의 불을 붙였다. 당시에는 사립학교에서 교사들을 채용할 때 강제기부금을 요구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 강제기부금은 사립학교에 막대한 금전적 수입을 보장해주었고 도덕적 약점을 이용해 교사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었다. 투쟁에 나선 교사 11명은 9월1일 재단으로부터 4800만원을 돌려받았고, 기부금 채용 관련 비리를 전면 공개했다. ‘구조적 부정인 기부금 강요의 병폐를 뿌리뽑자’는 양심선언이었다. 유양식·반숙희 선생님이 투쟁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 채용 기부금 반환 투쟁은 광주·전남을 비롯해 경기·울산·충남 등으로 확산되었다. 그러자 전국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 문교부와 광주시교육위원회는 ‘재단 이사장 해임과 폭로교사 징계 등 쌍벌죄를 적용하겠다’고 밝히고 해당 학교에 징계를 지시했다. 검찰까지 나서서 ‘강제기부금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교사도 뇌물수수로 걸 수 있다’며 겁을 준 것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기부금 반환이 아니라 사학의 정상화를 열망했던 교사들의 용기있는 양심선언을 막지는 못했다.

채용 기부금을 비롯한 사학의 비리 현상에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박정희정권은 과중한 국방예산과 경제성장을 위한 재정투자 예산의 압박 때문에 교육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다. 교육비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맡았다. 우리나라 사립학교는 외국과 달리 주로 경제적 동기에 의해 설립되었다. 60년대 이후 취학 인구가 급증하면서 국가의 교육예산 증액 압박이 심해지자 박정희정권은 면세혜택을 주면서 사립학교 설립을 유도했다. 이 때문에 사학재단은 이윤 추구까지 해가며 교육비 부담을 교사·학생·학부모에게 전가했고, 국가는 사립학교의 비리를 묵인하고 비호했다.

전교협은 또 ‘촌지 안 받기와 부교재 채택료 거부’ 운동을 펼쳤다. ‘학부모님께 편지 보내기 운동’을 통해 전교협은 “교육은 믿음으로부터 비롯하는데 교육현장에서 촌지로 인한 불신은 학생·학부모·교사의 바른 관계 맺음을 뿌리째 흔든다”며 “촌지를 없애고 교육주체 사이의 믿음을 회복하는 일은 교사만의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학부모와 국민들의 큰 호응을 받으며 전국적으로 확산된 촌지거부운동은 정권으로부터는 문제교사를 구별하는 잣대가 되는 웃지 못할 시대이기도 했다. 80년대 중반 교육관료와 학교 관리자들이 만들었다는 ‘문제교사 식별법’을 들여다보자.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학생들에게 자율성·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사, CA(특별활동)에 신문반·민속반 등 학생들과 대화가 잘되는 것을 만드는 교사, 탈춤·민요·노래·연극을 가르치는 교사,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생활한복을 입고 풍물패를 조직하는 교사,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직원회의에서 원리 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

전교협은 ‘국방비를 줄이고 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또 ‘반공교육을 지양하고 통일교육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원 법정정원 확보와 교육환경 개선으로 질 높은 교육을 하자는 것은 교사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들의 절절한 바람이었다. 그러나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이러한 문제가 우리 교육의 주요한 해결과제라는 사실이, 또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소홀하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88년 8월 경기 고양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전교협은 ‘통일교육 실천 선언문’을 채택했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이 민족의 지상과제이자 남한 국민들의 생존권과 평화를 위해서도 절실한 민족통일을 위한 교육이 되지 못하고 도리어 민족의 분단과 대립을 조장하고 강화하는 교육이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는 교사들이 민족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통일교육 실천에 나설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국방비 절감 요구와 통일교육을 위한 교사들의 노력은 정권이 교사들을 좌경용공으로 매도하고 탄압하는 빌미로 삼은 핵심 사항이었다. 일부 언론도 의식화 교사로 몰아세우며 이념공세에 앞장섰다. 학교를, 그리고 교육정책을 바꾸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은 험난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전 전교조 위원장(구술정리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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