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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길을찾아서] 힘겨운 투쟁 속 단비…법원 “전교조 교사 해임 무효” / 정해숙

등록 2011-08-30 19:45

오병문 교육부 장관과 첫 만남 이후에도 정부의 ‘전교조 탈퇴 조건부 선별 복직 방침’으로 협상이 풀리지 않자 1993년 6월21일 전교조 해직교사원상복직추진위원회 소속의 전국 시·도 대표 16명을 비롯한 200여명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필자(앞줄 맨 왼쪽)는 위원장으로서 이들과 함께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오병문 교육부 장관과 첫 만남 이후에도 정부의 ‘전교조 탈퇴 조건부 선별 복직 방침’으로 협상이 풀리지 않자 1993년 6월21일 전교조 해직교사원상복직추진위원회 소속의 전국 시·도 대표 16명을 비롯한 200여명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필자(앞줄 맨 왼쪽)는 위원장으로서 이들과 함께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정해숙-아름다운 선생님의 멘토 77
1993년 4월8일 교육부 장관 면담 이후 해직교사 복직문제 해결을 위해 전교조와 교육부는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4월29일과 5월12일 두차례 실무협상에서는 별 진전이 없었다. 1차 협상에서 교육부는 전교조 합법화와 해직교사 복직 분리, 원상복직 불가, 현행법 테두리 내 복직 절차 강구, 교장단 등의 반발 해소 공동노력 등을 제안했다. 전교조는 ‘전교조 합법화와 해직교사 복직문제 분리 처리’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실무협상에서 복직의 원칙도 세우지 못하고 협상권자에게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지 못하면서 무용론이 제기되었다. 그러면서 전교조 위원장과 교육부 장관의 2차 면담 추진이 거론되었다.

전교조 현직 조합원들은 모금 등을 통해 청와대에 엽서 보내기, 신문광고 싣기, 편지 쓰기, 독자투고 등 복직 여론 조성을 위한 활동을 벌였다. 당시 터져나오고 있던 교육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전교조 인정과 해직교사 복직이 꼭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했다. 5월30일에는 전교조 결성 4돌 기념 전국교사대회가 경희대에서 열렸다. 교사·교대생·사대생·학부모 등 3만여명이 가득 메운 노천극장은 열기로 넘쳤다. 참가자들은 교육비리 관련자 의법 조치, 교육재정 국민총생산(GNP) 5% 확충 및 법정 정원 확보, 특별법 제정 통한 해직교사 9월 전원 원상복직 등을 뜨겁게 외쳤다. 93년 교사대회는 전교조가 주최한 집회 중 가장 많은 조합원과 대학생, 단체 회원들이 모인 축제의 장 그 자체였다. 전교조 본부에서는 국회의원들과도 여러 차례 만났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던 조순형 의원은 만날 때마다 전교조에 애정을 표시해주었다. 그런데 한번은 조 의원이 “전교조에서 ‘노동’ 자를 빼면 될 듯한데 ‘노동’이 들어가니까 정부에서 난색을 표명해 그대로 복직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하여 우리는 ‘노동’을 빼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위원장님, 노동 천시 문제가 학교 현장에서도 참 심각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 하면 빨갱이라 몰아붙이거나 천한 것이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우리 선생님들부터도 학생들을 불러 ‘너 이렇게 공부 못해서 뭐 될래? 이런 성적이면 공순이, 공돌이 되면 딱 맞겠다’는 말을 쉽게 해버립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너 이런 성적 가지고는 대학 문턱도 못 밟는다. 대학 안 나오면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 이런 성적 가지고는 땅이나 파먹으면 딱 알맞겠다. 공부 좀 해라’ 하고 나무랍니다. 특히 80년대부터 경쟁교육이 가속화되었고, 담임 선생님은 학급 성적에 따라 평가를 받기 때문에 학생들을 그렇게 지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자극적인 표현을 쉽게 해버리면 마음 여린 학생들은 마음의 상처가 매우 큽니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우리 어른들이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아이들에게 노동은 천한 것, 노동 하면 빨갱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노동은 천한 것입니까? 중학교 나와서 또는 고등학교 나와서 산업현장에 취직하는 학생들이 노동자로 떳떳하게 살게 하려면 올바른 노동관을 심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우리 교사들이 먼저 올바른 노동관을 확고히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노동자의 깃발을 올린 것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라는 이름에서 ‘노동’을 빼는 것은 안 될 말이지요.”

학교 현장에서 겪는 문제와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이야기하자 조순형 의원도 “알겠다”며 그 뒤 더는 ‘노동’을 뺀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진전 없는 복직투쟁을 하던 와중에 단비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6월16일, ‘단순히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를 해임 처분한 것은 위법’이라는 부산고등법원(재판장 김적승 부장판사)의 판결이었다. 부산·경남지부 소속 공립학교 해직교사 76명이 부산시와 경남도 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강혜원 교사 등에게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해직교사들의 행위가 심각한 교육현실의 모순을 타파하고 전체 교원들의 생존권 보장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교육자적 양심에서 나온 것일 뿐만 아니라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한 내용이 교육계의 질서나 교육행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해임 처분은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다양한 활동과 투쟁, 사법부의 판결에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자 각 지역 해직교사 대표 200여명은 6월21일부터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같은 날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교육위원회 월례보고회에서 ‘탈퇴각서를 제출하면 94년 신학기 복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단식농성단은 다음날 교육부를 방문해 ‘2학기 조건없는 원상복직 요구’를 다시 한번 전달했다. 명동성당 단식농성장에는 매일같이 여러 인사들이 방문했다. 그중에는 박홍 당시 서강대 총장도 끼어 있었다. 전 전교조 위원장(구술정리 이경희)

바로잡습니다


8월30일치 28면 ‘길을 찾아서’에서 ‘당시 경운대 등 여러 대학의 입시부정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었다’는 ‘경원대’가 맞습니다. 경운대는 1997년 개교해서 93년 당시에는 설립되지 않았습니다.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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