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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길을찾아서] 서울교육청 ‘선별복직’에 일침 놓은 김숙희 장관 / 정해숙

등록 2011-09-07 19:48수정 2011-09-08 16:09

1994년 3월10일 김숙희 교육부 장관이 제1정부종합청사에서 해직교사 교단 복직에 즈음한 ‘화합 촉구’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김 장관은 사학재단 해직교사 복직을 추진하는 등 전교조를 교육개혁의 동반자로 삼아 소신 행정을 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 자료사진
1994년 3월10일 김숙희 교육부 장관이 제1정부종합청사에서 해직교사 교단 복직에 즈음한 ‘화합 촉구’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김 장관은 사학재단 해직교사 복직을 추진하는 등 전교조를 교육개혁의 동반자로 삼아 소신 행정을 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 자료사진
정해숙-아름다운 선생님의 멘토 83
 1993년 해직교사 복직의 모든 과정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취재기자들은 대체로 전교조에 우호적이었고 애정을 보여줬다. 때로는 오히려 취재기자가 대접을 하고 싶다며 밥값을 내기도 했다. 구두표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젊은 기자들은 “미안하다”고 했다. 왜냐면 열심히 취재해 기사를 써내면 데스크에서 잘려 버리기 일쑤고, 기자가 쓴 내용과 다른 기사가 나가버리곤 한다는 것이었다. “수고들 많이 하는데 우리가 밥 한끼는 사야지요. 우리도 취재기자들의 기사가 데스크에서 잘린다는 것, 기자들이 얼마나 수고하는지 다 알고 있어요. 너무 걱정 마세요. 그래도 신문사 안에서 투쟁이 좀 필요하겠지요….” 그때 전교조를 취재하며 고생했던, 그리고 보이지 않게 응원해 주었던 기자들께 지면을 통해서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10월15일 전교조의 복직방침 발표 이후 많은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했다. 한번은 <문화방송>(MBC)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담당 국장과 잠시 차를 마시게 되었다. 그 국장은 “이번 조처는 김영삼 정부가 배려를 많이 하는 것이죠?” “말씀하신 뜻이 무엇이지요?” “선생님들 해직되었을 때 그 자리에 모두 새 선생님들을 발령했을 텐데 4~5년이 지난 지금 해직 선생님들이 복직하면 정원을 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조처는 김영삼 정부의 배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는 좀 길게 교육현장의 실상을 설명했다. “교육현장을 잘 몰라서 그렇게 얘기하는데, 군부독재 시기부터 지금까지 교육에 대한 투자는 매우 미흡했어요. 일반 공무원들은 정원 100%를 채우고도 때때로 특별채용도 하지요. 그런데 교육계는 법정 채용정원의 70%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때문에 중소도시만 보더라도 국어교사가 가정도 가르쳐야 되고, 영어교사가 도덕도 가르쳐야 되는 현실이지요. 전공과목이 아닌 다른 교과를 가르치려면 교재연구도 하고 학습지도서도 별도로 써야 하는데 각종 공문 결재 등 교육활동 외에 처리해야 할 업무로 시간이 빠듯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농어촌으로 가면 더욱 심각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현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이라는 점입니다. 현실이 이러해요.”

 국장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 정말 그렇습니까? 우리는 그런 내용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전교조 만들기 이전인 와이교협(Y교협), 전교협 때부터 국방비 절감하고 교육에 투자해 달라고 줄곧 요구했지요. 그때마다 독재군부는 우리를 보고 좌경·용공 교사라고 했던 것이지요. 이렇게 정부는 교사들의 요구를 외면해 왔어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디 그 국장뿐이었겠는가.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교육부는 11월11일, 전국교육감회의를 열어 해직교사 복직을 위한 구체 일정을 확정했다. 이후 사학민주화 및 전교조 관련 해직교사 223명이 복직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유난히 까다로웠다. 많은 대상자들을 선별해 제외했다. 복직이 거부된 교사 대표단 20여명(대표 배춘일 사학관련 해직교사 복직대책위원장)은 11월 말부터 열흘간 민주당사에서 농성을 벌였다. 복직 제외 교사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해를 넘기고 있었다.

 12월22일 김숙희 이화여대 교수가 새 교육부 장관에 취임했다. 해가 바뀌어 새해 초 사흘간 휴가를 내고 지방에 가 있는데 이틀째 되던 날 전교조 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김숙희 새 장관이 식사를 같이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며 빨리 서울로 돌아와야겠다고 했다. 장관은 3일 시무식 뒤 우리를 만났다. 새해 첫 일정으로 전교조 대표를 만난 것이었다. 이화여대 근처 식당에서였다. 장관의 친오빠인 김용준 고려대 교수, 박형규 목사님께서 함께했고, 나는 유상덕 수석부위원장과 같이 갔다. 복직문제뿐 아니라 교육 현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관 취임 이후 제일 먼저 전교조를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로서는 큰 격려가 되고 우리 조합원들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인사를 건네며 헤어졌다.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그 뒤 김 장관은 이준해 서울시교육감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복직 신청하신 선생님들을 왜 그렇게 많이 선별해 제외시키고 있습니까?” “면담 결과 그 선생님들은 아직 교단에 서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래요. 그럼 내가 직접 그 선생님들을 면담하겠습니다.” 김 장관의 강력한 태도에 서울시교육청의 분위기가 바뀌었고, 복직 제외자 가운데 상당수가 구제되었다. 공적인 면에서 추진력이 남달랐다는 것이 김 장관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이것이 옳다’는 판단이 서면 밀고 나가는 힘이 대단했다. “전체 나라 예산을 분석해보니 국방비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교육비가 너무 열악하다. 국방비를 절감하고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김 장관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 반가웠고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 절실했다.

전 전교조 위원장(구술정리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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