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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길을찾아서] “콩나물 아닌 콩나무 키우겠다”…뜨거운 참교육 열기 / 정해숙

등록 2011-09-19 20:12

1988년 11월 서울 여의도 교사대회에서 처음 휘장이 등장한 이래 ‘참교육’은 전교조의 상징이 됐다. 89년 전교조는 정부의 왜곡 선전에 맞서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는’ <참교육> 소책자와 만화책을 제작해 보급했다.  <참교육 한길로> 중에서
1988년 11월 서울 여의도 교사대회에서 처음 휘장이 등장한 이래 ‘참교육’은 전교조의 상징이 됐다. 89년 전교조는 정부의 왜곡 선전에 맞서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는’ <참교육> 소책자와 만화책을 제작해 보급했다. <참교육 한길로> 중에서
정해숙-아름다운 선생님의 멘토 89
전교조가 교육정책과 제도의 개선 및 대안 마련과 함께 꾸준하게 펼친 활동은 참교육 실천이다. 교과수업과 학급운영에서 참교육 활동의 내용을 생산하고 수업방법을 개선해 나가는 등의 실천과 그 결과를 동료교사들과 공유, 확산하는 활동은 제도개선 투쟁과 함께 전교조 활동의 두 축이었다.

‘참교육’이란 말은 1980년대 초반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유신독재 시대의 왜곡된 교사상을 비판하며, 올바른 교사상을 지향하는 표현으로 ‘참다운 삶’ ‘참다운 교육’ ‘ 참다운 교사’ 등을 사용하다가 ‘참교육’이란 용어가 탄생했다. 이후 전교협을 거쳐 전교조에 이르러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을 ‘참교육’이라 표방하게 되었고, 강령에서 참교육에 대한 지향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자주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에 앞장선다.” 강령에 담긴 내용이다.

지금이야 ‘참교육’이 보통명사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전교조 결성 초기에는 정권과 보수언론 등이 ‘참교육’에 이념적 색깔을 덧씌워 대대적인 흑색선전을 하거나 탄압의 빌미로 삼았다. 89년 문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참교육의 실상> <교원노조의 실상> 등 책자와 유인물 제작, 일간지에 비방광고 게재 등을 위해 수십억을 사용했다. 이러한 흑색선전을 바로잡기 위해 전교조는 89년 하반기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는 참교육>이라는 제목의 작은 책자를 만들어 참교육을 홍보했다. 여기서 밝힌 참교육에 대한 정의는 ‘아이들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교육’이다. “콩을 기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햇볕이 안 드는 응달에서 물만 주어 키울 때 콩은 생명령이 죽어가면서 콩나물로 자란다. 그러나 땅에 심어 가꿀 때 콩은 땅속의 자양분을 흡수하며 자라 수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 참교육이란 콩나물이 아니라 콩나무를 키우는 교육이다.”

전교조는 초등과 중등, 교과별, 그리고 주제별로 다양한 자료 발간과 연수, 실천대회 등을 통해 참교육 활동을 확산시켰다. 92년에는 본부와 시도지부에 참교육실천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경)를 설치해 여러 갈래의 활동을 통일적으로 지도·지원하며 질을 높이기 위한 체계를 갖췄다. 그간 교과모임과 주제별로 진행해온 대중연수를 한데 묶어 대규모 연수를 열기로 하고 여름방학 기간에 ‘참교육 실천 보고대회’를 열었다. 그해 8월 첫 보고대회가 경주 불국사와 보문단지에서 ‘92년 여름 참교육을 위한 교사 연수’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22개 분야에서 전국의 교사 1200여명이 참가했다.

93년부터는 부서 명칭을 참교육실천위원회로 바꾸었고, 대회 규모도 더 커졌다. 30개 영역에 2200여명의 교사가 충북 속리산에 모여 그간의 실천 결과를 발표하고 연구하며 2박3일을 뜨겁게 보냈다. 주제분과(통일·환경·성평등·실업·향토·수지침·건강), 교과분과(도덕·영어·한문·미술·가정·체육·사회), 교육문예창작회, 학생생활 영역, 문화영역(풍물·춤·민요·놀이·노래·연극·사진) 등의 연수가 진행됐다.

연수기간 동안 모든 여관 앞에는 분과별 숙소를 알리는 펼침막이 붙어 장관을 이뤘고, 속리산 일대는 완전히 ‘전교조 마을’이 되어 있었다. 한여름 무더위도 잊은 채 장소를 옮겨 가며 연수에 참여하는 교사들의 모습은 감탄스러웠고, 이러한 장을 펼칠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꼈다.

3차 전국교사연구실천대회는 94년 8월 수안보와 속리산에서 2000여명의 교사가 참여해 9일간 진행됐다. 94년 실천대회에는 일본 교직원단체인 ‘일교조’(일본교직원조합)와 ‘전교’(젠쿄·전일본교직원조합)에서 축하전문을 보내오기도 했다. 특히 복직교사들이 많이 참가했는데 해직 동안 익힌 영상 활용법을 수업에 적용해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마지막날의 대동한마당에서 뿜어내는 신명과 열기는 또 얼마나 후끈했던지…, 대회의 열기는 ‘아 저 열정이 학생들에 대한 성실함으로 묻어나오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95년부터는 수천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시설을 찾기 어려운 이유 등으로 모임과 분과별로 실천대회를 분산해서 열었다. 합법화 이후인 2000년부터는 해마다 겨울에 보고대회 형식으로 열리고 있다. 참가자 규모가 커서 대학 캠퍼스를 빌려 대회를 열고 있는데 대학마다 협조를 잘 해줘 고마운 일이다. 2006년 1월 전남대에서 열린 7회 대회에서는 강정채 총장이 축사를 했다. 국립대 총장이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기도 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실천하는 선생님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다.

전 전교조 위원장(구술정리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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