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가해·피해 학생을 면담하는 등 정부가 학교폭력 해결에 발 벗고 나섰지만, 6일 범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종합대책에 대한 교육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악화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채 관련 부처가 추진해온 기존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을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학교폭력 해결 과정에서 교사들 배제 실제 이번 대책에 포함된 학교폭력 신고 및 처리 절차를 보면, 경찰청이 24시간 운영하는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가 피해 사실을 접수하고, 이곳에서 사안의 경중을 판단해 경찰청 또는 ‘학교폭력 원스톱 지원센터’로 사건을 넘기는 방식이다. 정부는 교육청의 위(Wee)센터(학생위기상담 종합지원서비스)나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청소년통합지원시스템(CYS-Net)을 원스톱 지원센터로 지정할 계획이다. 피해 학생 상담과 피해 사실에 대한 조사 역시 원스톱 지원센터에 상주하는 전담 상담사 등이 맡는다. 학교폭력 해결의 전권을 학교 밖 외부 기관이 행사하는 셈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학교 안에서는 교사의 권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 그 부담을 넘겨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사의 권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학교 내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채, 해결의 주체를 외부 기관으로 대체하는 것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생활국장은 “교사에게 신고의 의무만 부여하고 있는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해 교사의 권한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며 “학생들과 일상적으로 대면하며 교육하는 교사들이 주체로 나서고 외부 전문가들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권한은 없는 상황에서 복수담임제나 학생·학부모 상담 의무화 등 담임교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대책을 두고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대유 경기대 겸임교수(교직학과)는 “담임교사가 교과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보조인력을 배치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가해 학생 학교 복귀 대안 없어 가해 학생 처벌을 강화할 뿐, 이들에 대한 치료·교육 프로그램이 빠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그동안의 진료 경험과 연구 결과를 통해 학교폭력은 다양한 형태의 정신건강 문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가해 학생들의 행동 기저에 있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재교육에 대한 계획이 매우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는 가해 학생의 교육을 전담할 기관을 확충한다면서 법무부가 운영하는 청소년비행예방센터를 기존 6곳에서 10곳으로 늘렸을 뿐이다. 가해 학생들이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숙생활을 하면서 교육받는 위스쿨도 3곳에서 6곳으로 늘린다고 했지만, 신설되는 3곳은 이미 2013년 개교가 예정돼 있었다.
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책에는 가해 학생을 학교 밖으로 내몰 뿐 이들의 학교 복귀를 도와줄 정신건강적인 치료와 교육에 대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학교 일진회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이른바 ‘일진 지표’를 개발하고 일정 점수가 넘는 학교에 ‘일진 경보’를 울린다는 ‘일진경보제’ 역시 가해 학생 처벌에 치우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장은 “일진은 또래 친구들한테는 무서운 애들이지만 어른들한테는 치료가 필요한 애들”이라며 “일찍 발견해서 치료를 해줘야 할 아이들을 방치해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 학교 공동체 회복 방안 빠져 정부는 상반기 중에 전국의 모든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가 동의하는 학교생활규칙을 새로 제정하고 학부모의 동의서를 받도록 할 방침이지만, 학교 공동체를 복원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학교가 학교장에 의해 권위적으로 운영되는 한 모든 절차가 요식행위에 그치고 말 것”이라며 “학교 자치는 학생인권조례의 핵심 가치인데, 정부가 이를 부정하면서 몇몇 프로그램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진명선 김민경 기자 toran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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