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 남장마을에서 곶감을 만드는 모습.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41>상주 남장마을
<41>상주 남장마을
가을이 들면 파란 하늘에 주황의 가을꽃이 탐스러워진다. 남도 들녘 어디서나 감이 익어간다. 겨우내 긴긴밤의 친구가 되어줄 곶감을 만들 철이 된 것이다. 경북 청도·상주, 경남 산청·함양 등 곶감으로 유명한 지방이 많은데, 쌀과 누에와 더불어 곶감이 유명해 ‘삼백(三白)의 고장’이라 불리던 상주가 이름나 있으며 그중 남장마을은 정겨운 곶감마을이다.
산에도 들에도 마을 어귀에도 골목길에도 담장 옆 마당에도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잘 익은 주황빛 감이 주렁주렁하다. 그냥 두면 홍시가 되고 따서 껍질 벗겨 말리면 맛난 곶감이 될 것이다. 천천히 마을 구경을 다니다 보면 곶감 만드는 손길이 분주한데 올해는 일교차가 커서 더욱 맛난 곶감이 될 거라 신명이 나 있다. 할머니들은 손으로 감을 깎고 젊은 아낙들은 기계로 깎는다. 하지만 잰 손으로 감을 깎는 할머니들의 손길이 기계보다 빨라 아이들은 놀람의 환호성을 지른다. 깎은 감은 모양 좋게 타래에 끼우고 건조장에 걸어 60~90일 두면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곶감이 된다.
시원한 가을바람 속에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말라가는 감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다. ‘곶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꽃감’을 만들고 있다. 온통 주황색 감이 하늘에서부터 발끝까지 하늘거리는 환상적인 모습이 아이들 가슴에 담긴다. 바람 한 조각 불어와 감 타래가 흔들리면 달큰한 냄새가 달려들며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감 따는 모습, 감 깎는 모습, 감 말리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완성된 곶감도 좋지만 달랑달랑 매달린 감 타래를 몇 줄 구매해 보자. 그것 또한 별미다. 명절이나 제사상에 올라가는 곶감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것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고 또 날씨는 어떠해야하는지 얘기해보자. 수정과에 띄우고, 호두를 싸서 곶감 쌈을 만들며 올겨울엔 곶감과 놀아보자. 가지 높은 곳엔 까치가 먹을 수 있도록 홍시를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어르신들의 마음과 호랑이도 무서워했다는 곶감 얘기를 곁들이면서 말이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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