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여름 오재식(왼쪽)은 예일대 신학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미국 장로교의 도시산업선교부장 조지토드(오른쪽)를 만난 이래 평생토록 교유하며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빈민·노동자 구호 활동의 동반자가 됐다.
오재식-현장을 사랑한 조직가 36
1966년 여름 오재식을 찾아왔을 당시 조지 토드는 당시 미국 장로교의 도시산업선교부장이었다. 그가 예일대 신학대학원으로 직접 재식을 찾아온 배경과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산업선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 각국은 급속도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식민지에서 해방된 제3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빠른 전환기를 맞고 있었다. 48년 창설된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이처럼 급속하게 진행되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상황에서 ‘하느님의 선교’(미시오 데이)를 위해 그 과제를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 고민선상에서 좀더 인간적인 산업화와 도시화를 추구하는 ‘산업선교론’이 떠오르게 되었다.
당시 세계교회협 재정의 70% 이상을 부담하는 곳이 미국 교회였다. 미국 교회는 세계교회협을 통한 지원뿐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아시아 각국에 산업선교를 도입하려고 인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었다.
토드는 아시아 여러 나라 중에서도 늘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미 미국 교회의 지원으로 57년부터 산업선교 활동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애초 ‘산업전도’로 불리었다. 한국예장 총회 전도부가 공식적으로 산업선교로 이름을 걸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미국 장로교회에서 파송된 헨리 존스 목사의 강연이 그 계기였다.
뒤를 이어 가톨릭에서도 ‘노동청년회’(JOC)를 조직했다. 또 뒤이어 61년 감리교에서 9월, 성공회가 10월에, 기독교장로회는 63년, 구세군은 65년부터 산업전도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초기 산업전도운동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농촌에서 공장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알려 그들을 구원하겠다는 정도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점차 노동이 하나님의 형상을 본받은 창조적 인격체인 노동자가 하는 신성한 일이며, 인간은 노동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적인 사업에 동참할 수 있다는 성서적 가르침으로 나아갔다. 이처럼 산업전도에 변화된 흐름이 깔려 있을 즈음 64년 2월 영등포지구 산업전도위원회 실무사목으로 조지송 목사가 부임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산업전도 목사가 되었으며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이끌었다.
산업선교는 점차 노동자들의 과도한 노동, 저임금, 노사 갈등 등 노동자들의 현실 문제와 도시빈민 문제의 개선을 위한 활동에 적극 관여하는 현장 중심의 선교 방식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런 움직임이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인천이었다.
인천지역 도시산업선교의 개척자는 조지 오글(한국 이름 오명걸) 목사로 미국 감리교에서 파송한 선교사였다. 점차 노동운동 지도자로도 활약하게 된 그는 74년 인혁당 사건 때 유신독재에 맞서다 박정희 정권에 의해 추방당한다.
토드가 찾아온 당시에 재식은 산업선교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다만 63년 재식이 한국학생기독교운동협의회 간사로 일할 때 토드가 서울에 와서 한국의 노동운동과 청계천 빈민가 실태를 답사한 이유도 그 일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훗날 재식은 토드에게 왜 유독 한국에 관심을 두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토드는 장인어른 때문이라고 답했다.
토드의 장인은 2차 대전 전부터 일본에서 선교사로 일했고, 토드의 부인 캐시도 그 시절 일본에서 태어났다. 장인은 일본에서
가가와 도요히코 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가가와는 일본에서 슈바이처·간디와 더불어 ‘20세기 3대 성자’로 불릴 만큼 유명한 목사요 사회개혁가로 전후 일본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태평양전쟁 패전 뒤 토드는 장인을 만나러 일본에 가는 길에 장로교의 지시로 대만의 실태까지 조사하게 됐다. 그는 일본에서 가가와를 따르는 시위 행렬을 보고 빈민과 노동자 문제를 파악해 보고했다. 뒤이어 선교사로 다시 대만에 가게 되는 그는 마찬가지 활동을 폈다. 63년 장로교의 부름을 받아 귀국한 그는 도시산업선교부를 맡게 되었고, 한국 방문 경험을 근거로 조직가를 양성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자 예일대 동창인 제임스 레이니가 재식을 추천했던 것이다.
오재식 구술
구술정리 이영란/ <나에게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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