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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생들 인권 지키려다 파면됐는데
정부의 전교조 탈퇴강요 공정한가”

등록 2013-10-16 20:19수정 2013-10-29 13:25

고용노동부가 지목한 전교조 해직교사 9명 중 한 명인 박춘배 교사가 16일 인천광역시 남동구 전교조 인천지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목한 전교조 해직교사 9명 중 한 명인 박춘배 교사가 16일 인천광역시 남동구 전교조 인천지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해직교사 박춘배씨 인터뷰
학교가 우열반 나눠 의자까지 차별
일방 학사 운영에 항의하다 내쫓겨
해직교사 9명중 파렴치범은 없어
전교조 ‘조합원 규정’ 총투표 실시
“박근혜 정부가 노동조합에 해고자 조합원으로부터 탈퇴서를 받게 하고, 전교조 조합원으로 14년 동안 지켜온 자부심을 의지와 무관하게 당장 버리라는 것이 공정한 요구인지 묻고 싶습니다.”

1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해직교사 박춘배(47)씨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정부는 오는 23일까지 해직교사 9명을 조합에서 쫓아내지 않으면 조합원 6만명의 전교조를 합법화 14년 만에 법외노조화하겠다고 지난달 최후통첩을 보냈다. 박씨도 국가로부터 전교조를 떠나라는 명령을 받은 9명 가운데 1명이다. 이들을 내쫓을 것인가, 아니면 합법노조의 지위를 잃을 것인가. 전교조는 ‘잔인한 선택’에 내몰렸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를 놓고 전교조는 이날부터 사흘간 조합원 총투표에 들어갔다.

박씨를 포함한 해직교사 9명 가운데 파렴치한 범죄에 얽혀 교사직을 그만둔 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 사학 비리와 싸우거나 통일 수업을 하거나 진보 교육감 후보의 선거를 지원하다 잘린 이들이다. 학교에서 내동댕이쳐진 이들은 이제 다시 ‘연대가 생명’이라는 노조로부터도 배제될지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박씨는 1993년 인천외국어고등학교(당시 영일실업고)에서 처음 분필을 잡았다. 이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신성학원은 1989년 전교조 설립 때 조합원 20명을 해고했다. 박씨가 교직원 회의 시간에 교장의 지시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한 뒤 동료 교사들은 “교장에게 반대하는 발언을 한 건 네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학교 분위기는 억압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바꿔 제대로 된 학교 현장을 만들어 보려던 그는 1999년 전교조가 합법화된 이듬해 가입했다. 인천외고분회원은 전체 교사의 절반인 20명을 넘겼다.

신성학원은 2003년 교육부에서 전교조 관련 업무를 맡던 이아무개씨를 교장으로 데려왔다. 이후 탄압이 시작됐다. 학교는 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잡아내기 위해 소변검사를 실시했다. 심지어 성적으로 반을 나눠 공부 잘하는 학생에겐 인체공학 설계가 된 의자를 주고 나머지 학생에겐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도록 했다.

교장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교직원 회의를 거부하고, ‘민주적 학사 운영’이라는 표찰을 달고 수업에 들어가는 교사에겐 경고장을 날렸다. 학교는 결국 박씨와 동료 교사 한명을 주모자로 찍어 2004년 4월29일 파면했다.

그 뒤 전교조 전임자로서의 삶이 시작돼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인천지부 조직국장을 맡고 있는 박씨는 2009년 인천여상에서 1년 동안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때를 잊지 못한다. “다시 학생들을 가르친 1년이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요즘도 수업에 들어가려고 책을 들고 학교 계단을 올라가는 꿈을 꿔요. 교사로 복직하는 것이 지금도 제일 큰 꿈이죠.”

그런 그가 다시 잔인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들 9명을 내치지 않으면 노조를 잃게 될 나머지 6만명의 동료 조합원에게도 지금의 상황은 참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박씨도 잘 안다.

“총투표를 놓고 조합원들도 고민하고 있을 테지만, 해직교사들을 탈퇴시키고 상근자로 채용하면 되지 않느냐 말하는 조합원도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조합원들이 해직자들을 탈퇴시키자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14년 조합원 생활 동안 가장 힘들었을 때 함께한 전교조를 나가겠다고 스스로 탈퇴서를 쓰는 건 제게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행복 시대인지 의문이 듭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10월23일, 전교조 운명의날 [한겨레캐스트#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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