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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임 병장 총기 난사’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4-07-14 19:19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7월 22일에는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이런 군, 믿을 수 있나

총기 난사 뒤 무장 탈영한 강원도 고성군 22사단의 임아무개(22) 병장이 이틀 만인 23일 붙잡혔다. 그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가 뭔지는 상세한 조사가 이뤄져야 알겠지만, 이와 별개로 군과 국방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러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건 발생 이후의 구멍 뚫린 대응이다. 우선 임 병장이 소총을 난사한 뒤 도주하는 동안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비상경계령인 진돗개 하나도 사건 발생 2시간 뒤에야 발령됐다. 실전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음을 생각하면 대비태세에서 큰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는 동안 임 병장은 10여㎞나 이동했다. 군은 18시간이나 지나서야 그를 다시 발견했으나 차단선의 30m까지 접근한 그를 놓쳤다. 23일 오전에는 출동한 병력끼리 오인사격을 해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국방부의 태도도 문제다. 12명의 사상자가 난 큰 사건임에도 국방부는 다음날 오전에야 김민석 대변인이 간단하게 첫 브리핑을 하는 데 그쳤다. 새 국방부 장관이 지명돼 인사청문회를 기다리는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더 고위급의 책임자가 대응을 주도하고 국민 앞에 나서야 했다. 현지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자녀를 군대에 보낸 가족들은 계속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동안 22사단에서 굵직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으나 적절한 대책이 세워졌는지도 의문스럽다. 군 관계자들은 22사단이 맡고 있는 경계선이 다른 사단보다 훨씬 길고 지형이 험한 점 등을 들어 병사들의 일탈이 생기기 쉽다고 말한다. 2012년 10월 이곳에서 발생한 이른바 ‘노크 귀순’ 이후 과학적인 경계시스템 구축과 경계병력 증강 등의 대책이 발표됐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임 병장은 에이(A)급 관심병사였으며, 22사단에 복무하는 관심병사는 1800여명으로 전체 병사의 20%나 된다고 한다. 이런 분류가 정확하다면 이번과 같은 사건·사고 가능성이 상존했던 셈이다. 평상시에는 위험 요소를 방치했다가 큰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면피성 대책을 급조해 내놓는 식이어서는 사건·사고 재발을 막기 어렵다.

정부는 이 사건이 군과 국방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얼마나 손상시켰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그 신뢰에는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 능력뿐만 아니라 군의 일상적인 관리 능력, 수뇌부의 책임있는 자세 등이 모두 포함됨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안보 공백기 군기 문란 드러낸 총기사고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일반전초(GOP) 소초에서 21일 임모 병장이 동료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최소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사고 직후 무장탈영한 임 병장이 추적대와 대치해 총격전까지 벌여 인근 민간인들도 긴급 대피했다. 북한군과 24시간 대치하는 최전방에서 벌어진 엄청난 총기사고에 우리 사회는 불안감을 누를 수 없다.

이번 사고는 한민구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사이 터졌다. 장관 업무를 겸직 중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사고 수습과 상황관리를 총괄하고 있다고 해도, 하마터면 국방장관 공백 상태에서 비상사태를 맞을 뻔했다.

병사가 동료를 상대로 수류탄 투척과 총기 난사에 이어 도주할 때까지 군 당국이 제대로 제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군의 허술한 초동대응도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대 배치 이후 한때 A급 관심사병으로 분류됐던 병사가 GOP에서 무기와 탄약을 들고 근무하다 이런 사고를 냈다는 점은 다시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문제는 인성검사와 관심병사에 대한 관리다. 자대 배치 직후 인성검사에서 특별관리 대상인 A급을 받은 임 병장은 지휘관의 판단 아래 수시 검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도 GOP 배치 직전인 지난해 11월 분기별로 진행되는 정기검사에서 B급으로 하향 조정돼 GOP에 배치될 수 있었다고 한다. 혹시 군의 요식적인 인성검사가 미리 방지할 수 있었던 총기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군 당국은 뒤늦게라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필요하면 수사 과정에 민간 전문가와 피해자 부모까지 참여시켜 객관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명백한 문제점이 도출되면 군 인성검사와 병사 관리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에도 확실한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GOP에서 임관 1년차인 소위가 지휘관을 맡는 것도 문제다. 북한과 직접 대치하며 무기와 탄약을 들고 실전 상황에서 근무해야 하는데 경험이 적은 소위급으로선 혈기왕성한 병사들을 통제·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GP의 경우 2005년 6월 경기도 연천군의 530 GP 총기난사 사고 이후 경험이 있는 중위급이 소대장으로 배치되고 있다. 군은 철저한 자기반성 아래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번 총기사고로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모두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따라서 군인 가족에 대한 신속한 안내와 체계 있는 확인 절차도 이번 기회에 다시 점검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징병제 국가이므로 이에 걸맞은 민·군 간의 소통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고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달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한 상황 전파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국방부 면피성 태도’ 질타…중앙 ‘병력관리 시스템’ 우려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올해로 남북이 분단된 지 69년이 지났다. 남북분단 상황은 우리에게 현재진형형의 고통과 상처를 주고 있다.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살아야 하는 불행한 현실은 또 다른 비극을 양산한다. 2005년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 충격적인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장병 8명이 목숨을 잃은 이 사건은 선임병들로부터 폭력에 시달리던 김아무개 일병이 일으켰다. 2014년 데자뷔 현상이 벌어졌다. 총기 난사 후 무장 탈영했다 붙잡힌 임아무개 병장은 소대원들이 자기를 비하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르면서도 같은 두 총기사건은 마치 93년 서해훼리호 사건과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보는 듯하다. 왜 우리는 이렇게 끔찍한 현실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정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우선 이번 사건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살펴보자.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는 이번 사건 발생 이후의 대응을 문제 삼는다. 사건 발생 2시간 뒤에야 비상경계령이 발령된 점, 임 병장을 발견했으나 차단선 30m까지 접근한 그를 놓친 점, 출동한 병력끼리 오인사격을 해 부상자가 나온 점 등을 지적하며 상황 대비태세의 총체적 부실을 비판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중앙도 동료를 상대로 수류탄 투척과 총기 난사에 이어 도주할 때까지 제대로 제지하지 못한 초동대응을 비판하며 한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두 사설의 미묘한 차이는 국방부에 대한 시선이다. 한겨레는 12명의 사상자가 난 큰 사건인데도 김민석 대변인의 간단한 브리핑은 턱없이 부족했으며 더 고위급의 책임자가 대응을 주도하고 국민 앞에 나섰다면 자녀를 군에 보낸 가족들이 마음을 졸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방부의 태도를 문제 삼는다. 반면에 중앙은 한민구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안보 공백 상태에서 비상사태를 맞을 뻔했다며 안보의 공백 상태를 우려한다. 부적절한 대응 과정에 대해서는 모두 비판적이지만 사고 처리 과정이 왜 미흡했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두 사설의 시각이 조금 다른 것이다.

사건 당사자인 임 병장은 에이(A)급 관심병사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사설 모두 관심병사의 관리와 대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양상이 조금 다르다. 한겨레는 22사단이 2012년 ‘노크 귀순’ 사건 등 굵직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과학적인 경계시스템 구축, 경계병력 증강 등의 대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또한 전체 병사의 20%가 관심병사인 22사단은 이번과 같은 사건·사고 가능성이 상존하는데도 위험요소를 방치했다가 면피성 대책을 급조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앙은 인성검사와 관심병사에 대한 관리의 문제점에 집중한다. 일반전초(GOP) 배치 직전 B급으로 하향 조정된 점을 들어 군의 요식적인 인성검사가 미리 방지할 수 있었던 총기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겨레가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사고의 연장선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본다면 중앙은 병력 관리 시스템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는 충분히 위험 요소에 대한 제거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벌어진 뒤에 대책을 급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비판이며 중앙은 인성검사와 관심병사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졌다면 이번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결론적으로 한겨레는 군과 국방부에 대한 불신 극복을 주문하며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 능력뿐만 아니라 군의 일상적인 관리 능력, 수뇌부의 책임 있는 자세 등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중앙은 군의 반성과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 징병제 국가인 대한민국에 알맞은 민·군 간의 소통체계가 필요하며 사고 지역 주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신속한 상황 전파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대한민국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 그러나 현실은 국방의 의무조차 공평하지 않으며 군의 현실은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는 아널드 토인비의 말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두고 한 말처럼 뼈아프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도 드러난 문제를 고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자.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조금씩 변화, 발전하는 사회가 더욱 많은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한다. 이런 끔찍한 일이 반복되는 현실을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일반전초(GOP)와 경계초소(GP)

1953년 7월 27일에 휴전 협정이 이루어졌다. 1950년 6월 25일에 6·25전쟁이 발발했고 3년간의 치열한 공방이 이루어진 뒤의 일이다. 1945년 8월 해방과 함께 미국과 옛 소련이 그는 38선으로 국토가 분단된 데 이어 6.25전쟁 이후에는 새롭게 그어진 군사분계선이 이를 대체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6·25전쟁은 종전(終戰)이 아니라 정전휴전(停戰)상태이다.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남과 북 사이에는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가 만들어져, 군사분계선(MDL·military demarcation line)을 기준으로 북쪽으로 2km, 남쪽으로 2km의 완충지대가 생겼다.

일반전초(GOP : general outpost)는 ‘적의 접근을 경고, 지연, 와해시키고 방어계획에 관하여 적을 기만하고 가능할 때에는 적에게 최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주력으로부터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배치되는 부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적 의미와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군사분계선 남쪽 2km 지점에 철책선을 설치하여 북을 경계하기 위해 배치된 부대를 의미한다.

휴전협정을 어긴 채 남과 북이 비무장지대 안에 경계초소(GP : guard post)를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다. 적을 관찰하기 쉬운 산 정상에 주로 위치한 경계초소는 군사분계선 가까이에서 적의 동향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남과 북이 서로 경계를 늦추지 않는 긴장의 요소가 되고 있다.

일반전초와 경계초소는 모두 비극적인 한국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명칭이다. 여전히 남과 북의 긴장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정치,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여전히 이념의 갈등, 군사 문화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추천 도서]

고독한 군중
데이비드 리스먼 지음, 류근일 옮김
동서문화사, 2011.1.10

‘고독한 군중’은 대중사회에서 타인들에 둘러싸여 내면의 고립감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책에서 리스먼은 전통지향형이나 내부지향형이 아닌 ‘외부지향형’을 현대인의 특징이라 주장한다. 이것은 고도 산업사회에서 타인들의 생각과 관심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 집단에서 격리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성향을 말한다.

인간의 모든 동기
최현석 지음
서해문집, 2014.4.20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숨은 동기가 있다. 집단 속의 개인은 다양한 원인 때문에 생각하고 행동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타인과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심리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과학적 이론까지 동원해서 인간 본성에 대한 분석하는 책이다. 의사인 저자가 인간의 육체가 아닌 심리를 통해 인간의 존재 의미를 묻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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