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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세법 개정안’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8-08-13 19:35

‘제51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가 7월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제51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가 7월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공평과세·조세정의’ 기대 못 미친 ‘세법 개정안’

정부는 매년 이맘때쯤 ‘세법 개정안’을 내놓는다. 정부가 내년에 추진할 주요 경제정책을 세제 개편을 통해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30일 ‘2018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정책을 목표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정부가 밝힌 공평과세와 조세정의 원칙에 충실했는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올해 세법 개정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개편이 애초 예상보다 많이 후퇴했다. 부동산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단으로 기대됐으나, 결과는 ‘종이호랑이’에 그쳤다. 다만 ‘보완 카드’가 아직 남아 있다. 현재 시가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일이다. 국토교통부가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 기회마저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가 없던 일이 돼버린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가 기준금액을 2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낮출 것을 권고했으나, 기획재정부가 끝내 거부했다. ‘조세 저항’에 밀려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근로·자녀 장려금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저소득 노동자는 물론 영세 자영업자 가구에도 혜택이 돌아가 소득분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근로·자녀 장려금 확대로 매년 3조원가량 세수가 줄어드는 데 반해 찔끔 늘어나는 종부세를 제외하면 추가 증세가 거의 없어 내년 세수가 3조원 넘게 감소한다. 세수가 줄어드는 세법 개정안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서민 감세’가 원인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재정 지출이 필요한 곳이 많은 상황에서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세법 개정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렇게 어중간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이 큰 그림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향하는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분명히 보여주고 이를 위해 누구에게 얼마큼 세금을 더 걷어 어디에 쓸 것인지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재정개혁특위가 하반기에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거쳐 중장기 조세재정개혁 개편안과 로드맵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더 늦춰서는 안 될 과제다.

[중앙일보 사설] 암울한 경제, 안일한 정부

경제가 암울하다. 투자와 생산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기업 심리도 꽁꽁 얼어붙어 향후 전망 역시 어둡기 짝이 없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5.9% 감소했다. 올 3월부터 4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설비투자가 4개월간 연이어 움츠러든 것은 2000년 이후 18년 만이다. 산업생산 역시 -0.7% 역성장했다. 지난 3월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4, 5월 두 달 동안 반짝 플러스로 돌아서더니 다시 주저앉았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5로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BSI가 100보다 작으면 실적이 전달보다 나빠졌다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경제가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징조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8월 전망 BSI는 89.2로 1년 반 새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자동차를 비롯한 한국의 주력산업은 무역전쟁이라는 태풍에 맞닥뜨렸다. 반도체가 버티고 있다지만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발등의 불이다. 설비투자 위축은 시차를 두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2000년 9~12월 4개월 연속 설비투자가 뒷걸음질치자 이내 일자리가 증발했다.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취업자 수는 110만 명이나 감소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판단은 안일하기만 하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 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오판이었다. 4, 5월 증가세였던 산업생산은 6월에 다시 곤두박질쳤다. 경제 사령탑인 기획재정부가 한 치 앞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하고 낙관론을 펼쳤다.

그제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도 일자리를 늘려 경제를 일으키려는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개정안의 골자는 근로장려세제와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여기에 5년간 약 15조원을 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소득 주도 성장’에 따른 후유증을 땜질하는 대증요법일 뿐 경제를 성장시켜 일자리를 늘리는 근본적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일자리 정부’에서 일자리가 쪼그라드는 기막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급해진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등이 대기업들에 “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기업들을 압박한다. 일관되게 시장친화적 정책을 펴고 법인세를 내려 기업 투자를 끌어낸 미국과는 180도 다르다.

이미 친노조-반기업의 소득 주도 성장으로 고용절벽이 현실화됐다. 이제 기업들이 몸을 사리면서 투자절벽까지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 전체가 절벽에 몰릴 판이다. 경제를 성장시키는 유일한 처방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제라도 규제를 확 풀고 고용의 유연성을 늘려 기업들의 운신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은 기업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보유세 후퇴 등 공평과세 어긋나”…중앙 “규제 풀어 경제 살릴 방안 안 보여”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정부는 지난 7월30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등 19개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내년에 근로장려금으로 334만 가구에 3조8천억원, 자녀장려금으로는 111만 가구에 9천억원 등 저소득층 지원에 4조7천억원을 조세지출 방식으로 쓰기로 했다. 조세지출은 당해연도 세금을 환급해 주는, 정부가 받아야 할 세금을 안 받거나 깎아주는 방식이다. 정부의 취약계층 지원액은 지난해 1조7600억원의 2.7배 규모다.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액의 규모를 늘린 것은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기반 강화를 의미한다. 이번 개정안으로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에는 3조2040억원의 감세 효과가, 고소득자와 대기업에는 7882억원의 증세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종합부동산세와 주택 임대소득세는 올리는 쪽으로 했다. 전체적으로 대기업과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들여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모두 이번 세법 개정안을 달갑지 않게 보고 있다. 그러나 두 신문사의 비판의 초점은 다르다. 중앙의 사설 제목은 ‘암울한 경제, 안일한 정부’다. 경제의 활력을 위해 힘써야 할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한겨레의 사설 제목은 ‘공평과세·조세정의 기대 못 미친 세법 개정안’이다. 비판의 초점이 공평성과 정의에 모아져 있고, 비판의 수위도 중앙에 비해 낮다. ‘기대 못 미친’이라는 표현은 이번 세법 개정안의 방향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비판은 아니다.

중앙은 한국 경제의 암울함을 비유를 들어 강조한다. 투자와 생산은 ‘뒷걸음질’쳤고, 기업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설비투자는 ‘움츠러’들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 위축으로 일자리 창출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이라고 중앙은 진단한다. 한마디로 경제가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징조’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암울한 상황을 정부가 오판하고 있다고 중앙은 지적한다. 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회복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기획재정부의 분석도 안이한 낙관론일 뿐이라고 중앙은 지적한다. 근로장려세제와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을 대폭 늘리는 것은 ‘경제를 성장시켜 일자리를 늘리는 근본적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대한 중앙의 비판적인 평가이다. 한국 경제의 활력을 제고할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공평한 과세는 각자의 능력에 부합하는 과세다. ‘가진 자’에게 더 걷고 ‘덜 가진 자’에게 덜 걷는 조세의 원칙이다. 한겨레는 이번 개정안이 ‘공평과세와 조세정의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개편이 애초 예상보다 많이 후퇴했다”라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종부세 등 보유세 개편이 부동산 자산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종이호랑이’가 된 보유세 개편안의 보완책으로 현재 시가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의 현실화를 제시했다.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근로소득·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이번에 올리지 않은 것도 정부가 ‘조세 저항’에 밀려 ‘부자 증세’를 포기한 것이라고 한겨레는 비판한다.

중앙은 정부의 역할이 경제 살리기에 있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분위기를 띄우는 데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또한 ‘일자리 정부’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중앙은 지적한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대기업에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현실은 오히려 기업 활동의 활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이나 스튜어드십 코드(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행동지침)가 기업에 대한 일종의 압박이라고 중앙은 해석한다. 법인세를 내리고, 기업의 규제를 풀고, 고용의 유연성을 늘려 기업의 운신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중앙이 말하는 일자리 늘리기, 경제 살리기의 해법이다.

‘가진 자’에게 더 걷고 ‘덜 가진 자’에게 덜 걷는 조세의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 한겨레의 입장이다. 근로·자녀 장려금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을 한겨레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수를 늘리기 위한 방안은 조세재정 개혁의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라고 한겨레는 보고 있다.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내년에 세수가 줄어드는 원인은 ‘가진 자’에게 세금을 덜 걷는 데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앞으로 재정 지출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조세재정 정책의 큰 방향부터 분명히 할 것을 주문한다. 정부가 지향하는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공평과세와 조세정의의 원칙에 충실한 증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추천 도서]

세금, 알아야 바꾼다

박지웅 김재진 구재이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2018년

대한민국 세금 전문가들이 쓴 시민을 위한 세금 가이드다. 책 소개보다 책의 한 구절을 적어본다. “세금의 주인은 이를 납부하는 국민이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도 국민주권의 하나인 ‘세금주권(稅金主權)’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이다. 국민이 세금의 주인 노릇을 올바르게 하려면 그 실상과 문제점을 정확히 알아야만 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정부가 그 세금을 올바르게 거두고, 그 세금을 다시 국민의 행복과 복지증진을 위하여 낭비 없이 사용하는지 감시함으로써 주권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작은 소망에서 시작되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조세지출

사회적·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 집단한테 세제상의 혜택을 제공해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예산상의 모든 지출이 직접지출이라면 세제상의 특혜를 통한 지원은 간접지출이라는 점에서 조세지출은 예산지출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각종 형태의 조세 감면이 조세지출의 대표적인 예다. 조세지출은 매년 정기국회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통제를 받는 재정지출과 달리 감시·견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일단 이 제도를 확대하면 혜택을 받는 대상의 반발 때문에 다시 줄이기도 쉽지 않다. 복지 정책성 조세지출을 대폭 늘릴 경우 재정건전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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