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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소득주도 성장’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4-08-04 20:16수정 2014-08-04 21:53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8월 12일에는 ‘재보선 결과’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소득주도 성장’은 무늬만으로 안 된다

최경환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는 취임 전부터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예고했다. 또한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가계소득 증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살리고 미약한 성장세에 탄력이 붙게 하자는 것이다.

우선 최 부총리의 이런 정책 구상에 대해 지지를 밝힌다. <한겨레>가 지난 14일치부터 시작한 ‘이제는 소득주도 성장이다’라는 기획연재물의 주제와 부합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팀이 앞으로 제대로 된 ‘소득주도 성장전략’을 펼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소득주도 성장은,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박근혜 정부 들어 이제까지 이어져온 정부의 성장전략과는 상반된다. 지금까지는 규제완화와 감세 등 기업친화적인(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바탕으로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전략을 펴왔다. 이렇게 하면 우리 경제의 전체 파이가 커져 중소기업과 자영업, 서민·중산층 가계도 골고루 성장의 과실을 얻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체 국민소득 가운데 기업소득의 비중만 커진 가운데 임금노동자와 자영업 가계의 소득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소득이나 자산의 상하위 계층간 격차도 커졌다. 기업이든 가계든 소득과 부가 한곳으로 쏠리다 보니 전체 투자가 부진하고 가계저축률도 떨어져 성장잠재력마저 허약해졌다. 한마디로 성장지상주의가 파탄을 맞은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만 겪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은 기존 성장전략을 반성하고 국민의 실질소득을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둔 다양한 정책을 이미 펴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가 이런 국내외 상황을 직시한다면 정책기조를 바꾸는 건 당연한 순서다.

문제는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이다. 최 부총리는 청문회에서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가계소득으로 흘러야 한다”든지 “비정규직 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등 예상 밖의 발언을 하긴 했지만, 앞으로 구체적이며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반면에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처럼 가계의 소득수지를 악화시킬 대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규제완화, 토건사업 위주의 재정지출 확장 등 낡은 성장주의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려면 개별 정책들 간에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은 무늬만 갖춰서는 성공할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 ‘소득 주도 성장’, 포퓰리즘으론 안 된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 정책은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실체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최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통해 짐작할 수는 있다. 당장 보이는 건 기업과 가계소득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기업의 성과가 일자리와 근로소득을 통해 가계 부문으로 흘러들어야 가계가 마음껏 소비할 수 있고, 기업도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경제 사령탑이 이런 인식을 입 밖으로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성장 원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수정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무게추는 아무래도 분배 쪽이다. ‘가계소득 증대’가 핵심이며, 이는 소득 불평등 해소와 맞물려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소득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적절한 수준의 소득 재분배 정책을 강조했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 없이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새 경제팀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런 점일 것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1기 경제팀부터 과거의 성장 전략을 수정해왔다. 현오석 경제팀은 성장의 주요 목표를 고용에 맞췄다. 성장률보다 일자리라는 손에 잡히는 목표를 정조준한 것이다. 2기 경제팀은 한발 더 나가 가계소득 증대라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어떤 정책 조합을 갖다 대더라도 달성이 쉽지 않은 목표인 만큼 정책의 결이 한층 거칠어질 수 있다. 벌써 기업의 내부유보금에 세금을 물리거나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이를 임금·배당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설익은 구상이 나오고 있잖은가.

최 부총리는 지난 주말 2기 경제팀을 모아 놓고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소비 부진, 기업가 정신의 실종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경제를 살리려면 강도 높은 처방을 검토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당장 새 경제팀 스스로도 혼란에 빠진 듯하다. 기금을 동원하고 재정 운용을 확장하며 부동산 살리기에 올인하는 데다, 가계로 돈을 풀도록 기업을 옥죄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케인지언에서 신고전학파, 심지어 사회주의적 발상까지 뒤섞인 짬뽕식 정책조합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정책은 결과로 말한다. 하지만 새 경제팀이 과거와 다른 무엇을 하려면 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더 많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방법론도 상식을 벗어나선 안 된다. 소득은 좋은 일자리를 통해 늘어나는 게 최선이다. 기업 내부유보금 과세처럼 윗돌 빼서 아랫돌 막는 식은 유효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규제를 풀어 대기업 투자를 늘리고, 부족한 기업가 정신을 북돋을 토양을 다져야 한다. 금융·관광·의료·법률 등 양질의 일자리가 가능한 서비스업을 키우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 답이 나와 있는 것부터 풀어가야 한다. 경제는 심리다. 모든 경제주체가 경제가 좋아진다고 믿으면 정말로 좋아진다. 기업은 투자에 나서고 개인은 빚을 내서라도 집이나 주식에 투자한다. 새 경제팀이 시급히 해야 할 일도 바로 이것이다. 국민에게 경제 하려는 마음과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논리 대 논리]
중앙 “인기영합주의 우려”…한겨레 “제대로 추진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성장과 분배는 경제 정책의 양 축이다. 두 날개로 새가 날듯 둘 중 하나만으로는 국가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문제는 어느 쪽에 더 정책의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있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오래된 기준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최경환 경제팀이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져온 성장 전략과는 다른 정책이기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아무래도 분배 쪽에 더 가깝다. 당연히 <중앙>, <한겨레> 두 신문의 입장은 엇갈린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새 경제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일시적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닌지를 의심한다. 성장 원천에 대한 인식 자체를 수정하는 경제사령탑의 태도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소득주도 성장의 실체도 아직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최 부총리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구상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한겨레에서 다룬 기획연재물의 주제와 부합하는 내용이라는 점까지 강조하고 있다. 다만, 최경환 경제팀이 ‘제대로 된 소득주도 성장 전략을 펼지는 불확실해 보인다’는 의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

<중앙>은 새 경제팀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내놓게 된 배경과 과정을 되짚으면서도 소득 불평등 해소가 ‘당위’만큼 ‘달성’이 쉽지 않은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만큼 ‘정책의 결이 한층 거칠어질 수 있다’거나 벌써 기업의 내부유보금에 세금을 물리거나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이를 임금·배당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설익은 구상’까지 지적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우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한겨레>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당연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현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져온 규제완화와 감세 등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펼쳐온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전략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이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워 중소기업과 자영업, 서민·중산층 가계도 골고루 성장의 과실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소득주도 성장으로의 정책기조 변화는 당연하다는 논리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도 두 신문은 서로 다른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 ‘소득은 좋은 일자리를 통해 늘어나는 게 최선’이라는 전제 아래 ‘규제를 풀어 대기업 투자를 늘리고, 부족한 기업가 정신을 북돋울 토양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지적하면서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처럼 가계의 소득수지를 악화시킬 대책’이나 ‘규제완화, 토건사업 위주의 재정지출 확장 등 낡은 성장주의 모델 답습 움직임’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한 소득 재분배 경제 정책 자체는 시대적 흐름이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그런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두 신문 모두 약간의 온도차는 있지만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채택한 최경환 경제팀의 선택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과정이나 방법론에서는 상당한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중앙>은 여전히 대기업의 투자 여건 개선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금융·관광·의료·법률 등 양질의 일자리가 가능한 서비스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과 개인 모두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심리적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까지 덧붙이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최 부총리의 말을 전하면서 새 경제팀 스스로도 혼란에 빠진 듯한 ‘짬뽕식 정책 조합’의 등장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겨레>는 정부가 선택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무늬만 갖춘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전체 국민소득 가운데 기업소득의 비중만 커지고 임금노동자와 자영업 가계의 소득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성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정책의 기조는 올바르게 세웠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해 나갈지는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걱정도 함께 내놓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 정책의 근간을 이루었던 ‘선성장 후분배’ 정책에서 ‘성장과 분배의 균형’ 정책으로 방향을 바꾼 최경환 경제팀의 선택이 과연 성공할지 주목된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성장과 분배

성장과 분배의 균형 및 조화는 경제 정책의 최대 과제이다. 그런데도 성장과 분배의 우선순위를 놓고 우리나라 진보와 보수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싸워왔다. ‘선성장 후분배’를 주장하는 보수쪽은 성장률이 올라가면 저절로 분배가 이루어진다는 ‘낙수효과’를 강조한다.

반면, 진보쪽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고른 분배에 두고 이런 분배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자본주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1950년대와 1960년대 대다수 선진국들은 역사상 유례없는 고성장을 경험하는데, 이 기간에 소득 불평등이 크게 완화됐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그때와 같은 유형의 고성장에 따른 소득 불평등 하락 현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당시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는 진단이다. 즉, 앞으로는 고성장으로 분배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결국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부와 소득의 불평등 심화는 필연적이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세금을 통한 재분배가 거의 유일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우리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적인 고도성장 기간에 우리나라도 소득 불평등이 다른 나라들처럼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성장률 저하와 소득 분배 악화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을 찾아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보수 정권 하의 경제팀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 새로운 경제적 활로를 찾는 데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


[추천 도서]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까>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까>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까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시드북스 펴냄, 2014년

경제 성장 프레임에 대한 폐해를 폭로하고 나아가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책이다. 경제 세계화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지역공동체의 자립,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지식을 독점하는 대신 지식과 정보를 공유, 균일화한 세계 소비문화 대신 문화의 다양성을 권장하고 정부와 시장, 시민사회 등 3자가 협동과 균형을 이루는 지역화한 글로벌 시스템을 강조한다.

<경제민주화 분배 친화적 성장 가능한가>
<경제민주화 분배 친화적 성장 가능한가>
경제민주화 분배 친화적 성장 가능한가
유종일 지음
모티브북 펴냄, 2012년

분배 친화적 성장의 문제와 관련된 이론적 고찰과 역사적 성찰, 고용정책, 산업정책에 관한 논의, 소득 보장 정책과 사회서비스 정책에 관한 논의들을 다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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