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5 세계교육포럼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인천/ 청와대사진기자단
현장에서
사지선다형 질문을 던져본다. “교육이란?”
① “평화, 포용, 혁신을 위한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② “빈곤을 제압하고 차별을 극복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다.”
③ “모든 아동들에게 더 나은 삶을 열어주는 열쇠다.”
④ “국가 발전과 경제 성장의 밑바탕이다.”
‘틀린’ 답이라 말할 수 없어도 ‘다른’ 답은 금세 꼽을 수 있다. ①~③번은 지난 19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15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앤서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의 말이다. 한 사람의 삶을 모든 종류의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힘이 교육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인다. 교육의 힘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한정지은 ④번은 누구의 답일까. 박근혜 대통령이다.
비단 박 대통령만이 아니다. 이번 포럼에서 정부는 줄곧 교육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포럼 이틀째인 20일 ‘한국교육 특별세션’에서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서울대 교수)은 “1955년 69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이 2014년 2만8000달러로 급증한 경제성장의 밑바탕에는 교육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을 토대로 짧은 기간에 국가 발전을 이룬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발표지만, ‘모두를 위해 평등하고 포용적인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고 평생학습을 진흥’한다는 세계교육포럼의 대전제와는 어딘지 아귀가 맞지 않고 겉돈다.
교육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해묵은 ‘전시·동원’ 행정에서도 엿보인다.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포럼 참석자들에게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활용한 한국의 ‘미래교육’을 보여준다며 지난 18일부터 닷새 동안 인천지역의 초등학생들을 포럼 전시장에 ‘동원’해 공개수업을 시연하고 있다. 일부 학생은 개막일에 앞서 하루 전에 리허설을 할 때도 똑같은 수업을 받았다. ‘보여주기식’ 판박이 수업을 받은 아이들이 ‘교육’이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굳이 정보통신기술 활용 교육 현장을 보여주고 싶다면 학교 수업을 참관시키든지 동영상으로 보여줬어도 될 일 아닌가.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이 몰고 온 폐혜에 대한 자성도 보이지 않는다. 연간 20조원 규모의 사교육비, 계속되는 10대들의 자살, 6만여명의 학업 중도포기 등 한국 교육의 ‘치부’에 대한 고민은 전시장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교육은 국가의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것이기에 앞서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목소리다. 세계교육포럼 유치에 앞서 한국 정부가 경청했어야 할 이야기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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