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벌어진 감사관실 내부 갈등과 관련한 감사를 12일 감사원에 맡기기로 했다.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서울 공립고 성추행 사건’의 막바지 감사를 진행하는 감사관실이 업무에 충실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10일 이지문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 소장,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등 외부 조사위원까지 위촉하고도 판단을 외부기관에 넘긴 건 진흙탕 싸움이 된 내부 갈등을 봉합할 능력이 시교육청엔 없음을 자인한 셈이다.
감사관실 동료 직원들이 제기한 김아무개 감사관의 음주 감사, 성추행 논란 등의 밑바닥엔 개방직 공무원과 직업 공무원 사이의 불신이 깔려 있다. 공직사회에서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불리는 민간 출신 개방직과 관료 집단의 갈등은 별스러운 일이 아니다. 직업 공무원은 몇년 머물다 떠나는 개방직을 ‘바닥 물정 모르는 풋내기’거나 ‘점령군’쯤으로, 개방직은 직업 공무원을 ‘복지부동의 관료 집단’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흔하다.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려면 서로를 마음 깊은 곳에서 이해할 때까지 몸을 낮추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수밖에 없다. 상급자라면 특히 그리해야 한다.
김 감사관은 부임 뒤 “비리사학 문제만큼은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시교육청 안팎에서도 감사 업무에 대한 김 감사관의 태도와 능력을 높이 사는 분위기다. 사학 비리나 교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교육관료의 미온적인 태도에 그가 크게 실망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동료한테 여러 차례 욕설을 하거나 “잘라버리겠다”고 폭언을 한 건 적절치 못하다. 공직자의 처신이 아닐뿐더러 동료들이 마음에 벽부터 세울 수 있다. 무엇보다 그건 폭력이다.
감사관실 내홍의 실체적 진실은 아직 가리기 어렵다. 다만 부정에 맞서 정의를 구현한다고 믿는 이들이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일상적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다. 서울 교육 ‘사정’의 중심인 김 감사관한테 그와 같은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건 분명하다. 내부 갈등의 와중에 ‘비리사학 척결’이라는 본질적인 목표가 휘발해버렸다. 김 감사관의 책임이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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