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 집필기준안 보니
1930년대 무장 독립투쟁 “되도록 줄여라”
고교 한국사에서 ‘독립운동사’ 확 들어낼 판
1930년대 무장 독립투쟁 “되도록 줄여라”
고교 한국사에서 ‘독립운동사’ 확 들어낼 판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를 다룬 내용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최근 초안을 마련한 ‘2015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안’(이하 초안)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활동 등 독립운동을 ‘간략하게’ 서술하도록 바꾼 탓이다. 출판사들은 국사편찬위원회가 만들고 교육부가 최종 승인한 집필기준을 엄격히 준수해 검정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30일 “교육부가 새 교육과정에서 한국 근·현대사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혔는데, 이번 초안을 보면 독립운동을 다루는 단원 곳곳에 ‘간략’이라는 규정이 등장한다. 독립운동 부분만 유독 줄이라고 강조하는 걸 보면, 교육부가 줄이려는 근·현대사가 독립운동사라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간략히” “되도록 줄여라” 지침
국사편찬위가 최근 초안 마련
독립운동 단원 곳곳 “간략히”
6·10만세운동 등 아예 빼버려 그 많던 친일파는 어디로 갔나 “20년대 대표적 인물 중심 서술” 적시
30년대 대거출현 친일파 안다뤄도 돼 초안을 보면 독립운동사에서 3·1운동은 유난히 강조된 반면 다른 독립운동 관련 내용은 크게 축소됐다. 짧은 집필기준인데도 3·1운동은 무려 여덟 군데나 등장한다. 다른 독립운동은 대부분 그 이름이 초안에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1919년부터 1945년까지 활동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다섯 차례, 신간회가 한 차례 등장할 뿐이다. 6·10만세운동, 광주학생운동은 아예 빠졌고, 국내 민족운동, 만주 항일무장투쟁, 중국에서의 독립운동은 아예 ‘되도록 줄여서 간략히 소개하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 집필기준과 비교해보면 개정 교육과정의 ‘독립운동사 축소’ 메시지는 더욱 도드라진다. 현재는 ‘민족 운동의 흐름이 (중략) 6·10만세운동·광주학생항일운동으로 이어지고’ ‘다양한 민족 운동에 대하여 균형있게 서술한다’ ‘3·1운동 직후 국경 지대와 만주 지역에서 무장 독립 투쟁을 전개하였고 (중략) 의열단·한인 애국단 등이 의열 투쟁을 전개하였고’처럼 다양한 독립운동 활동을 소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최근 영화 <암살>을 통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독립운동가 김원봉과, 그가 주도한 민족혁명당 활동은 교과서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초안의 집필 유의점을 보면 ‘1930년대에 중국에서 활동한 다양한 독립운동 정당을 자세히 다룰 경우 학습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유의하여 되도록 생략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통합)한국독립당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고 돼 있다. 1940년대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민족혁명당이 참여하며 좌우 합작이 이뤄졌다. 김구 선생을 구심점으로 한 한국독립당과 김원봉이 주도한 민족혁명당이 ‘민족 연합 전선’을 구축한 덕분이다. 이에 비춰보면 교육부는 임시정부의 한 축인 민족혁명당의 역사를 교과서에서 다루지 말라고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사편찬위원회는 “김원봉은 중요한 인물이라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고 (임시정부가 아닌) 1920년대 의열단 활동에서 다룬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초안에 따르면, 친일의 역사는 교과서에서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친일적 인사의 활동을 서술할 때는 대표적인 인물(이광수, 최린 등)의 활동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한다’고 적시해 1920년대 주요 친일파를 소개하는 데 머문다. 이 기준을 따르면 1930년대 이후 대거 출현한 친일파들의 행적은 다루지 않아도 된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독립운동과 친일의 역사를 빼고는 한국 근대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근대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한국 현대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사편찬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말 그대로 초안 단계이며, 공식적인 집필기준(안)은 9월초 공청회 때 발표된다. 전문가 자문에서도 독립운동사와 관련한 문제가 지적돼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독립운동 단원 곳곳 “간략히”
6·10만세운동 등 아예 빼버려 그 많던 친일파는 어디로 갔나 “20년대 대표적 인물 중심 서술” 적시
30년대 대거출현 친일파 안다뤄도 돼 초안을 보면 독립운동사에서 3·1운동은 유난히 강조된 반면 다른 독립운동 관련 내용은 크게 축소됐다. 짧은 집필기준인데도 3·1운동은 무려 여덟 군데나 등장한다. 다른 독립운동은 대부분 그 이름이 초안에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1919년부터 1945년까지 활동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다섯 차례, 신간회가 한 차례 등장할 뿐이다. 6·10만세운동, 광주학생운동은 아예 빠졌고, 국내 민족운동, 만주 항일무장투쟁, 중국에서의 독립운동은 아예 ‘되도록 줄여서 간략히 소개하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 집필기준과 비교해보면 개정 교육과정의 ‘독립운동사 축소’ 메시지는 더욱 도드라진다. 현재는 ‘민족 운동의 흐름이 (중략) 6·10만세운동·광주학생항일운동으로 이어지고’ ‘다양한 민족 운동에 대하여 균형있게 서술한다’ ‘3·1운동 직후 국경 지대와 만주 지역에서 무장 독립 투쟁을 전개하였고 (중략) 의열단·한인 애국단 등이 의열 투쟁을 전개하였고’처럼 다양한 독립운동 활동을 소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최근 영화 <암살>을 통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독립운동가 김원봉과, 그가 주도한 민족혁명당 활동은 교과서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초안의 집필 유의점을 보면 ‘1930년대에 중국에서 활동한 다양한 독립운동 정당을 자세히 다룰 경우 학습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유의하여 되도록 생략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통합)한국독립당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고 돼 있다. 1940년대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민족혁명당이 참여하며 좌우 합작이 이뤄졌다. 김구 선생을 구심점으로 한 한국독립당과 김원봉이 주도한 민족혁명당이 ‘민족 연합 전선’을 구축한 덕분이다. 이에 비춰보면 교육부는 임시정부의 한 축인 민족혁명당의 역사를 교과서에서 다루지 말라고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사편찬위원회는 “김원봉은 중요한 인물이라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고 (임시정부가 아닌) 1920년대 의열단 활동에서 다룬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초안에 따르면, 친일의 역사는 교과서에서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친일적 인사의 활동을 서술할 때는 대표적인 인물(이광수, 최린 등)의 활동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한다’고 적시해 1920년대 주요 친일파를 소개하는 데 머문다. 이 기준을 따르면 1930년대 이후 대거 출현한 친일파들의 행적은 다루지 않아도 된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독립운동과 친일의 역사를 빼고는 한국 근대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근대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한국 현대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사편찬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말 그대로 초안 단계이며, 공식적인 집필기준(안)은 9월초 공청회 때 발표된다. 전문가 자문에서도 독립운동사와 관련한 문제가 지적돼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 2015 개정 교육과정
교육부는 학습부담 경감과 문·이과 통합 등을 내걸고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9월24일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이 발표된 이후 1년간 교육과정 개발이 진행돼 왔다. 교육부는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교과별 개정 시안을 바탕으로 공개토론회를 열고, 교육과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9월말께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각론을 확정해 고시한다. 그 직후 초·중등학교 교과용 도서의 국·검·인정 구분 고시가 이뤄진다. 교육부가 2015 교육과정에서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면 늦어도 이때까지는 국정화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정진후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교육부가 이례적으로 구분 고시에 대한 행정예고를 검토하고 있어 고시 이전에 국정화 여부를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정된 교육과정은 초·중·고교에 연차적으로 적용되는데 국정교과서는 2017년, 검정교과서는 2018년에 초등 1·2학년부터 도입이 시작된다.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