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발행제도, 세계 추세 보니
“국정제를 근간으로 교과서를 발행하는 나라는 북한, 방글라데시, 일부 이슬람 국가 정도다.”
방지원 신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30일 <한겨레>에 국정 교과서가 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퇴행적인 제도’인지를 보여주는 ‘수치’를 공개했다. 방 교수가 지난해 작성한 ‘외국의 역사 교과서 발행 제도에 비추어 본 최근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전환 시도의 문제점’을 최근 수정·보완한 자료를 보니, 국정제를 전면적으로 채택한 나라는 북한·방글라데시와 종교적 특수성이 강한 몇몇 이슬람 국가 정도다. 이밖에 경제적으로 워낙 어려워 민간에서 교과서를 편찬할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거나, 내전중인 나라, 일부 독재국가에서 국정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옛 사회주의권 국가들 대부분
국정제 폐지하거나 관여 축소
중국도 1980년대에 검정제로 전환
내전·독재국가 일부 국정제 유지 선진국 중 국정교과서 내는 곳 전무
‘역사왜곡’ 비판받는 일본도 검정제
“국정교과서 하겠다는 나라가
검정교과서 비판하냐” 조롱도 오랜 기간 국정제를 유지해온 (옛)사회주의권 국가들도 대부분 국가의 직접적인 관여를 축소했다. 중국과 몽골, 러시아, 체코, 폴란드를 비롯한 많은 국가가 국정제를 폐지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인데도 교과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검정제로 바뀌었다. 다양한 교재가 경쟁적으로 편찬돼 각 지역에서 채택되고 있다. 다만 낙후된 지역을 대상으로 국정이 일부 남아 있을 뿐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국정제 교과서를 발행해왔으나, 몇년 전부터 한국의 교육제도를 ‘모범’으로 삼아 검정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은 교육부 산하 교육과정 연구소와 국가에서 경영하는 교육출판사가 교육부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교과서 집필과 간행, 보급을 모두 관장해왔다. 그러나 국가가 교과서 발행을 독점해 발생하는 폐해를 인정해 지난해 교과서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등 검정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베트남 교육계 쪽으로부터 국회를 통과했고 정부 비준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해들었으나, 정확한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러시아도 다른 옛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1990년대 초 교과서 출판을 자율화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 검정제로 전환했다. 현재 러시아의 공식적인 교과서 발행 제도는 검정제다. 다만 2013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의 ‘자국사(러시아사)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 의회는 정부가 일선 학교에 특정 역사 교과서 채택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을 제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역사의식을 반영하는 역사 교과서 집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치구, 자치주, 공화국, 연방시의 교과서 운영이 제각각이라 국정제로 전환하더라도 한국처럼 단일한 교과서가 전국적으로 쓰이기는 쉽지 않다. 방 교수는 “러시아는 2013년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이후 한바탕 홍역을 치른 우리의 현실과 닮은 점이 적지 않다. 정권이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자신의 역사관을 위로부터 통일성 있게 전달하려고 특정 교과서의 탄생을 노골적으로 지원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선진국’ 가운데 국정 교과서를 근간으로 하는 교과서 발행 체제를 가진 나라는 한곳도 없다. 핀란드·프랑스·스웨덴·네덜란드 등은 자유발행제다. 방 교수가 외국 교육제도와 관련해 국내에 알려진 각종 자료와 논문, 외국 정부 영문 누리집 등을 확인한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17개국이 자유발행제를, 4개국이 인정제를, 13개국이 검정제를 근간으로 한다. 멕시코와 터키는 한국처럼 초등학교만 국정으로 하고 있고, 중·고교는 검정과 자유발행 등이 중심이다. 오이시디 가입국은 아니지만 G20(주요 20개국) 국가인 인도와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는 국정제를 부분적으로 운영한다. 예컨대 인도는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학교에 한해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며, 사립학교는 자유발행제다.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는 초등만 국정제다. 한국이 눈을 부릅뜨고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일본은 검정제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몇해 전 교육부의 부탁을 받아 일본 우익이 만든 후소사 교과서를 분석하고 역사 왜곡을 비판한 적이 있다”며 “일본 쪽에서 국정 교과서 하겠다는 나라에서 무슨 검정 교과서 하는 나라를 비판하느냐고 해서 너무 창피했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국정제 폐지하거나 관여 축소
중국도 1980년대에 검정제로 전환
내전·독재국가 일부 국정제 유지 선진국 중 국정교과서 내는 곳 전무
‘역사왜곡’ 비판받는 일본도 검정제
“국정교과서 하겠다는 나라가
검정교과서 비판하냐” 조롱도 오랜 기간 국정제를 유지해온 (옛)사회주의권 국가들도 대부분 국가의 직접적인 관여를 축소했다. 중국과 몽골, 러시아, 체코, 폴란드를 비롯한 많은 국가가 국정제를 폐지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인데도 교과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검정제로 바뀌었다. 다양한 교재가 경쟁적으로 편찬돼 각 지역에서 채택되고 있다. 다만 낙후된 지역을 대상으로 국정이 일부 남아 있을 뿐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국정제 교과서를 발행해왔으나, 몇년 전부터 한국의 교육제도를 ‘모범’으로 삼아 검정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은 교육부 산하 교육과정 연구소와 국가에서 경영하는 교육출판사가 교육부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교과서 집필과 간행, 보급을 모두 관장해왔다. 그러나 국가가 교과서 발행을 독점해 발생하는 폐해를 인정해 지난해 교과서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등 검정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베트남 교육계 쪽으로부터 국회를 통과했고 정부 비준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해들었으나, 정확한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러시아도 다른 옛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1990년대 초 교과서 출판을 자율화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 검정제로 전환했다. 현재 러시아의 공식적인 교과서 발행 제도는 검정제다. 다만 2013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의 ‘자국사(러시아사)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 의회는 정부가 일선 학교에 특정 역사 교과서 채택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을 제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역사의식을 반영하는 역사 교과서 집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치구, 자치주, 공화국, 연방시의 교과서 운영이 제각각이라 국정제로 전환하더라도 한국처럼 단일한 교과서가 전국적으로 쓰이기는 쉽지 않다. 방 교수는 “러시아는 2013년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이후 한바탕 홍역을 치른 우리의 현실과 닮은 점이 적지 않다. 정권이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자신의 역사관을 위로부터 통일성 있게 전달하려고 특정 교과서의 탄생을 노골적으로 지원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선진국’ 가운데 국정 교과서를 근간으로 하는 교과서 발행 체제를 가진 나라는 한곳도 없다. 핀란드·프랑스·스웨덴·네덜란드 등은 자유발행제다. 방 교수가 외국 교육제도와 관련해 국내에 알려진 각종 자료와 논문, 외국 정부 영문 누리집 등을 확인한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17개국이 자유발행제를, 4개국이 인정제를, 13개국이 검정제를 근간으로 한다. 멕시코와 터키는 한국처럼 초등학교만 국정으로 하고 있고, 중·고교는 검정과 자유발행 등이 중심이다. 오이시디 가입국은 아니지만 G20(주요 20개국) 국가인 인도와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는 국정제를 부분적으로 운영한다. 예컨대 인도는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학교에 한해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며, 사립학교는 자유발행제다.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는 초등만 국정제다. 한국이 눈을 부릅뜨고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일본은 검정제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몇해 전 교육부의 부탁을 받아 일본 우익이 만든 후소사 교과서를 분석하고 역사 왜곡을 비판한 적이 있다”며 “일본 쪽에서 국정 교과서 하겠다는 나라에서 무슨 검정 교과서 하는 나라를 비판하느냐고 해서 너무 창피했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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