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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전문] 서울대 역사 교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의견서

등록 2015-09-02 16:18수정 2015-09-02 16:21

서울대 역사 관련 5개학과 교수 34명은 2일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다음은 의견서 전문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님께 드리는 의견서>

교육부 장관님께,

우리나라의 교육을 주관하시는 장관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희 서울대학교의 역사학 전공 교수들은 중등학교 역사(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사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모아 장관님께 전달하기로 하였습니다. 소모적 논란을 줄여 역사 교육에 기여하고자 하는 충정을 살펴, 교육정책 추진에 반영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이즈음 역사(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정책이 정부와 여당에 의해 널리 천명되었습니다. 저희들은 정치권의 그러한 논의가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과 합치하지 않으며, 역사(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역사(한국사) 과목에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중요한 논거는 다수의 교과서가 사용됨에 따라 내용 통일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시행중인 검정 제도만으로도 한국 역사 교과서의 내용은 지나칠 정도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다수의 교과서에서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등 혹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그리고 검정 과정을 장기적이고 신중하게 수행함으로써 바로잡을 일입니다.

국정화를 통해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점은 정부가 역사(한국사) 교과서 서술을 독점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국정교과서는 학계의 의견을 더욱 널리 모아 제작할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국정교과서 제작에 반영할 학계의 의견이라면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의 개발, 그리고 검정 과정에 반영하면 충분합니다.

역사(한국사) 교과서 서술을 정부가 독점하는 정책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통해 오랜 고난 끝에 이룩한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습니다. 똑같은 역사 교재로 전국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창조 역량을 크게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는 물론 경제 발전에도 장애를 초래할 것입니다.

저희 주변의 역사학자 중에서 역사(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데 찬성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역사 교육에 필요한 것은 국정 교과서로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역사 교과서 제작의 자율성을 좀 더 널리 허용하는 일입니다. 또한 한국사 과목의 필수화에 가려져 세계사 교육이 잊혀져가고 있음을 직시하여 한국사와 세계사를 균형 있게 가르치도록 힘써주시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위와 같은 저희들의 소견을 충분히 반영하신다는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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