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문·이과 ‘통합사회’ 과목 공청회…“‘노동’ 빠지고 ‘시장경제’만 강조”

등록 2015-09-02 19:56수정 2015-09-02 22:31

교사들 비판 목소리 쏟아져
“과거 공통사회 과목보다 후퇴”
‘인간을 둘러싼 자연과 사회 현상에 대해 시간적·공간적·사회적·윤리적 관점을 통합적으로 적용해 사회 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과목’, ‘다양한 답이 가능한 수업’. 2일 열린 ‘2015 개정 교육과정’ 사회·역사·도덕 등 2차 공청회에서 교육부가 밝힌 통합사회 과목의 특징이다. 교육과정 개정의 목표가 ‘문·이과 통합형’인 만큼 고교 과정에 신설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이번 개정의 고갱이다. 하지만 무늬만 ‘통합’일 뿐, 실제론 각 교과를 나열한 누더기식 사회 과목이 되리란 우려가 나온다.

사회 교사인 김효수 좋은교사운동 교육실천위원장은 “사회과 교육과정의 역사는 통합과 분과로 점철된 역사”라며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또 짧은 시간에 존재를 부정당하고 다른 교육과정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문·이과 통합이라는 명분에 맞추려 급하게 ‘통합’한 탓에 질적으로는 오히려 과거의 공통사회 과목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주제와 이슈 중심의 통합적 접근이 부족하고 학문적인 계열성이 뚜렷해 지리, 역사, 일반사회, 윤리 교사가 1시간씩 나누어 과목을 가르칠 가능성이 짙다”고 짚었다.

특히 중·고교를 막론하고 사회 교과 전반에서 ‘노사관계’는 빠지고 ‘시장경제’만 강조된 교과 시안에 대한 비판이 많다. 신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참교육실장은 “중학교에서 노동권 문제를 최초로 다루게 되긴 했지만 분량이 미미한 반면 ‘기업가 정신’이 새롭게 도입되고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노동시장에 적용하게 하는 등 자본의 관점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통합사회에 ‘금융 설계’가 소단원으로 배치된 것도 과목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효수 위원장은 “금융을 개인적인 관리 차원에서만 미시적으로 다룬 것은 특정 경제단체의 의견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적어도 공통 교과라면 경제 구조에서의 금융의 위치 등을 거시적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짚었다.

이런 사정 탓에 교육 현장에선 통합사회 과목의 일방적인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다. 전교조가 앞서 7월 전국의 일반사회·지리·역사·윤리 교사 101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과 교사의 77.8%가 통합사회 과목 신설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통합사회 과목이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는 데 대한 우려도 크다. 설문 응답자의 73.5%는 수능 필수과목 지정에 반대했다.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조사·토론 등의 방식으로 수업해야 하는 과목이라 객관식 형태의 수능으로는 과목의 개설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선 도덕 과목을 두고 국가주의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선 박상욱 울산 천곡중학교 교사는 “중학교 도덕 시안 성취기준에 ‘바람직한 애국심’이라는 말을 꼭 넣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국가와 시민의 바람직한 관계를 자연스럽게 다루면 되는데 여전히 국가주의적인 틀 속에서 도덕과가 기능하게 되는 게 아닐지 고민스럽다”고 짚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세사기 1300건 서울 관악구…집주인 “팔 생각” 부동산 “손님 없어” 1.

전세사기 1300건 서울 관악구…집주인 “팔 생각” 부동산 “손님 없어”

윤석열 정부 ‘공안 정국’ 조성…검찰, 주말 집회 4명 구속영장 2.

윤석열 정부 ‘공안 정국’ 조성…검찰, 주말 집회 4명 구속영장

서울대, ‘윤석열 퇴진’ 대자보…“불공정과 비상식의 대명사” 3.

서울대, ‘윤석열 퇴진’ 대자보…“불공정과 비상식의 대명사”

‘유령’에서 이제야 자격 얻었는데…산재로 꺾인 ‘이주민 청년’의 꿈 4.

‘유령’에서 이제야 자격 얻었는데…산재로 꺾인 ‘이주민 청년’의 꿈

엄마는 암, 아이는 자폐스펙트럼…삼성전자 반도체 집단산재 신청 5.

엄마는 암, 아이는 자폐스펙트럼…삼성전자 반도체 집단산재 신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