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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국사 교육, 헌재도 다양한 견해 필요성 인정”

등록 2015-09-03 20:12수정 2015-09-04 10:14

헌법학자·변호사, 결정문 인용
정부·여당의 국정화 추진 비판
“교육받을 권리·표현 자유 침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위헌 논란 쟁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위헌 논란 쟁점
“교과서의 내용에도 학설의 대립이 있고 어느 한쪽의 학설을 택하는 데 문제점이 있는 경우, 예컨대 국사(한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헌재 89헌마88)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례들은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데 일조해왔다. 하지만 헌재는 1992년 11월12일 국정 교과서 제도가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예컨대 국사”는 국정 교과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콕 집어서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강변하는 ‘하나의 역사’보다는 ‘다양한 역사’가 헌법적 관점에서 더 타당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탁경국 대한변협 교육인권소위원회의 위원장은 3일 이 헌재 결정문을 언급하며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국정제 논란은 한국 사회에 아직도 헌법적 관점에 입각한 사고가 부족함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탁 위원장은 “설사 국가가 교과서 편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국정 교과서 발행권은 학년과 학과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이라는 헌재 결정 내용을 상기시켰다.

헌재는 당시 헌법 제10조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근거로 “오히려 국정제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제고시킬 수도 있다”면서도, 이런 판단이 (불가피하게) 적용돼야 할 ‘예외적 상황’을 이렇게 적시했다. “특정 과목(기술, 가정 등) 교과서의 저작·발행에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수요는 적어 어느 누구도 그러한 교과서를 집필·발행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라든지 사인에게 맡기는 경우 그에 관한 연구가 충실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사 교과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다수 법률 전문가의 견해다. 한국사는 2017학년도부터 수능 필수과목이라 교과서 수요가 많고, 현재 발행되고 있는 검정 교과서도 8종에 이른다. 오류가 많거나 질이 낮으면 치열한 채택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채택률 0%대’를 기록한 교학사 교과서가 대표적이다.

헌법학자인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고, 헌재도 국정제보다는 검인정제, 검인정보다는 자유발행제를 택하는 것이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국정제 자체는 합헌이라고 결정했지만 다양한 교과서를 허용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에 더 부합한다는 점을 헌재도 인정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오 교수는 “국정 교과서가 ‘교육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헌재의 합헌 결정을 비판했다. 헌재는 ‘독자적 판단 능력’이 부족한 초·중·고 학생의 교육과 관련해 부득이하게 ‘국가의 재량권’(국정 교과서)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 교수는 “학생을 훈육과 통제의 대상으로만 간주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 및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시각이며, 민주공화국에서 민주시민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1969년 “공립학교가 전체주의의 성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은 국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만을 받아들이는 폐쇄회로의 정보 수령자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는 통일성 있는 국민을 양성하려고 학교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국정제가 헌법(제21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검열’에 해당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인정 교과서의 적격 여부 심사가 헌법의 검열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은데, 국정제는 아예 국가가 교과서를 독점하는 제도인 까닭이다. 오 교수는 “국정 교과서는 검인정보다 국가의 개입 강도가 강하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강하며, 따라서 국정제를 정당화하려면 더욱 강한 공익적 관점이 입증되지 않는 한 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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