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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역사 다양한 해석은 문명국 상식” “정권 입맛대로 교과서 바뀔 우려”

등록 2015-09-13 19:56수정 2015-09-14 15:13

보수언론 ‘국정화 반대’ 이유 보니

“교육혼란·사회갈등 야기”

지난 1년 반 동안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작업을 침묵하며 지켜봐온 보수 성향 언론사들마저 최근 며칠 사이 일제히 ‘국정화 반대’ 쪽으로 태도를 정리했다. <중앙일보>가 4일 사설(‘역사교과서, 국정 발행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에 이어 9일 이하경 논설주간의 칼럼으로 물꼬를 텄고, 10일 <문화일보>와 <세계일보>가 각각 국정화 반대 사설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9일 1·10면 기사에서 국정화에 비판적인 논조를 내비친 뒤, 11일치 사설에서 “국정화는 최후의 대안이어야 한다”며 에둘러 국정화 추진에 반대했다.

12일 <조선일보>의 사실상 ‘국정화 반대’ 사설은 국정화를 강행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정부·새누리당을 향한 보수언론의 ‘마지막 고언’인 셈이다. 보수언론이 내세운 주된 국정화 반대 이유는, 국정화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는 ‘대의’와 학생들이 정권의 입맛에 휘둘리는 교과서의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다. 국정화를 섣불리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배제할 수 없다.

역사 해석의 다양성 <중앙>은 이하경 논설주간의 ‘국정 교과서론 죽어도 정주영 못 만든다’라는 칼럼에서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놓고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토론하는 것은 문명국의 보편적 상식”이라며 “그래야 다원적 가치와 창조성, 상상력이 확대된다. 역사 해석의 권리를 국가가 독점하는 것은 이 모든 장점을 포기하자는 얘기”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어 “남과 달리 보고, 뒤집어 봐야 상상력이 꽃피고 창조가 이뤄진다. 아이들에게 정답만 달달 외우게 하면 막힌 사회, 죽은 사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문화>도 ‘역사 교과서, 국정 아닌 집필기준·검증 강화가 옳다’라는 사설에서 “‘학교에서 역사는 하나로 가르쳐야 한다’는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주장부터 단견”이라며 “역사에서 사실은 하나지만, 그 해석이 획일적일 순 없다”고 짚었다.

졸속 추진 <조선>의 사설 제목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 밀어붙일 만큼 충분히 준비됐는가’다. <조선>의 결론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은 “교육부가 국정화를 할 경우 교과서 집필·검토·배포를 1년 반 만에 끝내겠다는 것은 날림으로 만든 국정 교과서를 살포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동아>는 9일치 “집필-검수 과정 늘려 오류 없애야” 기사에서 “(국정화하려면)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너무 자주 바뀌고, 집필부터 검수에 이르는 과정이 짧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며 “시간상 이런 대책이 함께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비관했다.

시대착오적 발상 <문화>는 “역사 교과서는 정확하고 공정해야 하지만, 시대착오적 국정 체제로 되돌아갈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중앙>은 “국정은 관제사관을 주입하는 북한·베트남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4일 사설)며 “우리가 민주적 다양성과 개방성의 힘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 됐는데 이제 와서 굳이 거꾸로 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9일 칼럼)라고 되물었다.

정권 성향에 교과서 좌우 <동아>는 사설에서 “교육부마저 주저하는 마당에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정권 교체와 함께 번복되거나, 정권의 입맛대로 교과서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누구보다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라고 우려했다. <조선>도 “국정이라고 해서 정권 기호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갈등 후폭풍 <문화>는 “박 정부는 일각에서 불복종 운동까지 예고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교육 혼란과 사회 갈등만 더 키울 뿐이란 사실을 지금이라도 깨닫고 발상을 접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동아>는 사설에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는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념에 따라 엇갈리기 때문에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격렬한 역사전쟁, 좌우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국정보단 검정 교과서 검증 강화 <세계>는 10일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밀어붙이기 안 된다’는 사설에서 “현행 검정 과정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사실관계 오류와 편향성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조선>은 아예 “주택 시장에서 민영과 공공주택이 경쟁하듯 국정과 검정 교과서를 모두 만든 후 그것들을 경쟁시켜 학교·학부모·교사들이 선택하게 하는 것도 교과서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3의 대안’을 제시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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