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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

등록 2015-10-07 14:35수정 2015-10-07 16:44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전국에서 동시다발 시민선언

교수 집필 거부, 교사·학부모 사용 거부
본격적인 불복종 운동 움직임도 나타나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국정화 반대 ‘시민 선언’이 잇따랐다. 지난 9월 이후 5만여명이 넘는 교수·교사·학부모·시민단체들이 반대 성명에 참여했는데도 박근혜 정부가 각계각층의 우려를 무시하고 국정화를 추진하는 데 대한 ‘저항’의 물꼬가 터진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가 공식적으로 국정화를 발표하면, 교수들은 집필 거부를, 교사와 학부모들은 사용 거부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불복종’에 돌입할 움직임도 감지된다. 현재까지 세계 각국 재외동포 1400여명도 반대 선언에 동참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네트워크 참가 시민단체 회원들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 전국 동시 시민선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네트워크 참가 시민단체 회원들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 전국 동시 시민선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왜곡저지 대전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민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역사왜곡저지 대전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민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충남 지역 4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충남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OECD 국가들 가운데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역사 왜곡과 친일행적 미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성/연합뉴스
충남 지역 4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충남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OECD 국가들 가운데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역사 왜곡과 친일행적 미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성/연합뉴스

민주노총 경북본부 등 대구경북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경북교육연대 소속 회원 20여명이 7일 오전 경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구/연합뉴스
민주노총 경북본부 등 대구경북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경북교육연대 소속 회원 20여명이 7일 오전 경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구/연합뉴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경남도민모임이 7일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화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권력의 노골적 역사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경남도민모임에는 전교조 경남지부 등 58개 단체가 참여했다. 창원/연합뉴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경남도민모임이 7일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화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권력의 노골적 역사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경남도민모임에는 전교조 경남지부 등 58개 단체가 참여했다. 창원/연합뉴스
470여개 단체가 결성한 범국민 연대기구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7일 오전 서울·경남·경북·대전·충남·부산·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육 통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경기와 인천에서는 선언문만 발표했고, 전남에서는 8일 오전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국정화를 ‘역사 쿠데타’로 규정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연구실장은 “이건 국정이냐 검정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친일·독재 옹호 세력들이 10년 이상에 걸쳐 준비해 온 역사 쿠데타”라고 말했다. 뉴라이트의 대안 교과서와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등 일련의 ‘친일·독재 미화 역사 만들기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박 실장은 “친일파의 아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과 독재자의 딸(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한 것”이라며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서울 지역 ‘시민선언문’에서는 현행 검정 한국사 교과서를 좌편향·종북으로 규정한다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좌편향·종북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선언문은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좌편향·종북 등으로 몰아세우고 수능 필수를 빌미로 국정 교과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좌편향·종북 딱지를 붙이고 있는 현재 한국사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만들어진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따라 집필하고 박근혜 정부가 검정·심의하여 통과시킨 교과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구나 검정통과 당시 편향성 시비가 일자 교육부는 수정심의위원회까지 급조해 수정·보완을 명령했고 출판사를 앞세워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모조리 관철시켰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특히 “학부모들이 하나의 국정 교과서를 원한다”는 정부의 논리를 단호히 거부했다. 최은순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이번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정부는 대입 수능 필수이기 때문에 한 권의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학부모 요구가 많다고 학부모를 이용한다”며 “학부모들이 (국정 교과서를) 요구한다고 얘기하지 마라. 그래서 우리가 1차 국정화 반대 학부모 선언에 이어 2차 선언까지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부모들도 이땅의 시민인지라 가슴 속 밑바닥에 ‘우리 아이가 정의로운 사회에 기여하는 자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민 선언에서는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을 존중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즉각 중단할 것 △하나의 역사가 지닌 위험성을 경고한 헌법재판소와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라 역사교육을 통제하려는 모든 기도를 즉각 중단할 것 △역사교육에서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즉각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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