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2017년 중·고교 적용
‘1974년 체제’로 회귀…야당, 황우여 장관 해임안 제출
‘1974년 체제’로 회귀…야당, 황우여 장관 해임안 제출
1973년 4월20일 박정희 정부는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42년, 2015년 10월12일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애초 검정체제였던 국사 교과서는 1974년부터 국정으로 발행되다 2011년 검정체제로 바뀌어 배포됐다. 하지만 검정 전환 6년 만인 2017년부터 또다시 ‘1974년 체제’인 국정으로 발행된다. 이로써 한국은 북한, 방글라데시 등과 함께 국정제를 전면적으로 채택한 몇 안 되는 나라가 된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7년 중·고교 신입생부터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해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약칭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중학교의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의 한국사 교과서를 현행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포함한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는 지난해 2월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한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정화 전환과 관련해 어떤 입장 발표도 하지 않았다. 황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 교과서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국민이 역사를 다르게 기억한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분열뿐”이라고 말했지만, 최근 국정화 반대 운동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 국정 교과서야말로 국론분열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검정체제로 바뀐 2011년 이후 ‘교과서 자율화 확대’라는 정책 기조 아래 검인정 도서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검인정 교과서의 비율이 85%에 이른다. 그러나 교육부는 “역사 교과서의 경우에는 검정제 도입 이후 끊임없는 사실 오류 및 편향성 논란이 제기되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왔다”며 역사는 교과서 자율화 확대의 ‘예외’로 만들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황 부총리는 “역사 교과서가 검정제 도입 이후 국민을 통합하고, 헌법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건전한 국가관과 균형 있는 역사인식을 기르는 데 기여하지 못한 채 지속적인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일으켜왔다”며 “그동안 각종 사실 오류와 편향성을 바로잡아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기 위한 교과서를 학교에 보급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정화 전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수정명령을 하더라도, 일부 집필진은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반복하여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정 교과서 집필 주무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는 보수·진보 입장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역사학자가 국정 교과서 집필을 거부할 가능성이 큰 상황임을 고려해 역사 교과서 집필을 다른 학문 분야 학자들한테 맡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김정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근현대사에는 역사가만이 아니고 정치사, 경제사, 사회,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분들을 초빙해서 (집필진을) 구성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대해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에서 개정 과정의 핵심은 창의와 역량이고, 역사 교육의 목표는 해석의 다양성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 놓고 학생들한테 ‘하나의 해석을 던져줄 테니 받아들이라’는 것은 정책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역사 교육의 측면에서 아주 심각한 후퇴”라며 “정부가 세계화 시대에 맞는 다양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가르치는 방향이 아닌 국가주의와 반공주의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새정치연합은 해임건의안에서 “학계와 학부모,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해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야기했다”며 “황 장관은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해임건의안은 국회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전정윤 이세영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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