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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역사 전문가 아닌 정치·경제·사회학자 집필로 전문성 확보?

등록 2015-10-12 21:30수정 2015-10-13 15:38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방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세종/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방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세종/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교육부 국정화 추진 논리 뜯어보니
교육부는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끝내 강행하기로 발표하면서, ‘사실오류·편향성 수정’, ‘다양성 확보’, ‘헌법 가치 수호’ 등 다양한 국정화 추진 논리를 내놓았다. 하지만 국정화 전환은 교육부가 문제라고 지적한 점들을 오히려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실오류·편향성 탓

교육부 ‘검정’도 집필기준·수정 ‘쥐락펴락’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국정화 추진의 결정적 배경으로 ‘검정 집필진의 편향성’을 탓했다. “역사 교과서의 이념 편향성이 문제 되는 이유는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들의 집필진이 특정 이념에 따라 객관적 사실마저도 과장하거나 왜곡하여 기술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8종 한국사 교과서는 교육부의 교육과정과 집필기준대로 서술돼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하고, 그중 일부는 집필진 의사에 반해 교육부 명령대로 수정까지 해서 학교에 배포된 책이다.

만약 현재 검정 교과서에 사실오류와 편향성이 있다면 지금까지 교육부가 이를 조장 내지 방관했다는 말이 된다.

균형성·다양성·전문성 확보

8종으로도 못한 다양성 확보 ‘1종으로 실현’?

교육부는 “교과서 집필진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인사로 구성되어 있지 못하며, 그 결과 검정제의 가장 큰 취지인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8종 검정 교과서 집필진의 관점이 다양하지 못하니, 1종 국정 교과서로 균형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8종 교과서’가 구현하지 못하는 다양성을 ‘1종 교과서’가 실현하겠다는 논리부터가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교육부는 “학계 권위와 전문성을 인정받는 우수한 전문가로 집필진을 구성하여 균형있고 질 높은 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계 권위자들 대부분이 ‘국정화 반대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여서 집필에 참여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결국 근현대사의 경우 역사 전문가도 아닌 정치·경제·사회·문화 학자들한테 집필을 맡겨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모순적 방침을 밝혔다. 이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이번 근현대사에는 역사가만이 아니고 정치사, 경제사, 사회,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분들을 초빙해서 구성하도록 할 것”이라며 “그래야 (중략) 전체 역사를 다양하게, 그리고 훌륭하게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역사학 전공이 아닌 뉴라이트 성향 교수 몇명이 이미 국정 교과서 편집자로 내정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고대사 전공자인 나더러 내 전공 이외의 역사 부분을 쓰라고 해도 두려울 것 같은데, 심지어 역사 전공도 아닌 학자가 역사 교과서를 집필하겠다는 것은 학자로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질 관리 체계 구축

품질 문제라며 관리기관은 다시 ‘국사편찬위’

교육부는 현행 검정 교과서의 문제점으로 ‘사실 오류’를 지적하면서 ‘역사 교과서 개발을 위한 질 관리 체계 구축’ 방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역사 교육과 관련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국사편찬위원회를 책임 편찬 기관으로 지정·위탁해 질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현행 검정 교과서의 집필기준 개발과 심의·수정 등 ‘질 관리’를 책임졌던 기관이 바로 국사편찬위원회다.

교육부는 “교과서 개발 전 과정에 걸쳐 투명성과 개방성을 확보해 오류·편향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황 부총리는 집필진 구성과 관련해 “어느 정도 내락을 받은 분들이 많이 계시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인물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김정배 위원장 역시 집필진 공개 시점을 묻는 질문에 “교과서 집필이 시작되면 하겠다”고 답했다.

헌법적 가치에 충실하게

1992년 헌재 ‘국정보다 검정이 바람직’ 적시

교육부는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미 1992년 한국사만큼은 국정보다 검정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의 국정 발행을 합헌으로 인정하면서도 “예컨대 국사(한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더구나 정부 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논리 근간에는 반헌법적인 주장이 놓여 있다.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건립 시점과 관련해 ‘1948년 건국설’을 펴는 뉴라이트의 견해를 수용한다. 이는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됐다’는 헌법과 전면 배치된다. 김정배 위원장은 이날 건국절과 관련해 “(임시정부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지요. (대한민국 건국일이 1919년인지 1948년인지는) 우리 학계의 큰 문제 중에 하나”라며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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