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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모든 교과서에 ‘김일성 주체사상 비판’ 있다

등록 2015-10-14 21:33수정 2015-10-15 23:44

새누리당이 내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이 14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에 내걸려 있다. 새누리당은 13일부터 전국 246개 당원협의회에 교과서 관련 홍보 문구 8개를 제시했고, 각 당협에서 자체적으로 시안을 골라 플래카드를 만들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누리당이 내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이 14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에 내걸려 있다. 새누리당은 13일부터 전국 246개 당원협의회에 교과서 관련 홍보 문구 8개를 제시했고, 각 당협에서 자체적으로 시안을 골라 플래카드를 만들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편향 교과서’ 주장 검증 보고서] (1) 친북인가

고교 한국사 8종 분석 “김일성 개인숭배 수단”
교육부 새 교육과정에도 ‘주체사상 학습’ 명시
당정은 ‘북 편향’ 주장 근거로 내세워 자기모순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최근 국사 교과서 전환과 관련해 길거리에 내건 펼침막의 내용이다. 이 펼침막의 내용은 ‘사실’이다. 한 단어가 빠졌을 뿐이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비판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12일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하면서 주요한 이유로 검정 교과서의 ‘사실 오류 및 편향성’을 들었다. 그 가운데 가장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북한 관련 서술에서 북한이 긍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겨레>가 14일 교학사·금성·두산동아·리베르·지학사·미래엔·비상교육·천재교육 등 현행 8종 검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북한 관련 서술을 모두 분석한 결과, 모든 검정 교과서는 주체사상을 비롯한 북한 체제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정 교과서들이 굳이 주체사상 등 북한 체제 서술을 교과서에 포함시킨 이유는 교육부의 교과서 집필기준 때문이다. 이들 교과서가 가이드라인으로 삼은 ‘2009 교육과정’의 고교 한국사 집필기준을 보면 “분단 이후 북한의 변화 과정을 서술하고 오늘날 북한의 세습 체제 및 경제 정책의 실패, 국제적 고립에 따른 체제 위기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등을 서술한다”고 돼 있다. 이런 내용을 서술하기 위해서는 ‘주체사상’에 대한 언급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교육부도 지난달 23일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고교 한국사 성취기준에서 아예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천리마운동, 7·4 남북 공동성명,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 기본합의서, 6·15 남북 공동선언, 탈북자”를 학습 요소로 명시했다.

■ 주체사상 인용

교육부는 지난 2일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의 상고에 대한 교육부 입장’이라는 장문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북한의 주체사상을 그대로 인용해서 가르쳐도 되는가”라며, 마치 현행 검정 교과서들이 학생들한테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주입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좌편향’의 대표적 교과서로 언급하는 금성출판사 교과서 역시 주체사상을 비판하고 있다. 이 교과서 407쪽을 보면 “북한 학계에서는 주체사상을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고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 사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체사상은 ‘김일성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고 서술돼 있다. 금성 교과서 집필진은 “주체사상의 의미를 설명하는 앞부분에도 ‘북한 학계의 주장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을 붙여 객관적인 인용을 하였음을 서술했고, 주체사상이 김일성 개인숭배로 이어졌다는 문제점도 분명히 서술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엔 출판사 교과서는 “주체사상은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 구축 및 개인숭배와 반대파 숙청에 이용되었다”(350쪽)라고 썼고, 지학사 출판 교과서는 “북한은 주체사상을 강화하여 김일성을 신적인 절대 권력자로 만들었다”(386쪽), 천재교육 출판사는 “주체사상은 김일성의 권력독점과 우상화에 이용되었다”(318쪽), 두산동아 출판사는 “주체사상은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합리화하는 동시에 김일성 개인숭배를 조장하였다. 또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로 이용하기도 했다”(314쪽)라고 서술하고 있다. 리베르 출판사는 “북한은 주체사상에 입각한 김일성 개인숭배와 김일성 가계의 성역화 작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대남 무력 도발을 게속 일으켰다”(368쪽)라고, 비상교육은 “주체사상이 통치이념으로 자리잡았고, 김일성에 대한 개인숭배가 강화되어 김일성 1인 지배체제가 구축되었다”(386쪽)라고 적고 있다. 특히 뉴라이트 진영이 집필했던 교학사 출판사 교과서는 주체사상에 대해 다른 출판사보다도 더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8종 검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 ‘주체사상’ 관련 서술
8종 검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 ‘주체사상’ 관련 서술

6·25 잘못된 판단하도록 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인정한 사료 인용

■ 6·25 전쟁의 책임

교육부는 “학생들로 하여금 6·25 전쟁의 발발 책임이 남북 모두에 있었다고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6·25 전쟁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판단을 하도록 했다”고 검정 교과서를 몰아붙인다.

이와 관련해 미래엔 교과서는 역사학자인 김성칠의 <역사 앞에서>를 인용했다. “그들은 피차에 서로 남침과 북벌을 위하여 그 가냘픈 주먹을 들먹이고 있지 아니하였는가. 인민 공화국에서의 끊임없는 남침의 기획과 선전은 이미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고 또, 이미 실천을 통하여 분명히 되고 말았으니 (중략) 대한민국의 요로에 있는 분들이 항상 북벌을 주장하고” 등의 부분이 탐구활동으로 제시됐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6·25 전쟁의 책임이 남북 모두에 있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북한의 기습 남침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 교체하라”는 수정명령을 내렸다. 집필진은 “본문에 북한의 남침을 명확하게 서술하고 자료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남침을 삼중으로 중복 서술하라는 수정명령은 서술의 효율성을 무시한 지적”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더욱이 이 책을 쓸 당시 김성칠은 서울대 사학과 교수였고, 그의 증언기록 일부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 기념 첫 기획전에서 전시될 정도로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교과서마다 ‘(북한이) 전면 남침을 해왔다’ 같은 서술이 분명히 나와 있다. 특히 논란이 된 미래엔 교과서 역시 6·25 관련 부분을 보면, 6·25 이전에 작성된 북한의 전투명령까지 게재돼 있어 북한이 상세하게 남침을 준비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개혁, 북한 긍정적-남한 부정적 서술?
“사회주의-자본주의 장단점 아는 게 진짜 교육”

■ 북한 토지 무상분배 서술

교육부는 현행 검정 교과서가 “북한은 ‘무상 분배’, 남한은 ‘유상 분배’라고 가르친다”고 비난한다. “북한은 토지개혁을 통해 토지를 무상 몰수하고 농민들에게 소유권에 매매·소작·저당을 제한하는 경작권만 분배하였는데, 단순히 ‘무상 몰수, 무상 분배’라는 현상만 소개하고 한계는 서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남한 토지제도의 한계에 대해서는 상세히 서술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한테 잘못된 역사상과 부정적인 국가관이 자리잡도록 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하지만 검정 교과서들이 남한 토지제도를 부정적으로만 서술했다는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 금성출판사는 교육부의 수정명령 전부터 남한의 농지 개혁에 대해서도 비판과 긍정적인 서술을 나란히 실어놨다. 예를 들어 373쪽에선 “일부 지주들은 미리 토지를 처분하는 등 편법을 동원하여 농지 개혁법을 피해 가기도 했다. 그러나 농지 개혁의 결과 지주 계급이 소멸하고 상당수의 농민이 자신의 토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된 점은 의의가 매우 컸다”고 돼 있다.

2013년 토지 개혁과 관련해 수정명령을 받은 6개 출판사 집필진은 수정명령 합법 판결에 대한 항소 이유서에서 “북한은 무상 몰수-무상 분배의 사회주의 개혁, 남한은 유상 몰수-유상 분배의 자본주의식 개혁을 실시했음을 학생들이 정확하게 알고 장단점을 비교하고 토론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역사 교육의 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조건 남한 정책은 옳았고 북한 정책은 문제점이 많았다는 서술은 역사 교육의 기본을 상실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정의당 당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대국민 서명운동과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정의당 당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대국민 서명운동과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한국광복군보다 조선의용군 내용이 더 많다?
“광복군-의용군 활동 주제별로 적절히 서술”

■ 조선 의용군 서술

“한국광복군보다 동북 항일 연군, 조선 의용군에 대해 더 많이 서술한다.” 정부·여당이 검정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지적할 때마다 나오는 단골 소재다. 검정 교과서들이 사회주의 계열 무장 독립운동 단체인 동북항일연군이나 조선의용군에 비해 한국광복군의 활동과 관련한 서술 분량이 너무 적고, 한데 묶여 있지 않고 분산 서술되어 있어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서술됐다는 불평이다. 이에 대해 두산동아 집필진은 “광복군 활동에 대해 ‘주제 9 항일 연합 전선을 결성하다’와 ‘주제 10 한국의 독립을 준비하다’ 부분 본문에 주제에 맞게 적절히 서술하고 있다”며 “한데 묶으면 체계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자칭 ‘공산주의 감별사’ 고영주, 유신시절로 돌아가고 있는 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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