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퍼나르기(리트윗)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내용의 연세대 대자보.
북한 문체 패러디한 연세대 대자보 화제
‘좌파세력은 그 무슨 ‘친일독재 미화’니 ‘유신부활’이니 하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지껄이며…경천동지할 만행을 저질렀다’
‘좌파세력은 그 무슨 ‘친일독재 미화’니 ‘유신부활’이니 하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지껄이며…경천동지할 만행을 저질렀다’
한 연세대 학생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 성명서 문체를 패러디해 작성한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우리의 립장’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중앙도서관에 부착된 이 대자보는 19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와 ‘클리앙’ 등에 게재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발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대자보를 쓴 연세대생 박아무개씨는 이날 오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일이 북한이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쪽에서 ‘북한이 싫다면서 왜 북한처럼 교과서 국정화를 따라하느냐’는 비판을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면서 “(대자보에서) 국정 교과서를 찬성한다고 주장했지만, 반어법으로 풍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가 쓴 대자보는 “민족의 위대한 령도자이시며 존엄 높이 받들어 모실 경애하는 박근혜 최고지도자 동지께서 얼마 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선포하시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어 “오만불손한 좌파세력은 그 무슨 ‘친일독재 미화’니 ‘유신부활’이니 하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지껄이며, 존엄 높이 추앙해 마지않을 민족의 태양 리승만, 박정희 대통령 각하를 깎아내리는 망발을 일삼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철천지 원쑤보다 못한 좌파세력은 국정교과서에 대해 ‘역사교육을 획일화하려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감히 우리 조국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경천동지할 만행을 저질렀다”며 “단언하건대, 앞으로 우리 조국에서 쓰여질 교과서는 북조선, 로씨아, 베트남의 국정교과서만큼 영광스럽고 긍지 높은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끝으로 “만일 좌파세력들이 지금처럼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며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처사를 계속한다면 치솟는 분노와 경천동지할 불벼락으로 본때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보도 프로그램 자막으로 자주 쓰는 글씨체를 활용하고, 강조하려는 대목은 빨간색으로 표현했다. ‘선포하시었다’와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처럼 북한이 성명서 등에서 쓰는 말투를 그대로 패러디했다.
박씨는 “대자보를 본 대학생들이나 지식인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대자보를 본 누리꾼들은 ‘해학이 넘치고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리꾼들은 커뮤니티 게시물에 “대자보를 복사해서 동네마다 붙이고 싶을 정도다”, “딱 봐도 비꼬는 내용이니 진지하게 생각하는 분은 없겠죠?”라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아래는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우리의 립장’ 대자보 전문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민족의 위대한 령도자이시며 존엄 높이 받들어모실 경애하는 박근혜 최고지도자 동지께서 얼마 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선포하시었다.
이는 력사에 길이 남을 3.15 부정선거를 만들어내신 위대한 리승만 대통령 각하와 유신체제를 세워 대통령선거제도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신 박정희 대통령 각하를 가장 숭고한 기쁨과 영광으로 받들어 모시려는 박근혜 최고지도자 동지의 무한한 혜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오만불손한 좌파세력은 그 무슨 ‘친일독재 미화’니 ‘유신부활’이니 하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지껄이며, 존엄높이 추앙해 마지않을 민족의 태양 리승만, 박정희 대통령 각하를 깍아내리는 망발을 일삼고 있다.
또한, 철천지 원쑤보다 못한 좌파세력은 국정교과서에 대해 “역사교육을 획일화하려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감히 우리 조국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경천동지할 만행을 저질렀다.
단언하건대, 앞으로 우리 조국에서 쓰여질 교과서는 북조선, 로씨아, 베트남의 국정교과서만큼 영광스럽고 긍지 높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만일 좌파세력들이 지금처럼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며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처사를 계속한다면 치솟는 분노와 경천동지할 불벼락으로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
박정희 각하 탄신 98년(서기 2015년) 각하를 존경해마지않는 련세대학교 학생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