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편찬 방향 및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대표 집필자 중 한명인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수준 높은 집필진 40명 구성
대표 6명 거의 확정됐다”
뽑은 사람은 얼굴 못 내밀고
뽑을 사람도 구인난 시달려
대표 6명 거의 확정됐다”
뽑은 사람은 얼굴 못 내밀고
뽑을 사람도 구인난 시달려
국사편찬위원회가 국정 교과서 편찬의 ‘얼굴’이랄 수 있는 대표 집필진 6명 가운데 2명만 공개한 채 본격적인 국정 교과서 편찬 작업의 시동을 걸었다. 대표 집필진마저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편의 일정대로 집필진 40여명의 진용을 제대로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결국 졸속·편향 집필진 구성이 될 것이라는 비판 목소리도 높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함께 ‘올바른 역사교과서 개발 방향, 집필진 구성, 개발 일정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애초 최몽룡 명예교수도 함께 나올 예정이었으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직계 제자들의 설득과 만류로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국정 교과서 집필 참여와 관련한 역사학계의 여론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부와 국편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집필진 공개와 관련해 수시로 말바꾸기를 해왔다. “(집필진은) 집필에 들어가면 공개될 것”(김 위원장, 10월12일)에서 “대표 집필진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황우여 부총리, 10월27일)로 물러섰고, 김 위원장은 이날 다시 “원고가 끝날 때까지는 그분들(집필진)을 편안하게 해드릴 필요가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대표 집필진마저 다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의 참여와 관련해서도 오락가락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교학사 집필진은 배제할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4일 기자회견에서는 “특정인을 거명해서 된다, 안 된다 저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공모를 통해서 응모하면 거기에 따라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편은 전체 집필진 규모를 40여명 선으로 제시했는데, 대표 집필진마저 숨겨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수준 높은 집필진’이 구성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편이 4일 홈페이지에 올린 집필진 공모를 보면 ‘교수·연구원·현장교원 25명’을 공모한다고 돼 있다. 최소한 정부가 국정화를 공식 발표한 지난달 12일 이후 23일간 15명 정도밖에 초빙하지 못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편은 9일까지 공모를 받아 13일까지 합격자에게 개별 통보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9일 안에 기대 수준에 미치는 집필진 25명을 공모하는 게 쉽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현행 8종 검정 교과서 가운데 하나의 대표 집필을 맡았던 한 교수는 “대표 집필자는 사실 ‘얼굴마담’에 가깝다”며 “(대표 집필진보다) 학계의 최신 연구성과를 취합하고 초안을 작성하는 집필진의 역할이 훨씬 중요한데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으니 집필진 공개는커녕 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날 국편 쪽이 “근·현대사 부문에 정치학·경제학·사회학·군사학 등 비역사 전공자 3~4명을 참여시키겠다”고 밝힌 부분도 우려를 낳는다. 역사학계와 교육계에선 그동안 “뉴라이트 성향의 정치·경제학 전공자들이 우편향된 국정 교과서를 집필할 수도 있다”고 지적해왔다.
국편이 공개한 개발 일정을 보면, 이달 말까지 편찬기준과 집필세목을 확정한다. 이어 12월부터 내년 11월까지 1년간 집필 및 심의·검토 작업을 마무리하고 12월께 감수와 현장검수를 받을 예정이다. 2017년 1~2월 인쇄와 배포까지 마무리되면 그해 3월부터 국정 교과서가 중·고교 교사와 학생들 손에 쥐어진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의 말바꾸기
국정 교과서 집필진 구성
국정 교과서 집필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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