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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국판 동북공정? 미검증 상고사 과잉 우려

등록 2015-11-04 19:37수정 2015-11-05 10:07

국정교과서 편찬 기준 논란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이달 말 국정 역사 교과서의 알맹이가 될 편찬준거를 내놓기로 하면서 편찬준거의 윤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48년 건국론’ 등 뉴라이트 진영의 주장이나 민족 정체성을 과도하게 지향하는 재야 상고사학계의 주장 등 역사학계의 이설들이 대거 수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밝힌 국정 교과서 편찬 방향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4일 김정배 국편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교과서 편찬의 방향과 편찬상의 유의점이 명확하고 균형 있게 제시되는 편찬준거를 개발하고 있으며 교과형 도서 편찬심의회 심의과정을 거쳐 이달 말에 확정된다”고 밝혔다.

국정 역사 교과서의 편찬 방향은 앞서 3일 확정고시 기자회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내용에 어느 정도 암시돼 있다. 황 총리는 이 자리에서 검정 한국사 교과서를 비판하면서 “우리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의 탄생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런 명백한 사실에 대해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으로 기술한 역사 교과서가 있다”며 “대한민국은 마치 국가가 아니라 정부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했다”고 말했다.

이달말 발표 예정 국편 편찬 준거
황총리 등 “1948년 대한민국 탄생”
‘1919년 건국’ 헌법에 위배

광복절 축사때 위서 ‘환단고기’ 인용
박 대통령 뜻, 국정교과서 반영될수도
“민족 자긍심 과도하게 강조 우려”

이는 현행 헌법과 제헌헌법이 인정하는 ‘1919년 건국, 1948년 정부 수립’의 통설을 부정하고, 일부 뉴라이트 학자를 포함한 극우 진영이 주장하는 ‘1948년 건국론’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는 반헌법적인 주장으로, 한 나라의 총리가 주장한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현행 헌법은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948년 제헌헌법도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했다”고 밝혔다.

황 총리의 이런 역사인식은 국정 교과서의 편찬준거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4일 브리핑에서 “(황 총리가 언급한) 모든 것은 다 포함될 것이고, 빠진 것이 있으면 집필진의 의견을 더 들어서 편찬준거안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9월 발표된 중·고교 역사 집필기준 시안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고쳐 역사학계의 비판에 부딪힌 바 있는데 이 같은 내용이 수정되기는커녕 그대로 관철되거나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우여 장관이 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편찬 방향도 역사학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황 장관은 국정 교과서 편찬 방향으로 크게 △상고사·고대사 강화 △독립운동사의 충실한 기술 △민주화·산업화의 객관적인 평가 △민족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서술을 강조했다. 근·현대사 비중은 축소된다. 역사학계에선 “상고사 등 고대사를 강화한다는 대목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상고사 정립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거나 상고사 연구비로 수십억원을 지원하는 등 상고사·고대사 연구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2013년 광복절 축사에선 <환단고기>의 한 구절인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는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재야 사학계에서 인정받는 <환단고기>는 정통 역사학계에서는 위서로 평가받는 상고사 역사서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 고대사를 전공한 한 사학과 교수는 “민족정체성, 민족자긍심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상고사는 대중적인 정서에 편승한 폭발력을 갖기 쉽다. 자칫 우파들이 국민을 동원하는 데 잘못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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