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필진으로 초빙된 최몽룡(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 명예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교과서 집필 문제와 관련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정택 수석이 ‘술 마셨어도 나오는 게 좋다’ 전화”
“나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방패막이’라고 생각”
“나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방패막이’라고 생각”
한국사 국정교과서 대표집필진으로 초빙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4일 교육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청와대가 직접 관여했다고 밝혔다고 가 5일 보도했다.
<노컷뉴스> 보도를 보면, 최 교수는 4일 오후 자신의 자택에서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이 친구라면서 “청와대에서 (오전에) 전화가 왔다, (현 수석이 전화로) ‘기자들이 불만이 많아 몰려갈지 모른다’고 나한테 경고했다”며 “청와대에서 관여해…”라고 말끝을 흐렸다. 당시 최 교수는 국사편찬위원회 기자회견에 배석하기로 했지만, 제자들의 만류로 참석하지 못한 채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는 현 수석과의 통화에서 제자들과 술을 많이 마셔 참석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현 수석은 “술을 마셨어도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사실상 최 교수에게 직접 국정화 추진 기자회견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 하루 전날인 3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야당의 ‘국정화 반대’를 비판하며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선 독립성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정치권이 ‘불간섭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 교수는 또 본인이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방패막이’로 이용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대표집필진으로 초빙된 경위를 묻는 <노컷뉴스> 취재진의 질문에 “말이 대표지, 진짜는 근현대사를 다루는 사람들이 대표 집필진”이라며 “나를 끌어들여야 김 위원장이 산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어제(3일) (자신이 집필진으로 참여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가서, 오늘(4일) 아침 김 위원장을 만나면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 사표를 내겠다’고 말하려 했다”고 밝히고, “그런데 김 위원장이 ‘선생님, 아주 잘하셨다’면서 ‘위쪽 평가가 좋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얘기를 듣는데 황당했다”며 “그냥 (난) ‘방패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또 “나는 국사편찬위원회를 도와주려 한다”면서 “내가 어제와 오늘 모두 훌륭하게 다 막아줬으니 그 사람들이 고마워 해야지…”라고 언급했다.
최 교수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지목한 현정택 수석비서관은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최 교수와) 아는 사이지만, 통화한 사실이 없다”며 청와대의 개입을 부인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알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아래 내용은 5일 ‘김현정의 뉴스쇼’의 최몽룡 교수 인터뷰 내용 일부다.
김미영 이승준 최혜정 기자 kimmy@hani.co.kr
◇ 김현정> (어제) 기자회견장에는 어떻게 안 나오셨습니까?
◆ 최몽룡> 저는 원래 가려고 했는데 제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자꾸만 제자들이 만류해서 못 갔어요.
◇ 김현정> 제자들이 왜 막은 겁니까? 집까지 찾아가서.
◆ 최몽룡> 제가 좀 다칠까봐 ‘지금 가시면 안 된다’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난 제자들을 믿어요, 자식 같으니까. 다른 사람이 얘기하는 것보다는 제자들이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들어뒀다가 믿지요.
◇ 김현정> 아마 제자들은 ‘지금 국정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이렇게 높고..’
◆ 최몽룡> 나는 이제 국정교과서 편이니까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검인정 교과서 쪽에서는 당연히 저를 욕할 수밖에 없죠. 사실 나는 그 얘기를 들을 때 학자들도 소신을 가져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었죠. 나중에 정권 바뀐다고 빼고 뭐하면 안 되잖아요. 소신껏 해야지, 자기가 원하는대로.
◇ 김현정> 교수님께서 가시고 계신 소신은 ‘지금의 검인정 교과서가 문제가 있다, 좌편향됐다’는 데 공감하시는 건가요?
◆ 최몽룡> 그렇게 따지지 말고 다 얘기가 다르고 그래. 그러니까 너무 한 사람의 말에 너무 국한시키지 말고….
◇ 김현정> 그러니까 한 사람의 의견에 매달리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 국정화는 한 가지로만 가자는 거 아닙니까?
◆ 최몽룡> 국정화라는 게 정부, 나라마다 다 생각들이 있으니까. 이제 황교안 총리식으로 하자면 검인정 교과서가 실패했다고 하니까 그걸 우리가 따지고 들 얘기는 아니잖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2017년까지 이 교과서를 쓰게 한다라는 게 정부의 계획인데.
◆ 최몽룡> 교과서를 쓰기 시작하면 한 2년은 걸리게 되어 있어요.
◇ 김현정> 그 물리적 시간은 가능하겠습니까?
◆ 최몽룡> 그거야 내가 아니라, 정부가 이제 다 알아서 하는 거지.
◇ 김현정> 아니, 교수님께서 쓰시는 거니까요.
◆ 최몽룡> 정부를 믿어야지. 정부를 믿고 국사편찬위원회를 믿으셔야지.
◇ 김현정> 믿으면 됩니까?
◆ 최몽룡> 이제까지 사립 쪽에만 계셔서 잘 일이 안 된 모양인데 정부 쪽을 믿으면 (교과서가) 잘 나와요.
◇ 김현정> 정부쪽을 믿으면 잘 나옵니까?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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