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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북 공식명칭’까지 문제삼아…평화통일 기조 흔드나

등록 2015-11-13 19:37수정 2015-11-13 22:14

비 내리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민주주의 국민행동’ 회원들이 ‘역사쿠데타저지·세월호진상규명·민주민생수호를 위한 시국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시작한 이번 농성은 14일 ‘민중 총궐기 대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비 내리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민주주의 국민행동’ 회원들이 ‘역사쿠데타저지·세월호진상규명·민주민생수호를 위한 시국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시작한 이번 농성은 14일 ‘민중 총궐기 대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국정교과서 위험한 질주
④ 대립적 대북관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 중상을 하지 아니한다.”(남북기본합의서, 제1조·제3조, 1991년 노태우 정부)

“남북관계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역사교과서에 북한의 군사도발과 그에 따른 우리 국민들의 희생은 최소한도로만 서술함으로써 북한의 침략 야욕을 은폐·희석시키고 있습니다.”(황교안 국무총리, 3일 국정화 확정고시 대국민 담화문)

황교안 국무총리의 지난 3일 발언은 5대 국정기조로 ‘평화통일 기반 구축’까지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의 겉모습과는 간극이 크다. 평화통일은 커녕 전쟁을 통한 북진통일론이 득세하던 1950년~1960년대 냉전시기의 ‘반공주의’에 가깝다. 2017년 보급될 국정 역사 교과서에 반북적 서술, 반통일적 서술이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국정화에 찬성하는 일부 극우세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북한의 공식 명칭을 쓰는 것조차 ‘북한 미화’라고 몰아세웠다. 하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한이 1991년 9월 남한과 함께 유엔에 동시가입할 때 썼던 공식 국가 명칭이다. 유엔 동시 가입 3개월 만에 남북한은 ‘상호 체제 인정’을 제1의 원칙으로 하는 ‘남북기본합의서’를 발표했고, 이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상호 체제 인정’은 평화통일의 대원칙으로 자리잡아왔다.

따라서 통일의 파트너인 북한의 공식 국가 명칭까지 교과서에 쓸 수없도록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남북 화해·협력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부 시절 나온 국정 역사 교과서는 1948년 수립된 북한 정부를 ‘공산 괴뢰 국가’‘소련 괴뢰 정권’ 등으로 폄훼했다. 이동기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는 “북한이 독재국가라는 사실을 규범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존재나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낙인찍고 배제해 적대적 타자로 만드는 방식은 매우 반평화적인 것으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평화통일 기조에도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황교안 총리 확정고시 담화
북진통일론 득세하던
냉전시기 반공주의에 가까워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평화통일과도 큰 간극

MB정부때부터 대북서술 퇴행
‘반통일 정서’ 심어줄 우려도

역대 정부 역사 교육과정 속 북한 서술 방향 비교
역대 정부 역사 교육과정 속 북한 서술 방향 비교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은 국정 역사 교과서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명박 정부 이후 있었던 두 차례 역사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역사 교과서 속 북한 관련 서술은 조금씩 퇴행해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나온 2007 개정 교육과정(역사)은 “남과 북에 정치·경제적으로 다른 체제가 뿌리내렸음을 파악한다”는 등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서술을 유도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2009 개정 교육과정은 “북한의 세습 체제 및 경제 정책의 실패, 국제적 고립에 따른 체제 위기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등을 서술한다”는 식으로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서술할 것을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3대 세습, 핵 문제, 군사 도발(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 등”을 언급하라고 명시했다.

북한에 대한 인식과 통일에 대한 인식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점에서, 부정적 대북 서술이 낳을 ‘반통일 정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통일교육을 오래 연구해 온 바 있는 한만길 흥사단교육운동본부 상임대표는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느냐, 화해·협력적인 측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청소년들의 통일의식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일교육협의회의 ‘2014 청소년 통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통일이 필요하다(77.2%)는 학생들이 다수였지만, 평소 북한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학생 역시 70.8%에 달했다. 학교 현장에서 통일교육을 하는 한 역사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통일이 필요하다고 해도 평화통일에 대한 당위성보다는 경제적 이익 중심으로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그에 기초한 흡수통일 논리를 주로 전파한 결과라고 본다”고 했다.

북한의 헌법이나 주체사상을 다룬 북한 자료를 인용한 것조차 ‘북한 미화’로 몰아세우는 것은 서독이 1972년 ‘상호 체제 인정’에 바탕해 화해·협력 시대로 접어든 뒤 동독에 대해 보인 역사 서술에 견줘서도 한참 뒤처진 것이다. 1980년대 출간된 동·서독 역사교과서의 상호 서술을 비교한 논문(이병련, <동서독의 역사 교과서에 나타난 동서독의 국가와 체제>)을 보면, 서독 교과서는 동독의 헌법 전문이나 심지어 동독 역사 교과서 내용까지 직접 인용해 가르쳤다. 동독을 비민주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체제로 서술하면서도, 나치 청산이나 토지개혁이 서독보다 훨씬 많이 추진된 점이나 여성의 지위나 공공주택 문제 등 긍정적인 면도 인정했다. 이동기 교수는 “대한민국 사회·정치·경제체제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채워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더 나쁜 타자로 설정한 뒤 네거티브하게 정당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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