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의도가 불순한 친박계의 개헌론 제기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새누리당의 홍문종 의원이 12일 개헌론을 끄집어냈다. 홍 의원은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이원집정제)가 훨씬 더 정책 일관성이 있다. (반기문 대통령에 친박 총리 조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4일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매우 어렵다. (이런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개헌론 자체에 부정적이던 친박계 의원들이 최근 공개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구·경북(티케이) 물갈이론’을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개헌론을 흘리는 건, 총선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친박 주도권’을 공고히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개헌론이 떠오르면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위상은 급격히 위축되고, 국회의원들의 ‘친박근혜’ 쏠림 현상은 훨씬 심해질 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홍 의원 발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어도 개헌론이 사그라질 거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기에, 정치인이 개헌에 관한 생각을 밝힐 수는 있다. 하지만 ‘개헌’처럼 폭발력이 강한 사안일수록 항상 국민을 중심에 두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개인 또는 집단의 이해에 따라 풍향계로 띄웠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거둬들이는 행위는 정치를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국정 운영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의 언행 불일치는 가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돕지 않는다고 국회를 비난하는 마당에 그 측근들은 개헌론으로 국회와 정국을 오히려 어지럽게 만드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심스런 여권 내부의 엇박자이거나, 교묘하게 짜인 고도의 정치적 술수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그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자신이 국정 운영에 온 힘을 쏟기보다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며 선거에 개입하려고 하다 보니, 친박계 의원들 역시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헌론과 같은 정치공학적 발상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 아니겠는가. 대통령과 친박계는 말로만 ‘경제와 민생’을 외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지금 정권 핵심세력의 모습에서 정략과 술수밖에 읽을 수 없는 건 불행이다.
[중앙일보 사설] 개헌론은 투명하고 질서 있게 논의되는 것이 옳다
정권의 주류세력인 친박근혜계가 개헌론의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그제 “이원집정부제, 외치(外治)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內治)를 하는 총리, 이렇게 하는 것이 현재의 5년제 단임 대통령제보다 정책의 일관성도 있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시나리오에 대한 질문에도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박자를 맞췄다. 친박계는 지난해 김무성 대표의 ‘상하이 개헌 발언’이 나왔을 때 한목소리로 비난을 퍼부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개헌논의는 경제의 블랙홀”이라며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그랬던 친박계가 20대 총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 느닷없이 개헌론의 군불을 때고 있으니 의아할 따름이다.
친박계는 “홍 의원 개인의견일 뿐 개헌론으로 부풀리는 건 사실과 다른 공상”(윤상현 의원)이라며 불 끄기에 나섰다. 하지만 파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개헌론 자체가 갖는 정치적 휘발성 때문이다. 당장 비박계와 야당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장기집권 음모”라거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경제 실패의 논란을 덮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헌 구상이 ‘반기문 대망론’과 맞물리면서 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다듬고 있다는 소문도 꼬리를 물고 있다. ‘TK(대구·경북) 물갈이’ 논란에 이어 “진실한 후보를 선택해 달라”는 ‘국민 심판’ 발언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 분권형 개헌론을 들고 나오니 이런 의심을 사는 것이다. 청와대가 즉답을 피한 채 “경제살리기와 민생경제에 집중하겠다”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내놓은 것도 억측과 혼란을 더하고 있다.
우리는 줄곧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5년 단임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의 ‘1987년 헌법체제’로는 다원화하는 사회적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국가 개조 수준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운영의 근본 틀을 바꾸는 개헌논의는 모든 정파와 사회 각 세력들이 동참하는 가운데 국민적 공감대 속에 차분하고 질서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특정 정파의 유불리를 계산한 정략적 접근이나 일부에서 의심하는 것처럼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판 확보를 노린 논의라면 혼란만 부추길 뿐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광범위하게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역대 정권에서도 정치적 꼼수로 추진된 개헌 논의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집권세력이 정말로 나라의 큰 틀을 바꿀 생각이라면 국회 정개특위 같은 공식 테이블에 올려놓고 질서 있게 개헌논의를 이끌어가는 게 옳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주장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친박 주도권 위한 정치적 의도”…중앙 “느닷없는 개헌론 의아해”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해 10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중국 상하이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개헌논의가 봇물처럼 나올 것”이라며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으면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개헌론이 다시 부상했다. 지난 4일, 친박계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5년 단임제 정부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개헌론의 운을 떼더니, 역시 친박계의 핵심이라는 새누리당의 홍문종 의원이 지난 12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개헌론을 언급했다. 홍문종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는 개헌을 해 권력구조를 이원집정부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문종 의원은 특히 외치를 담당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를 두는, 이원집정부제가 현재 5년 단임 대통령제보다 훨씬 더 정책의 일관성도 있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잘 수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개헌론이 홍문종 의원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국정에 부담만 주는 “엉뚱한 얘기”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이 반기문 사무총장을 대통령감으로 내세워 충청표를 흡수하고, 대구경북(TK) 같은 당선 안정 지역에 기반을 둔 친박 세력이 힘을 합쳐, 권력을 연장하려는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야권과 비박계로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이즈음에 불거진 개헌론을 보는 중앙과 한겨레의 시선은 껄끄럽다. 그 껄끄러움은 개헌론을 평가하는 두 신문사의 수사(修辭)와 표현에 단적으로 드러난다.
중앙은 박근혜 대통령마저 개헌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친박계가 “느닷없이 개헌론의 군불을 때고 있으니 의아할 따름이다”라며 친박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개헌론에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다. 중앙은 ‘TK(대구·경북) 물갈이’ 논란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20대 총선과 관련해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분권형 개헌론을 들고나오니 ‘의심’을 사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중앙이 말하는 ‘의심’은 개헌론이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장기집권 음모’라고 생각하는 비박계와 야당의 추측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바로 그런 의심을 만든 것은 청와대와 친박계이므로, 그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는 것이 중앙의 지적이다.
한겨레는 뚜렷한 차기 대선 주자가 없는 친박계가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위상을 위축시키고, ‘티케이 물갈이’를 내세워 “친박 주도권을 공고히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개헌론에) 깔려 있다”고 개헌론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꼬집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개헌을 당장 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이 불편할 건 아니지만 지금 개헌으로 모든 날을 지새우면서 경제 활력을 찾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한테 돌아간다는 것입니다”라는 발언으로 개헌론에 일정한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계로부터 개헌론이 불거져 나오는 것에 대해 한겨레는 “한심스런 여권 내부의 엇박자이거나, 교묘하게 짜인 고도의 정치적 술수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쓴소리를 하고 있다.
중앙은 개헌론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는 원인으로 개헌론을 대하는 청와대의 미적지근한 반응과 태도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가 개헌을 하겠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답을 피한 채 경제살리기와 민생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답을 하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개헌론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개헌론이 떠오르면 국회의원들의 ‘친박근혜계’ 쏠림 현상이 훨씬 심해질 것이라는 한겨레의 지적은 중앙이 말하는 청와대의 개헌론에 대한 미적지근한 반응과 태도가 어떤 정략적 차원을 깔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단서인즉슨 개헌론이 거론되는 것이 친박계로서는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친박계에서 비롯된 개헌론에 대해서 중앙과 한겨레 모두 그 정략적 이용 가능성에 주목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론을 보는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과 시각 차이는 현저하게 다르다.
사설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앙은 개헌이 정파적 이익에 이용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을 뿐 개헌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중앙은 개헌의 필요성을 오히려 역설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의 ‘1987년 헌법체제’로는 다원화하는 사회적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는 판단”이 중앙이 원론적으로 개헌을 지지하는 이유다. 시대변화에 맞추어 국가를 개조하는 데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 개헌을 대하는 중앙의 실리적인 입장이다. 어떤 특정계파를 위해 개헌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파적 입장을 초월해 국가의 실리적 이익을 위해 개헌을 하자는 것이 개헌을 긍정하는 중앙의 입장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확인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만큼 개헌을 정치적 꼼수로 추진하지 말고 국회정개특위와 같은 공식테이블로 가지고 나와 떳떳하게 논의하라고 주문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개헌을 내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중앙이 문재인 대표의 주장에 공감하는 것도 개헌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의지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한겨레는 중앙만큼 개헌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기에, 정치인이 개헌에 관한 생각을 밝힐 수는 있다’라는 구절로 한겨레는 5년 단임제 대통령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친박계와 일정한 거리를 둔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대한 평가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 한겨레의 주장이다.
한겨레는 개헌의 권한이 정치권에 있지 않고 국민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개헌은 “국민을 중심에 두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개헌에 대한 한겨레의 입장이다. 역대의 개헌은 ‘아래로부터의’ 분출된 혁명적 상황에서 가능했다. 1960년 4·19 혁명 때도 그랬고, 1987년 6월 항쟁 때도 그랬다. 이를 상기할 때 정파적 이해 차원에서 개헌론이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한겨레의 입장도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개헌은 나라의 큰 틀을 바꾸는 일이지 않은가. 결코 서두르거나 정파적 이해에 얽매여서 추진될 사안이 아니다.
김보일(배문고 국어교사)
[추천 도서]
10대와 만나는 정치와 민주주의
고성국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2011년
정치는 골치 아픈 문제로 치부하기 십상이다. 정치는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멀리 있는 일, 남의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저자는 정치가 멀리 있지 않고 우리의 삶과 같이 있다고 한다. 책은 정치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 정치가 왜 필요한지,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가 뭐가 다른지, 민주 정치는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 등 고대 정치의 탄생부터 우리나라와 지구촌 민주주의까지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해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흥미롭게 다룬다.
[추천 도서]
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
양윤선, 이소영 지음, 시공사 펴냄, 2014년
책의 부제는 ‘국회 기자들이 들려주는 대한민국 국회·정치의 모든 것’이다. 이 책은 국회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 쓴 것이다. 정치에 관한 기초 용어 하나 몰라도 책은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개헌, 국정감사, 상임위, 임시국회처럼 들어는 봤지만 정확히는 몰랐던 용어들이 무슨 뜻인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짚어준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이원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
이원집정부제란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가 절충되고 혼합된 제도다. 내란·전쟁 등의 비상시에는 대통령이 행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나 평상시에는 총리가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행사하며 대통령은 외교 국방 등의 권한만을 가지는 제도이다.
국민이 뽑는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를 전담하고, 의회가 선출하는 총리는 내치를 관장한다. 대통령은 조약 체결, 국방통수권, 국회 해산, 정당 해산 제소, 계엄 선포, 긴급명령 등의 권한을, 총리는 행정부 통할, 법률안 제출권, 예산편성권, 행정입법권 등의 권한을 갖는다. 이원집정부제도는 대통령에게 쏠린 권력을 나눠 갖도록 하자는 데 있다.
이원집정부제 개념은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현대 이원집정부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프랑스이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의원내각제 요소를 기본으로 하는 정부 형태다. 이외에 핀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포르투갈 등이 채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