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여론 무시…여론조작 의혹까지
1948년 건국, 5·16 근대화 기여 등
뉴라이트 주장 수용방침 굳혀
1948년 건국, 5·16 근대화 기여 등
뉴라이트 주장 수용방침 굳혀
2015년 10월12일 전격 발표된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역사교육은 물론 민주주의 역행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반대 여론에 아랑곳 않고 밀어붙인 이른바 ‘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집필이 시작되기 전부터 역사 교과서 발행 제도와 서술 및 여론과 세계적 추세에 비춰 ‘올바르지 않은 교과서’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국정화는 한국의 교과서 발행체제를 유신시절로 퇴보시켰다. 박정희 정권은 유신정신 반영을 목적으로 1974년 1학기부터 중·고교 국사(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했다. 2011년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으로 발행되기까지 이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데 무려 37년이 걸렸는데, 박근혜 정부는 6년 만에 이를 다시 되돌렸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 추진 배경과 그동안의 역사 개입 시도를 고려하면, 역사 서술에 있어서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축적된 역사학계의 성과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1980년대 후반 민주화가 추진되면서 국정 국사교과서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고, 검정 교과서가 발행되면서 지배층 위주의 역사 서술, 특정 계층의 역사 해석 반영, 사회주의계 민족운동 배제, 지나친 반공주의에 입각한 역사 서술 등이 비로소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전체 편찬기준 발표는 늦추고 있지만, 정부는 이미 국정 교과서에 1948년 건국론(대한민국 수립)과 5·16 군사쿠데타 근대화론(쿠데타 맥락 설명) 등 뉴라이트 진영의 핵심적 주장 몇가지는 수용하기로 발표한 상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과 맥락을 같이하는 상고사 강화 방침이 정해지며, 재야 상고사학계의 검증되지 않은 이설들이 대거 수용되리라는 우려도 높다.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전문가와 시민들의 여론은 철저히 무시됐고, 심지어 ‘여론 조작’ 의혹마저 제기됐다. 전국역사교사모임(전역모)이 지난해 8월 역사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국정화 반대는 97%를 넘어섰다. 역사 교사 3289명과 대학교수들의 실명 반대 선언도 잇따랐지만 전문가 의견은 수렴되지 않았다. 국정화 이후 한국갤럽이 11월3~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여론(53%)이 찬성(36%)보다 훨씬 높았으나, 정부는 끝내 국정화를 철회하지 않았다. 급기야 교육부는 국정화 행정예고 기간 마지막날 밤 명의 도용이 의심되는 ‘국정화 찬성 의견·서명지’ 50여 상자를 무더기로 반입했다가 ‘차떼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정화는 검·인정을 넘어 자유발행제를 지향하는 역사교육의 세계적 흐름과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2013년 9월 채택된 제68차 유엔 총회 보고서는 “한 종의 역사교과서만 인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제공되는 교과서의 수를 하나로 줄이는 것은 퇴보하는 추세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12월 제28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유엔인권최고대표 보고서 및 역사교육과 기념방식에 대한 패널토의 요약본엔 “여러 대표들은 학문적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과 단일 국정화 교과서 추진을 평화와 인권에 대한 걱정스러운 장애물로 보았다”고 언급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역대 중등 국사·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변화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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