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용할 교과서 14일까지 주문해야
교사·담당자 교육청에 문의 봇물
교사·담당자 교육청에 문의 봇물
“물건을 안 보고 어떻게 주문할 수 있나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과서 주문 업무를 담당하는 이아무개(42)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내년 3월 아이들에게 나눠줄 교과서를 주문해야 하는데,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교과서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검인정 교과서는 책이 다 나와 있어 직접 보고 주문을 넣는데, 한국사 교과서는 내용은커녕 누가 쓰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주문을 해야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6일 교육부에 전화를 걸어 “한국사 교과서가 실제 나온 이후에 주문할 수 없는지”를 문의했다.
10월은 일선 중·고교에서 이듬해 사용할 교과서를 주문하는 시기다. 내년 초 학교 현장에 보급될 국정 중학교 역사1·2 및 고교 한국사도 주문이 시작됐다. 교육부는 5일 각 시도교육청에 ‘2017학년도 1학기 교과용 도서 주문 안내’ 공문을 내려보내 교과서 주문을 14일까지 마치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검인정 교과서와 달리 국정 역사 교과서,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주문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집필진, 집필 기준, 심의기준 등 국정교과서와 관련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는 ‘2017학년도 한국사 교과서 선정’에 대한 심의가 안건으로 올라왔다. 이 학교 교과서 담당 실무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한국사의 경우 2017학년도 입학생부터 적용되니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도서로의 변경에 대한 심의가 필요하다”며 학운위에 심의 안건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학운위에서 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국정교과서는 학운위 심의 대상이 아니다”는 답을 얻었다. 학운위 개최 중에야 이 사실을 확인한 학운위원들은 회의 도중 안건을 취소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교사들로부터 국정교과서 주문과 관련된 문의가 계속 오고 있어 교육청 차원에서 어떤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국정교과서 주문과 관련된 일선 교사들의 목소리를 담은 논평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혼란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검인정 교과서는 여러 종류이기 때문에 미리 보고 선정의 절차를 거치지만, 국정은 한 종류이기 때문에 미리 보지 않더라도 주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