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토요판에디터석 기자 vino@hani.co.kr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친기자’(친절한 기자들)로 인사드립니다. 늦장수사에 우병우 ‘황제 소환’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는 와중에, 또다시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수원지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수원지검은 9일 “수원대 교직원인 김아무개·강아무개씨 등 5명의 명예훼손 혐의 등에 대해 죄가 성립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수원대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이재익 교수 등 해직 교수들을 향해 “×새끼, ××놈”은 물론 “××, 확 그냥 모가지를 따 버릴까” 등의 욕설을 수십 차례 하고, 시위 교수 바로 옆에서 ‘연구 태만으로 연구 실적이 전무하여 파면당한 자’라는 팻말을 든 교직원들에게 죄가 없다고 처분한 것입니다. 과연 검찰이 밝힌 것처럼 ‘증거 불충분’ 때문일까요? 당시 해직 교수들은 현장에서의 영상과 녹취록 등을 증거물로 냈고 검찰도 조사 과정에서 이들 교직원의 욕설과 피켓 시위 등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직접 확인해보니 증거물에는 해직 교수들이 어린 교직원들한테 당한 폭언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실제 검찰의 불기소이유서에도 이를 기반으로 교직원들의 발언과 행동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결론적으로는 무혐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또한 검찰은 “이재익 등이 연구점수 미달로 재임용에 탈락했다는 사실을 적시하여 피케팅을 한 것으로 보이고 피케팅을 한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비유하자면 사주를 비판하는 해고 노동자들에게 욕설과 모욕을 한 직원들의 행위가 ‘공익적’이라고 한 것입니다. 이 역시 논란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한겨레>는 수원대 이인수(64) 총장의 비리 의혹을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려 심층보도(2월13일·27일치 1·3·4면)한 바 있습니다. 이재익 교수 등 4명의 교수가 해직을 당한 것은 연구 실적 때문이 아니라 수원대 사학비리와 관련해 이 총장과 학교법인을 비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지난달 24일, 대법원 2부는 이 교수 등이 수원대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파면무효 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파면은 무효”라는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지난 9월 또 다른 해직 교수인 배재흠·이상훈 교수가 받은 파면무효 확정 이후 두 번째입니다. 복직소송에서 해직 교수들은 단 한 차례도 패소한 적이 없습니다. 결국 검찰은 대법원의 판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처분을 내린 셈입니다. 수원지검의 ‘수원대 봐주기 수사’ 논란이 처음은 아닙니다. 수원지검은 지난해 11월 이 총장의 업무상 횡령, 배임, 배임수재, 사문서 위조, 사립학교법 위반, 뇌물공여 혐의 등 40여건 고발 건 중 1건에 대해서만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하고 나머진 모두 무혐의 처분해 ‘최악의 수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이 총장을 정식재판에 회부해 검찰의 편파수사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수십개의 비리 혐의에 휘말려 있는 이 총장에 대한 숱한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그는 현재까지 그 어떤 사법적 처벌 대상도 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비리사학인 상지대의 김문기 총장이 부정입학 등의 혐의로 1993년 구속된 점을 보면 더욱 이례적입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그 배경에는 정계·관계·언론계 등을 망라한 이 총장의 화려한 인맥이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총장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당시 수원지검 이용일 특수부장은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영전했습니다. 고발인인 배재흠 교수에게 이인수 쪽과 합의를 종용해 논란을 빚었던 민아무개 담당 검사도 올 초 서울중앙지검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신유철 현 수원지검장은 공교롭게도 서남대 비리 등 사학비리를 철저히 수사한 검사로 유명합니다. 신 검사장은 지난달 27일, 지역 학생들에게 한 특강에서 “검사는 사건을 파헤쳐 의혹을 해소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일이자 보람”이라며 “좋은 검사가 되기 위해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답니다. 이를 두고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수원지검이 국민들로 받는 불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지검 소속 검사들이 ‘좋은 검사’는 못 되더라도 ‘보통 검사’라도 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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