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공개한 편찬기준
‘대한민국 수립’ 뉴라이트 사관 반영
‘친일파 청산→친일 청산’ 변경
인적 청산 아닌 막연한 표현으로
이승만 ‘한미 상호방위조약’ 추가
‘대한민국 수립’ 뉴라이트 사관 반영
‘친일파 청산→친일 청산’ 변경
인적 청산 아닌 막연한 표현으로
이승만 ‘한미 상호방위조약’ 추가
오는 28일 공개될 국정 역사교과서는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일’로 규정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서술을 대폭 강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완성본에 앞서 의견 수렴을 위해 제작하는 시안 형태 교과서)을 공개할 때 함께 공개할 예정이었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과 교과용 도서 편찬기준’을 25일 밤 전격공개했다. 편찬기준은 교과서 집필 때 유의사항을 담은 일종의 ‘집필 가이드라인’으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의 서술 방향을 미리 살펴 볼 수 있는 자료다.
이날 공개된 편찬기준을 보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수립(건국)은 뉴라이트 등 보수 일각에서 꾸준히 주장해 온 사관으로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시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편찬기준은 이런 시각이 ‘반헌법적’이란 비판을 의식한 듯 “대한민국은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과 법통을 계승하였음을 설명하고, 제헌 헌법의 이념 및 역사적 의미에 대해 서술한다”고도 덧붙여놨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은 임시정부의 활동이나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무시하는 것으로 대단히 성급하고 검증되지 않고 세계사적으로 문제가 많은 제국주의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친일파’ 청산 관련 내용도 빠졌다. 편찬기준 중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의 수립 과정을 파악한다”는 성취 기준 아래 제시된 7개 편찬 방향을 보면, “친일 청산 노력과 한계 및 농지 개혁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서술한다”라며 ‘친일파 청산’이 아닌, ‘친일 청산’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하일식 연세대 교수(사학과)는 “‘친일’이란 사회 현상을 추상적으로 뜻하는 단어이며 ‘친일파’란 일정한 사회세력을 뜻하기 때문에 ‘친일파 청산’이 아닌 ‘친일 청산’이라 표현할 경우 인적 청산에 방점을 찍기보다 막연히 과거 식민지 피해를 극복하자는 추상적 표현이 된다”며 “교과서가 공개된 뒤 구체적인 서술을 봐야 명백한 의도를 알겠지만, 집필기준 문구상으로는 이런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정권을 미화하는 내용도 새로 추가됐다. 현대사 부분 가운데 “새마을운동이 농촌 근대화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이 운동이 최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에 유의한다”라고 군사독재 시절의 ‘공’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교과서연구팀장은 “2009 검정 집필기준에는 새마을운동과 관련해 따로 언급된 내용이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새로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 회담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노무현 정부 시절의 ‘공’은 언급하지 않았다. 집필기준에는 “남북 회담에 대해 설명할 때에는 7·4 남북 공동 성명,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남북 기본 합의서, 6·15 남북 공동 선언 등을 중심으로 서술한다”고 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은 뺀 것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부분에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이 추가했다. “6·25 전쟁의 발발 배경 및 전개 과정과 전후 복구 노력을 살펴본다”는 기준 아래 편찬 유의점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의 배경과 역사적 의미에 대해 유의한다”는 항목이 제시됐다. 역시 2009년 검정 기준에 없던 내용이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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