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 공개 앞두고 방향 선회…국정 불신 속 강행 부담
내년 3월 일괄 배포 철회하고 제3 방식 논의할 듯
국정·검정 혼용 방식 검토설…교육부 “결정된 것 없어”
내년 3월 일괄 배포 철회하고 제3 방식 논의할 듯
국정·검정 혼용 방식 검토설…교육부 “결정된 것 없어”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를 눈앞에 두고 국정화 철회를 포함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배경은 국민적 반대 여론이 높은 국정화를 강행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는 등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까지 강행하는 것은 ‘촛불 민심’에 또다른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를 사흘 앞둔 25일, 국회에 출석해 “28일 현장 검토본을 공개한 뒤 현장에서 적용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국정교과서는 공개하겠지만, 내년 3월부터 중·고교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일정과 계획은 수정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가 펴내는 단일 교과서를 전국 모든 학교에 일괄 배급하는 방식의 기존 국정화 계획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원이 전날 “국정교과서 편찬 기준을 공개하라”는 결정을 내렸을 때만 해도, 현장 검토본 공개시 함께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던 교육부가 하루 만인 이날 전격적으로 편찬기준을 공개한 것도 태도의 변화로 읽힌다.
교육부의 이런 방침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국정화를 강행할 경우 더 큰 국민적 반발을 부를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국정교과서 도입에 어떠한 협조도 하지 않겠다’는 일선 교육감과 교사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당장 내년 3월 학교 현장에 국정교과서를 ‘강제 배포’하는 것도 정부로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현장 검토본 공개 이후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국정화 전면 폐지를 포함해 다양한 ‘제 3의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반대 여론이 높으면 국정교과서를 철회할 수 있는가’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역사교과서를 공개한 뒤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국정화 ‘유예나 철회’의 행정적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시기는 역사 과목만 예외적으로 다른 교과보다 1년 빠른 2017년부터 적용하도록 돼 있다. 이를 다른 교과와 마찬가지로 2018년 적용으로 늦추고 학생들에게 기존 검정교과서를 쓰게 한 뒤, 최종적으로 국정화 고시를 수정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정고시 뒤 20여일 간의 여론 수렴 기간을 거치면 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사회적 반대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내년 3월 학생들의 혼란을 막는 게 최우선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울의 한 고교 역사 교사는 “11월 말에서야 공개된 국정 교과서가 12월 의견수렴 과정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칠테고, 최종본을 확정해 인쇄·배포까지 하려면 내년 3월 안에는 어려워보인다“며 “내년 3월에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교과서를 받아보려면 역사과목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 적용되는 2018년으로 적용시기를 미루고 기존 검정 교과서를 그대로 쓰는 게 가장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교과서에 찬성 의견을 밝힌 이영우 경북교육감도 “현재 정치적 상황에서는 국정이든 검정이든 내년 3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최대한 혼란이 없는 방향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내부적으로 국정 교과서를 검정 교과서의 경쟁해 학교에서 선택하는 ‘국정·검정 혼용’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날 공식적으로 “국정화 철회나 국검정 혼용 방안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미향 김경욱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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