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밀실집필’ 논란을 빚었던 국정교과서의 현장검토본과 집필진이 28일 드디어 베일을 벗었지만, 최종 검토 권한을 가진 편찬심의위원들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고 향후 여론수렴 과정도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다음달 23일 현장 적용 방안을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지만, 거센 반발 여론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절차 진행 등을 감안하면 국정교과서는 현장에 배포되지 못하고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날 이준식 교육부총리는 “아직 교과서의 최종본이 확정되기 전이기 때문에 편찬심의위원은 공개할 수 없다”며 끝내 편찬심의위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확정했다고 발표한 편찬심의위원은 총 16명으로 국정 교과서 세 권의 편찬기준을 마련하고 원고본-개고본-현장검토본-최종본 등 여러 단계의 원고를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집필과정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국민 의견수렴을 위해 마련한 교육부의 누리집 운영마저 밀실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만든 누리집 ‘올바른 역사교과서’에는 28일 오후 국정 교과서의 현장검토본이 게시됐으며 의견개진란도 마련됐다. 중학교 <역사1>, <역사2>, 고교 <한국사>까지 총 세 권을 열람할 수 있으며 국민과 역사교사로 나뉘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의견 개진을 원하는 이는 휴대전화 본인확인이나 공공아이핀 인증을 거쳐 의견을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제출된 의견과 그에 대한 공식 답변은 의견을 낸 사람과 교육부만 확인할 수 있다.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거나 여론 동향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또 이 누리집을 통해 의견을 내더라도 어떤 절차를 통해 최종본에 반영 또는 미반영 되는지 알 수 없다.
교육부는 이 ‘깜깜이’ 의견수렴 과정을 다음달 23일까지 계속한 뒤 내년 1월 말께 최종본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편찬심의위원도 이때 함께 공개된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는 다음달 23일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시범학교 운영, 검정·국정 혼용, 국정화 1년 유예, 국정교과서 완전폐기 등이다. 교육부는 이날 “국·검정 혼용 등 구체적인 방법은 확정된 바 없다. 국정화 폐기는 고려한 적 없다”고 말했지만 애초 ‘3월 일괄 적용’ 입장에서는 크게 물러선 모양새다.
서울의 한 고교 역사 교사는 “12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절차가 진행될 예정인데 여론 수렴을 하는 모양새를 보이다 결국 폐기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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