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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복사-붙여넣기 수준’…이념 떠나 기본 벗어난 국정교과서

등록 2016-11-29 18:44수정 2016-11-29 22:00

중·고교 문장 통째로 같은 문단 곳곳에
전면 활자로만 채우거나 어색한 편집
2015 개정 교육과정 기준과 다른 부분도
“학교 현장 쓰기 어려운 질 낮은 교재”
지난 28일 공개된 국정교과서에 대해 이념이나 발행체제를 떠나 교과서의 완성도가 떨어져 교육현장에서 쓰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학교 <역사1>, <역사2>와 고교 <한국사>는 사용자가 엄연히 다른 교과서임에도, 현대사 부분에서 두세 문단 전체가 문장 표현까지 같은 부분이 발견되고 있다. 고교 <한국사> ‘민주화 운동과 경제성장’(270)을 보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서술한 네 번째 문단의 여덟줄이 중학교 <역사2> '1980년대의 민주화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의 147쪽과 완전히 같다. 또, 고교 <한국사> '박정희 정부의 출범과 경제개발 계획의 추진'(264)에서 수출 주도의 경제개발 체제를 설명한 서술이 중학교 <역사2>의 142쪽과 거의 같다. 베트남 파병에 대해 서술한 고교 <한국사> 262쪽과 중학교 <역사2>의 141쪽도 같은 문장이 여러 개 나온다.

사진, 도표 등을 배치하는 편집의 비전문성도 엿보인다. 고교 <한국사> 중 이미지 등 자료 제시 없이 전면 활자(222쪽)로만 구성돼있거나, 본문 내용과 연계된 학습활동을 본문과 다른 페이지에 제시한 경우(231쪽)가 있는데 이는 학생들의 가독성을 중요시하는 최근 교과서 편집 흐름에 반하는 구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원을 시작할 때 단원명을 페이지 하단이 아닌 서두에 오도록 하고, 하나의 단어가 페이지 중간에 걸치지 않도록 하는 교과서 편집의 기본 문법도 지키지 않았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집필진으로 참여한 조왕호 서울 대일고 교사는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닌 사고력 향상을 위해 그림과 활자를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이 최근 교과서 편집 흐름인데 이런 흐름에서 어긋난 부분이 많이 보인다”며 “교과서에서 쓰는 문장법이 아닌 장문이 지나치게 많고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가중시키는 사건명, 단체명, 인물명 같은 고유명사를 많이 넣은 점 등 교과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했다. 지난해 확정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역사과 기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왕현종 연세대 교수(역사문화학)는 “교육과정에서 기준으로 제시한 대주제와 소주제가 정해져있다. 검정 교과서 심사시에는 이 부분을 어기면 통과가 안 됐었는데 이번에 공개된 국정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은 소주제를 마음대로 재편했다”고 비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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