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들 국정교과서 거부 움직임에
이영 차관 “북한 미화 내용 발견” 주장
“교장에 교과 편성권한 돌려주라” 요구
시울시교육청 “교육부 압박…여론전”
이영 차관 “북한 미화 내용 발견” 주장
“교장에 교과 편성권한 돌려주라” 요구
시울시교육청 “교육부 압박…여론전”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시·도 교육청이 개발한 교수·학습자료에 대해 뜬금없이 ‘색깔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국정교과서를 거부하는 시·도 교육감의 불복종 움직임이 이어지자, 학습자료를 거론하며 물타기에 나선 것이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는 브리핑을 열어 “서울, 광주, 전남교육청은 학교에 교과서 선택과 교육과정 편성권한을 돌려주길 당부한다”며 “교육과정의 편성 및 운영에 대한 권한은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에 있다. 필요한 경우 교육부는 시정명령과 특정감사 등 교육현장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그러면서 “시·도 교육청이 개발한 보조교재를 분석한 결과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북한이 군사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도 무조건 군비축소가 필요한 것처럼 서술하고 있으며, 평양을 세계적인 계획도시이자 전원도시로 미화하는 등 편향된 내용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 부단장도 가세했다. 그는 “민주인권평화교육 학습자료를 보면 천안함 침몰이라는 부적절한 용어가 담겨 있다”며 “어느 보건교육교재에는 택배기사가 강간을 했네, 어쩌네 이런 것들도 가감없이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대구, 경북을 뺀 전국 14개 시·도 교육감은 국정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특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30일 내년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역사과목을 편성한 서울 18개 중학교 교장과 긴급 회의를 한 뒤 “내년 서울의 모든 중학교는 1학년에 역사를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역사 과목을 2학년이나 3학년에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김병우 충북도교육감도 내년도 중학교에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서울·강원·세종·광주·전북교육청 등은 국정교과서를 대체할 ‘대안 교과서’(보조교재)도 준비 중이다.
교육부의 주장은 근거나 명분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 교육감이 18개 학교 교장들에게 역사를 편성하지 말라고 지시나 강제를 한 것이 아니라 협의를 한 것으로 교장의 교육과정 편성 권한을 뺏은 것이 아니고, 보조교재도 일부 교육청에서 쓰고 있는 것으로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가 아니”라며 “교육부가 교육감들을 압박하고 대안 교과서를 깍아내리기 위해 여론전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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